3편-순명편(順命篇)
전편(前篇)의 천명편(天命篇)에서는 선악의 주관자로서의 하늘을 말하였고, 이 순명편에서는 글자 그대로 그러한 하늘의 명(命)에 순응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일견 이 순명편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다만 운명론적으로 자신의 생(生)을 맞아야 한다고 서술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은 역시 하늘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말고 자신의 생(生)을 개척하라는 조언일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알지 못하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쫓다가 자신을 망치는 지경에 이르는 일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3편 순명(順命): 하늘의 명령을 따르라
1장
子曰(자왈),
死生(사생)이 有命(유명)이요
富貴(부귀)는 在天(재천)이라
해석: 자하께서 이르시길.
생사(生死)에는 천명이 있는 것이요,
부귀(富貴)는 하늘에 있는 것이니라
정의 : ○死生처럼 중국말과 우리말의 순서가 뒤바뀐 예가 많다
○富貴在天; 부귀는 하늘에 있다. 즉,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2장
萬事(만사)가 分已定(분기정)이어늘 浮生(부생)이 空自忙(공자망)이니라.
해석: 만사가 나뉘어 이미 정해져 있거늘, 부생(덧없는 삶)이 공연히 스스로 바뻐하느니라.
정의 : ○已는 이미 이. ○浮는 뜰 부. ○生은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浮生(부생)은 한 단어로 "덧없는 인생"을 뜻한다.
○空(공)은 부사로 "헛되이, 공연히"의 뜻이다.
○忙은 바쁠 망.
3장
景行錄(경행록)에 云(운),
禍不可以倖免(화불가이행면)이요,
福不可以再求(복불가이재구)니라.
해석: 경행록에 이르기를, 화는 요행히 면할 수 없는 것이요, 복은 두 번 얻을 수 없느니라.
정의 : ○행면(倖免):행(倖)은 요행, 요행이 면하는 것.
○가이(可以): "~할 수 있다"의 뜻이다.
○재구 (再求): 다시 구하는 것.
4장
時來風送藤王閣(시래풍송등왕각)이오
運退雷轟薦福碑(운퇴뢰굉천복비)라.
해석: 때가 이르니 바람이 등왕각으로 보내고 운이 없으니 벼락이 천복비를 때렸다.
정의 : ○시래(時來): 때가 오다. 적절한 시기가 오다.
○풍송(風送): 바람에 실어보내다.
○등왕각(藤王閣): 지금의 강서성 신진현에 있는 지명.
○천복비(薦福碑): 당나라의 대명필인 구양순(歐陽詢)이 비문을 썼다고 전해지고 있음.
5장
列子曰(열자왈),
痴聾痼啞(치롱고아)도 家豪
富(가호부)요 智慧聰明(지혜총명)도 却受貧(각수빈)이 年月日時(연월일시)가 該載定(해재정)하니 算來由命不由人(산래유명불유인)이니라.
해석: 열자가 말하기를, "어리석고 귀먹고 고질이 있고 벙어리라도 집은 큰 부자요 지혜있고 총명해도 도리어 가난하다. 운수는 해와 달과 날과 시가 분명히 정하여 있으니 계산해 보면 부귀는 사람으로 말미암음에 있지 않고 명에 있는 것이다."고 하셨다.
정의 : ○열자(列子): 전국시대 초기 노나라 또는 정나라의 철학자. 이름은 어구(禦寇), 사상적으로 도가에 속하며, 그의 사상을 엮은 책으로서 열자(列子)가 있다.
○각(却): 도리어, 오히려의 뜻,
○연월일시(年月日時) 즉 사주(四柱)를 말한다.
○해재정(該載定): 해(該)는 이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곧 운명을 가르킨다.
○산래(算來): 따지고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