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를 팔라고 연일 덴마크를 압박하고 있다.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을 것처럼 위협하기도 했다. 자신의 취임식을 앞두고 장남까지 그린란드로 보냈다. 그린란드 획득을 업적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보통이 아닌 듯하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어떤 심정일까. -이상 조선일보 기사-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주민들 입장에서는, 동가홍상(同價紅裳) 차원에서 덴마크 국적보다 미국 국적을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 사람들의 뱃속까지 들어가지 않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그린란드보다 위도상 아래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Iceland)를 옛날엔 한자로 빙란(氷蘭)이라고 표기했었다. '얼음의 땅'이란 의미. 아이슬란드의 예를 따르면 그린란드(Greenland)를 초란(草蘭), 즉 '풀의 땅'으로 표기할 법도 한데, 그렇게 표기한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아마 중국 지도에는 그렇게 표기했을 것으로 본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지명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보인다. 그린란드는 아이슬란드보다 더 북극에 가까운 곳에 있는 데다, 섬의 85%는 일 년 내내 얼음으로 뒤 덥혀 있다고 한다. 풀과는 무관한 땅인데 '풀의 땅(Greenland)'이라 하고, 반대로 그린란드보다 남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를 '얼음의 땅'으로 명명한 점이다.
아이슬란드는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북위 66도(알래스카 베링 해협과 같은 위도)임에도 풀과 나무도 있고, 산에 꽃도 피고 여기저기 온천도 많다고 한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비교적 따뜻하고, 항구는 1년 내내 얼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슬란드는 '얼음의 땅'과는 무관한 자연환경이지만 아이슬란드(Iceland)라고 한다.
이처럼 상호 모순된 지명을 작명한 것은 9세기 경 바이킹족이었다고 한다. 사람이 살기 힘든 얼음의 땅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얼음 대신 풀이 많은 초원지대를 연상시키기 위해 '그린란드(Greenland)'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부동산 사기였던 셈, 현재 살고 있는 그린란드 원주민들의 조상이 바이킹들에게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바이킹들이 작명(?) 한 옥시모론(Oxymoron)적인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는 지금도 세계인들을 깨끗하게 '속여먹고' 있는 중이고, 세계지도에도 당당하게 등재되어 있다. 바이킹족들에겐 이처럼 우수하고 선구자적 탐험가 기질과 함께 코믹한 거짓말 기질과 부동산 사기 센스도 겸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과 부합하도록 그린란드는 아이슬란드로, 아이슬란드는 그린란드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지만, 객관적 사실보다 해학적(諧謔的) 요소를 더 중요한 가치로 쳐주는 일도 많으니까..
"노노 드림파크"라는 말만 들은 사람과 현장을 본 사람 사이의 미묘한 격차가 존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