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진해에 있으면서
王家化作平民家
왕가도 평민의 집으로 변하니
碧海桑田夢一過
덧없이 지나가는 한 자락의 꿈. 1)
羌笛空音多怨柳
강적은 하염없이 이별을 슬퍼했고 2)
商娥爭唱後庭花
궁녀들 다투어 후정화를 노래했네. 3)
林客漸向烟光聚
숲의 나그네 안개 속으로 가는데 4)
春信如從兩脚斜
봄소식은 양다리에 빗겨 따라오네.
千里京城消息斷
천리 서울에선 소식이 끊겼으나
朝朝認得北來車
아침마다 북쪽에서 차는 온다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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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벽해상전(碧海桑田):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말로 푸른 바다가 뽕밭으로 변한다는 말로 세상의 덧없는 변천에 대한 무상(無常)의 표현.
2) 강적(羌笛), 원류(怨柳): 강적은 강족(羌族)의 퉁소인데 티베트와 위구르 지역의 몽골계 민족의 한때 강대한 옛 나라 강(羌)이 있었고 그 민족의 악기로 흔히 시문(詩文)에서는 오랑캐나 적진에서 들려오는 감상적인 음악으로 나타난다. 원류는 버들을 안타까워함인데 이별할 때 수양버들가지를 꺾어주던 옛 풍습에서 버들[柳]은 떠나지를 말고 머물러 달라는 유(留)와 음이 같아서 작별을 아쉬워하는 이별을 상징한다.
3) 상아(商娥), 후정화(後庭花): 상아는 불행하게 망했던 고대 상(商)나라의 궁녀들을 만하는 것 같고, 후정화는 나라가 망해가는 판에 불렀다는 궁녀들의 노래를 말한다.
4) 점향연광취(漸向烟光聚): 자욱해지는 안개 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간다는 말.
5) 인득(認得): 인식함이나 알아차린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