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기자단 김은배
중랑마을人이란,
중랑구에서 다년간 활동해온 마을활동가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마을활동기를 기록하는 마을기록활동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소개될 다양한 활동들을 기대해주세요 :)
“사람과 공감”, 무엇을 하는 곳이지? 이런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공간. 거창하지 않지만 소박하지도 않고, 힘주지 않지만 힘있는 박수영 선생님을 만나 사람과 공감, 마을미디어뻔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활동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되었나요?
예전에 민주 노동당에서 분당해서 나온 진보신당이 있었는데 그 당에서 지역 위원에 가입해 활동하던 중, 중랑구 당협위원회에서 지역 기반으로 하는 운동을 해보자 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마포구에서 진행하고 있던 민중의 집 운동이라는 게 있었어요. 유럽에서부터 오래 해왔던 운동이라고 하는데 노동자나 민중이나 일반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면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공동체 공간을 만드는 운동이었거든요. 그 운동이 괜찮은 거 같아 중랑에서 해보자는 논의를 했어요. 그때 용마터널 개통 과정에서 밀려나는 주변 상가 분들과 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같이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분들과 작게 공간을 마련해서 시작하게 된 거죠.
사람과 공감에서의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이 공간의 정식 명칭은 중랑 민중의 집 사람과 공감이에요. 삶과 공간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사람과 공감의 주요 사업은 교육, 공간대여, 연대 활동 같은 것이 있어요.
가장 큰 사업은 주민 대상으로 강연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입니다. 매월 월례 강연이라고 해서, 사회 인사를 초청해 강연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왔어요. 공간을 나누는 활동도 해요. 예를 들어, 면목초 학부모회 어머님들이 아이들 대상으로 종이접기 교실을 운영하시는데 저희 공간에서 많이 하셨어요. 여기가 그렇게 좋은 공간은 아니지만 다른 단체에서도 필요하시면 대여해 드려요. 그 밖에 지역 노동조합과 연대해서 노동상담소 같은 것도 운영한 적 있었어요.
연대 활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사람과 공감이 철거대책위원회 분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시작한 것이다 보니 지역에 일이 있을 때 같이 연대하는 것은 저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연대 활동은 폭이 넓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요. 성명서에 연명하거나 기자회견에 참여한다든지 하죠. 세월호 사태 때 현수막을 달았는데 그 현수막 디자인을 제가 했고, 이번에 홍콩 민주화 시위 연대 활동도 함께했어요. 촛불 문화제 때 행사 음향을 지원하기도 하고, 마을 공동체 축제에 음향을 지원하곤 했습니다. 2017년에는 동아시아 대안공동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노 리미트(No Limit)라는 행사가 있었는데, 1회는 일본에서 했었고 한국에서 2회 행사가 열릴 때 저희가 지역과 연계해 기획해 강연도 만들고 했었죠.
마을미디어뻔에서의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2012년에 마을 공동체 사업이 시작되면서 그때쯤 마을 미디어 사업도 나왔어요. 저희가 2010년 10월에 민중의 집을 만들었지만, 주민과 접점이 없는 상태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때마침 마을 공동체 사업이 만들어졌고 그 마을 사업 중 하나가 마을 미디어 사업이었어요. 제가 신문기자 경력이 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미디에 익숙해서, 이 미디어 운동을 지역에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디어를 통해서 주민과 소통하며 접접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운동이 퍼져 나갈 수 있겠다 생각해 마을미디어뻔을 시작한 거죠.
마을미디어뻔에서 주로 하시는 활동이 무엇인가요?
마을미디어뻔의 주요 활동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마을 라디오 방송입니다. 팟빵이라고 하는 팟캐스트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 마을미디어뻔 채널이 있어요. 그 채널 통해서 주민 디제이가 진행하는 방송들 만들어 송출합니다. 마을미디어뻔의 모토가 “평범한 이웃들의 비범한 동네 방송”이거든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방송될 수 있는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주민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활동 목표로 지금까지 1,000여 개의 에피소드를 만들었어요.
