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蔑學徒勞道理深
학문 경시해도 도리는 깊으니
眞源邱在渺難尋
참 근원지를 찾기는 아득하네.
愚民病矣綠林化
우민은 병들어 도둑이 되어가고 1)
列國蕭然赤禍侵
열국 가만히 붉은 재난 침투하네.
竹里七賢皆變節
죽림의 칠현은 다 절의 바꾸고 2)
桃潭千尺孰知心
도담의 천 자 깊이 누가 아는가? 3)
乙支溫達歸何處
을지문덕 온달 어디로 돌아갔나, 4)
冽水鳴鳴痛至今
열수 계속 울려 지금껏 통탄하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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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녹림화(綠林化): 녹림은 푸른 숲인데 거기 아지트(agitpunkt)를 삼은 도둑의 소굴을 말하니 곧 (어리석은 백성이 병이 들어서) 녹림화, 도둑들로 변해간다는 뜻이다. 이어지는 대귀(對句)에 그렇게 온 나라들에 붉은 공산주의의 재난이 침투해 들어간다(赤禍侵)는 것이다.
2) 변절(變節): 의로운 기개와 절의(節義)를 상실하거나 배반함인데 진(晉)나라 초기 축림칠현(竹林七賢)은 어지러운 세상을 뒤로하고 대숲에 모여 도리어 노장(老莊)의 무위사상(無爲思想)을 논하며 살았던 그들이 본래의 절의를 배반했다는 말이 되지만 태도를 바꾼 것은 그 깊은 뜻이 있음을 이어서 설명한다.
3) 도담천척(桃潭千尺): 도담은 진(晉)나라 때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유명한 도화원기(桃花源記)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이란 말이니 그 물의 천 자나 되는 깊이를 (누가 아는가?) 심오한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비유이다.
4) 을지문덕(乙支文德), 온달(溫達): 을지문덕은 고구려 영양왕(嬰陽王/ 590-618 재위) 때 장군이고, 온달(溫達/ ?-590)도 고구려 영양왕(平陽王, 大興王이라고도) 때 아차산성(阿且山城)에서 신라군과 싸우다 전사한 장군.
5) 열수명명(冽水鳴鳴): 열수는 출렁출렁 소리 계속 울린다는 말. 열수는 이 앞 구(句)에서 을지문덕 장군을 말했으므로 수(隋)나라 대군이 평양으로 침공할 때 쳐부순 살수대첩(撒水大捷)의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사이를 흐르는 지금의 청천강(淸川江)이랄 수도 있다. 동시에 을지문덕과 같은 영양왕 시대의 온달(溫達) 장군을 언급했으니 한강변 아차산성과 관계하면 한강(漢江)을 열수라고도할 수 있다. 옛 문헌에도 그 두 강을 각기 열수로 표현하고 있으니,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강이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