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잎들이 무수하게 휘날렸다. 하늘 높이 보이는 태양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유유히 빛을 내고 있었다.
평화로운 맑은 날씨의 오후,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아래로 보이는 소녀의 모습은 마치 그림의 한 폭처럼 아름다웠다. 그런 소녀는 자신의 옆으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을 피하고자 자신의 붉은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손으로 꼭 붙잡았다. 소녀의 얼굴은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얗고 뽀했다. 모자와 같이 바람에 휘날리던 갈색 머리카락은 누군가가 빗으로 몇십 번이나 빗겨준 듯 정교했다. 소녀는 부드럽게 눈매를 휘더니 자신의 손을 꼭 붙잡는 작고 하얀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헬레나,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기분이 좋니?”
소녀는 자신의 손을 꼭 붙잡은 헬레나를 보며 기쁜 듯 들뜬 말투로 헬레나에게 물었다. 자신과 꽤 차이나는 어린 여동생을 보고 있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소녀는 헬레나가 자신의 손을 잡아준 것만으로도 눈에서 꿀이 떨어질 정도로 좋아하고 있었다.
“응! 언니하고 같이 와서 너무 좋아!”
그런 소녀는 여동생의 대답에 활짝 웃으며 자신처럼 고운 갈색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소녀와 헬레나가 서 있는 건너편 너머로는 긴 강이 유유히 펼쳐졌다. 강가 사이사이로는 나룻배가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 그런 나룻배에 타고 있는 뱃사공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긴 노로 강의 물길을 따라서 천천히 휘젓고 있었다.
소녀는 여동생의 존재를 잊은 듯 멍하니 뱃사공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헬레나의 손을 꼭 붙잡고 조금 전에 하녀에게 티타임 시간을 가지려고 부탁한 의자에 헬레나를 앉혀두고는 그녀에게 마카롱 하나를 손에 쥐여주었다.
“헬레나, 이건 마카롱이라고 불리는 음식이야. 한 입만 먹어도 입안에서 단 향기가 돌아서 무척 맛있단다 한번 먹어보렴.”
소녀는 자신의 여동생의 손에 마카롱을 쥐여주고는 소녀 또한 다른 색의 마카롱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한 번 먹자마자 달곰함이 입안에 퍼져 나갔다.
입안에 퍼져 나가는 달곰함 속에서 빠져들던 소녀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타시아 백작님!”
강가 맞은 편에서 집사가 크게 소리를 치며 말했다.
“황태자님께서 백작가에 도착하셨습니다!”
“....뭐?”
얼빠진 소녀의 사이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빨간 모자는 하늘 위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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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목적 없이 저희 백작가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가 뭐죠 황태자님?”
아타시아라고 불리던 소녀는 백작가의 백작이자 한 영지를 통괄하는 영주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총명하고 예리했으며 강했고 침착했다.
“... 약혼자라는 사이에 각자의 집에도 찾아오면 안되는 건가?”
“네, 이 나라의 작은 태양께서 이 허름한 곳에 무슨 볼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형식적인 사이에 인연을 두고 싶지는 않아요. ”
황태자는 하녀가 준비한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는 손짓부터 품격까지 황태자의 예법은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쓸어넘긴 검은 머리카락과 선명한 이목구비, 어둡지만 총명하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를 볼 때면 아타시아는 작년 데뷔탕트 때 무수한 귀족들이 왜 황태자만을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백작은 너무 나한테만 선을 긋는 듯해”
황태자의 작은 미소에도 아타시아는 그저 가짜 미소만을 꾸며 활짝 웃어보았다.
아타시아가 이렇게까지 황태자에게만 선을 긋는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황태자는 아타시아가 본 사람 중 제일 무서운 인간이었다. 첫 만남 때부터 인상 좋은 미소로 다가오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황태자의 시선은 항상 탐색만을 하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따라붙는 시선 속에서 빠르게 흘러가는 황태자의 머릿속을 생각하니 아타시아는 황태자가 지겨웠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황태자 뿐만이 아닌 귀족 사회에서는 모두가 그랬다. 남을 먼저 독대하기 전 수많은 정보와 자료를 찾아보고 만남을 진행한다. 아타시아는 그런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났지만 그 속에서도 황태자는 가장 위험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쭉 쓰고 싶어서 썼습니다:) 수정하기 귀찮아서 일단 내버려 둡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