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弱柳絲絲芳艸齊
수양버들 늘어져 방초 가지런하고
黃鶯出谷盡情啼
골짜기엔 꾀꼬리 진정으로 우네.
平蕪日暖伽倻國
잡초 무성한 가야 땅 따뜻하니
古來春回明活堤
예부터 명활제에 봄이 돌아왔네. 1)
身在兩南懷漢土
몸은 양남인데 서울 생각하지만 2)
人無三笑過湖溪
사람들 삼소 없이 호계 지나네. 3)
年踰八十歸猶晩
나이 팔십 넘어 늦었을 뿐이니
何待文王訪渭西
문왕 위수 방문 어이 기다리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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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활제(明活堤): 제방(堤防) 이름인 것 같은데, 지금의 경주에 신라 때 왜구(倭寇)를 막기 위하여 쌓았다는 명활산성(明活山城)이 있어 시인은 피란 중에 옛 역사를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2) 양남(兩南), 한토(漢土): 양남은 영남(嶺南)과 호남(湖南)을 말하고, 한토는 한양 곧 서울의 땅이다.
3) 삼소과호계(三笑過湖溪): 셋이 웃으며 냇물을 지나갔다는 말로, 삼소호계(三笑虎溪)이거나 그 고사(故事)를 돌려서 재구성한 표현일 것이다. 불가(佛家)의 전설로 중국 진(晉)나라 때 노산(盧山) 동림사(東林寺) 앞에 있던 시내가 호계였는데, 그 절에 살던 혜원(慧遠) 스님이 문인 도연명(陶渊明)과 도사 육수정(陸修静)을 배웅하면서 얘기에 심취하다가 그 시내를 무심코 건널 때 호랑이 울음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셋이 크게 웃었다고 한다.
4) 문왕방위서(文王訪渭西): 문왕은 서백(西伯)이라고도 하는데 주무왕(周武王)의 아버지로 위수(渭水)를 찾아가서 낚시를 드리운 노인 강태공(姜太公)이라고 알려진 강상(姜尙)을 만나 재상으로 삼고 주나라 건국의 기초를 놓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