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과 초연 1841년은 슈만에게 있어서‘교향곡의 해’에 해당한다. <교향곡1번>과 후일<교향곡4번>이 된 두 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는 시기에 탄생한 피아노 협주곡은,당시 슈만의 의도대로 오케스트라의 효과와 구성에 많은 힘을 쏟은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아마도 전통적인 교향곡에 있어서의 소나타 형식보다는 낭만주의자로서 자신의 기질이 보다 자유분방하고 발전적인 양식을 도입한 환상곡 형식에 슈만은 많은 애착을 갖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또한 전통적인 협주곡의 형식에서는 많이 벗어나있는,오히려 그 변화하는 주제의 모습들은 어딘지 변주곡을 떠올리는 까닭에 환상곡이라는 제목을 붙이고자 했다는 가정에 높은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1841년 5월13일에서 20일 사이에 쓴 일기에 따르면,슈만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을 독립된 작품으로 출판할 생각이었지만 마땅한 출판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후 4년이라는 시간을 더 투자하여 2악장과 3악장을 작곡하여 1845년 여름에 이르러 정식적인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으로 완성했고,그 해 12월4일 드레스덴에서 페르디난트 힐러의 지휘와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되었다.이어1846년1월에는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의 지휘와 클라라의 협연으로 연주되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 해설
▲제1악장: Allegro affettuoso (아름답고 빠르고 즐겁게) 우선 제시부에서 독주와 관현악의 구분이 희미해졌다. 강력한 하행 옥타브로 시작하는 피아노의 다이내믹한 등장으로 시작한 뒤 제시부가 끝날 무렵에야 비로소 잠깐 피아노가 수반되지 않는 오케스트라 총주가 등장할 뿐이다.주제가 끊임없이 변형함에 따라 독주는 물론이려니와 오케스트라 또한 서정적인 모습을 잃지 않으며 변화해나가는 모습이 특히 그러하다. 게다가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와 대립하지 않고 종속하지도 않으며,가곡에 있어서 성악가와 피아노의 진실된 관계처럼,서로 조화를 이루며 동반자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 가운데 클라리넷이나 오보에 솔로가 가끔씩 시그널적인 멜로디를 노래 부를 뿐 두드러지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이것은 어떤 경우에는 실내악적인 정교함을,또 어떤 경우에는 보다 두터운 텍스추어로 음악에 질감과 힘을 더하는데,외형상의 이러한 효과는 후일 브람스가 오케스트라 작품에서 즐겨 사용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제2악장:간주곡(Intermezzo) Andantino grazioso(조금 느리고 웅대하게) 2악장은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톤의 인터메초 악장이다.단순한 ABA구성으로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주도 멜로디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특히 첼로와 피아노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으로서,이렇듯 느린 악장에서 첼로를 사용하는 기법은 이후 브람스 또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2번>에서 보다 특징적이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계승된다. 피아노는 첫 주제로 돌아온 뒤 다음 알레그로 악장을 향한 힘찬 약진을 준비한다.
▲ 제3악장: Allegro vivace(경쾌하고 빠르고 즐겁게) 피날레는 규모가 큰 소나타 형식에 있어서의 론도 악장으로서,소나타 전체의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한 것이다.특히 피아니스트로 하여금 고난도의 아르페지오와8분음표 패시지를 대단히 바쁘게 연주하게끔 하는 부분이 등장하여,비르투오시티를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에 적절한 긴장감과 화려한 효과를 부여하는 모습으로부터 슈만의 작곡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2주제는 미묘한 교차 리듬으로 확장하며 길거나 짧은 단위로 등장한다.이후 론도 주제가 다시 등장하고 정통적인 방식에 따라 약간의 푸가토가 포함된 숨가쁜 발전부를 거친 뒤 오보에와 피아노의 대화에서 새로운 선율이 제시된다. 재현부 이후에 눈부신 시성과 우아한 지적 고양감이 충만한 코다에 이르러,환상곡풍임을 강조하기 위해 슈만이 그토록 집요하게 사용한 협주곡의 첫 주제가 녹아있다는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한 채,낭만주의의 상상력과 고전주의의 엄격함을 결합하여 19세기 피아노 협주곡 장르의 모범으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비로소 끝을 맺는다. <출처: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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