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스터디
강지수
허리를 반으로 접고 아 소리를 내면
그게 진짜 목소리라고 한다
진짜 목소리로 말하면 신뢰와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그러자 방에 있던 열댓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허리를 숙인 채
아 아 아 소리를 낸다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진짜 목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이제 그 음역대로 말하는 겁니다
억지로 꾸며낸 목소리가 아닌 진짜 당신의 목소리로요
엉거주춤 허리를 편 사람들이 첫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대전에서 왔고……
멋쩍은 미소를 짓고 몇 번 더듬기도 하면서
말을 하다가 불쑥 허리를 접고 다시 아 아 거리는 이도 있다
나는 구석에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본다
선생님이 손짓한다
이리 와서 진짜 목소리를 찾아보세요
쭈뼛거리며 무리의 가장자리에 선다
허리를 숙인다 정강이가 보이고 뒤통수가 시원하다
아 아 아
낮지도 높지도 않은 미지근적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옆집 아이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 어색하게 안부를 물을 때
보다는 낮고
지저분한 소문을 전할 때
보다는 높다
언뜻 저 사람과 그 옆 사람의 목소리하고 똑같다
우리 셋이 동시에 얘기하면 참 재미있겠죠
진지한 모임에서 그런 말은 할 수 없어서
그저 소리만 낸다
아 아
교실은 소리를 머금은 상자가 되고
이가 나간 머그잔에 물을 담아 마시다가 바닥에 흘렸다
닦아내려고 허리를 숙인 찰나
물 위로 번지는 그림자가 보였다
진짜 같았다
고개를 들었다
진짜사람들이 진짜미소를 지으며 진짜 멋진 진짜옷을 입은 게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다 합격할 수 있을 거예요
진짜행복이 밀려왔다
출처: 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010201032633000001
면접 스터디 - 강지수[2024 신춘문예]
■ 2024 신춘문예 - 시허리를 반으로 접고 아 소리를 내면그게 진짜 목소리라고 한다진짜 목소리로 말하면 신뢰와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그러자 방에 있던 열댓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허리를 숙인 채아 아 아 소리를 낸다복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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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실
이실비
그 사람 죽은 거 알아?
또보겠지 떡볶이 집에서
묻는 네 얼굴이 너무 아름다운 거야
이상하지 충분히 안타까워하면서 떡볶이를 계속 먹고 있는 게 너를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게
괜찮니?
그런 물음들에 어떻게 답장해야할지 모르겠고
겨울이 끝나면 같이 힘껏 코를 풀자
그런 다짐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이
아직도 코를 흘리고 있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가 손톱을 벗겨내는 속도를 이기길 바랐다
다정 걱정 동정
무작정
틀지 않고
어두운 조명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
초록색 비상구 등만
선명히 극장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이것이 지옥이라면
관객들의 나란한 뒤통수
그들에겐 내가 안 보이겠지
그래도 나는 보고 있다
잊지 않고 세어 본다
출처: 서울신문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40102500119&cp=seoul
조명실/이실비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시]
그 사람 죽은 거 알아?또보겠지 떡볶이 집에서묻는 네 얼굴이 너무 아름다운 거야 이상하지 충분히 안타까워하면서 떡볶이를 계속 먹고 있는 게 너를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게 괜찮니?그런 물음들에 어떻게 답장해야할지 모르겠고 겨울이 끝나면 같이 힘껏 코를 풀자그런 다짐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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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오륙도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
●2024오륙도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 ■시 부문 가작1 푸날라우 베이커리 신재화팔장을 끼고 조화造化로운 정원으로 나온다. 어깨와 어깨 사이 매듭이 풀릴 때 옷소매로 팔이 나오지 않았다.사라진 팔을 찾아 서성거리는 곳, 빅아일랜드에 나는 가자.여보 조심히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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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1
#가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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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당선작
파랑
엄지인
출처: 광주일보
http://m.kwangju.co.kr/article.php?aid=1704207600762558007
[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시] 파랑- 엄지인
잔디를 깎습니다 마당은 풀 냄새로 비릿합니다 잔디가 흘린 피와 눈물이라는 생각 우린 서로 피의 색깔이 달라 참 다행이지 혈통이 아주 먼 사이라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잘린 끝을 만져보는데 아프지 않습니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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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일기
송상목
매일 아침 여덟 시면 슬픔을 마주친다
그와 인사하고 같은 전철을 타고
버스에 올랐다 내리고
빌딩을 오르고 나면
정오가 된다
정오는 기쁨을 만날 시간
나는 잠시 슬픔과 작별을 하고
수저를 든다 기쁨이
키스해온다
지저분한 기쁨이 기분 나쁘지 않다
키스는 빌딩을 쌓으며 슬픔의 눈치를 살핀다
슬픔은 슬퍼하면서도 빌딩 쌓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무래도 슬픔이 쌓아가는 것은 빌딩만이 아닌 것 같다
밤은 빌딩을 내려오는 때
슬픔이 가장 먼저 달아난다
나는 기쁨을 볼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기쁨은 집에 있다
마구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달려든다
기쁨은 꽤 나이 들어있고
눈을 끔뻑거린다 느린 속도로
슬픔이 슬쩍슬쩍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출처: 광남일보
http://m.gwangnam.co.kr/article.php?aid=1704099696466608025
[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매일 아침 여덟 시면 슬픔을 마주친다그와 인사하고 같은 전철을 타고버스에 올랐다 내리고빌딩을 오르고 나면정오가 된다정오는 기쁨을 만날 시간나는 잠시 슬픔과 작별하고수저를 든다 기쁨이키스해온다지저분한 기쁨이 기분 나쁘지 않다키스는 짧고오후는 길다 나는 다시 슬픔을 본다슬픔은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다 매일 같이 다니기 힘든 듯이나는 빌딩을 쌓으며 슬픔의 눈치를 살핀다슬픔은 슬퍼하면서도 빌딩 쌓기를 멈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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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소반
김맹선
둥근 허기였다
도마는 시퍼런 칼을 받아낸다
코끝 찡한 마늘과
매운 고춧가루가 스며들어도
도마는
어머니는
뜨거운 맛을 찬물로 부드럽게 넘긴다
물이 차갑거나 어디든 스며드는 식객이었다
도마는
어머니는
한 번쯤 달빛 속에 숨겨 두었던 칼춤을 추며 날고 싶었을 것이다
받아내는 일
바닥이어서 날고 싶었을 시간
평생 둥글어지는 일로 날개를 펼쳤던
도마가
어머니가
모든 걸 다 내어 주고도 모자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흘러내린 달빛에
생을 푸신
어머니가
가을바람에 나부낀다
강물로 흘러가신다
도마 위에
어머니 위에
풍성한 달빛이 넘실거린다
출처: 뉴스N제주
http://www.newsn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702
[2024년 제4회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 - 뉴스N제주
2024년 제4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작을 아래와 같이 공지합니다.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아울러 목마른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당선의 영예를 안은 작가님께 축하를 보냅니다.앞으로 '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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