대표적 프로그램은 50~60대 어머님 네 분이서 살아가시는 이야기 하시는 방송, 음악 하시는 봄눈별님이 음악 소개하는 방송, 엄마와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되는 딸이 진행하는 “엄마랑 딸이랑 랑랑”이라는 방송, 김완숙 문화해설사 선생님이 중랑 지역에 재미있는 역사적인 이야기나 걷기 편한 여행 거리를 소개하는 “중랑에 살거들랑”이라는 방송, 저희가 진행하는 “중랑 뉴스” 등이 있어요. 또, “타국의 자매들”이라고 중국에서 오신 이주 여성 두 분이 이주민을 대상으로 중국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한국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시라고 해요.
팟캐스트는 기본적으로 녹음한 파일을 올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통 1주, 2주 간격으로 녹음을 했어요. 시대가 많이 바뀌어 요즘은 유튜브 등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방송으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고 조금씩 진행 중에요.
디제이분들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희가 운이 좋았던 게, 지역에 이름이 좀 알려지게 되었을 때 마을 미디어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사업에 교육 사업이 있었어요. “주민 여러분도 라디오 디제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는 교육을 받은 분 중에서 몇몇 분들이 계속 방송을 해주셨습니다. 타국의 자매들을 진행하시던 분들은 ‘생각나무 bb 센터’라고 하는 이주 여성 단체를 통해서 소개를 받았어요. 저희가 라디오 방송을 하시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그분들이 방송을 하시게 된 거에요.
지금은 영상으로 옮겨 가려고 노력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시도를 하고 계시나요?
첫 번째는 코로나 시대가 되다 보니 유튜트 생중계나 줌(ZOOM)으로 연결할 수밖에 없잖아요. 저희가 음향이나 기본적인 장비, 기술이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마을이나 단체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두 번째는 사람과 공감의 월례 강연이나 교육, 중랑에 살거들랑이나 중랑 지역뉴스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요. 세 번째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영상 제작 의뢰가 있습니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실까요?
개인적인 것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영화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지역에서 독립영화관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같이 볼 수 있는 영화관이요. 노원구는 자체 미디어 지원센터가 있어서 상영관이나 녹음 공간 같은 것이 있는데, 저희도 영화를 보고 같이 얘기하는 것까지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인 거죠. 그리고 사람과 공간에서 하는 교육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좀 더 넓은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들을 만들고 운영해보고 싶어요. 지역의 마을 미디어 단체들이 직접 운영하고 참여하고, 공간은 열려 있어 주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활동의 보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짧은 기간 이벤트처럼 활동하다가 사라지는 지역 활동에 대한 주민의 거부감이 있어요. 초기에는 저희도 그런 단체라 생각하시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미약하나마 꾸준히 오랫동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그런 선입견을 극복하고 주민 곁에 친근하게 남을 수 있었던 것이 보람이에요. 그리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니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됐다는 것이 좋았어요. 무엇보다 미디어 활동을 통해 주민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드릴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마을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 힘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저는 힘들지 않아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 중 하나가,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에요. 힘이 조금만 더 들어가고 무리하게 되면 오래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그래서 오래 하자.’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씩이라도 길게 오래 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마을 활동이라는 것이 저한테는 그런 것이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해요.
왜 마을 일을 하시나요?
마을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저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을까, 저 동네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저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해서, 그걸 알고 싶어서예요. 하다 보니 재미있고 보람도 있어서 계속하게 됐어요. 특별히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것도, 뭔가 거대한 벽에 부딪혀 도저히 못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것도 있어요. 할 수 있는 만큼만 꾸준히 하고, 상황이 바뀌면 바뀌는 상황에 맞춰서 하고, 그러다 보면 뭐가 되도 되지 않겠어요?
마을에 기대하시거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는 마을에 크게 바라는 바가 없어요. 생각해보면 소소한 기대들이 있기는 하네요. 예를 들어, 저희 강연에 조금만 더 많이 와주셨으면 좋을 텐데, 라디오 방송 할 때 조금만 더 해주시면 좋을 텐데, 하는 그런 것들이요. 그렇지만 저는 마을보다는 행정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라는 게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진정 바라는 바는, 마을에 대고 바랄 것이 아니고 그런 사람들한테 바라는 거죠. 굳이 마을에 바란다고 한다면 “지금처럼 같이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오래오래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정도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