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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간을 이용해 랏차담넌 거리 남쪽에 있는 주요 사원과 거리 끝에 있는 왓 프라 씽까지 구경을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오다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 호스텔로 돌아온다. 호스텔 야외 벤치에 앉아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호스텔에 마련된 커피를 타 아침을 먹는다. 오늘 밤도 여기서 묵을 것이기에 짐은 그대로 두고 샤워만 한 다음 다시 길을 나선다.
왓 판 삥 입구
왓 판 삥의 쩨디
왓 판 삥 쩨디 아래에 있는 동자승 상
왓 판 삥 머리 감는 여신(?)
아침에 계획한 대로 랏차담넌 거리 북쪽에 위치한 사원과 유적지를 돌아보기 위해 숙소 근처에서 다리를 건너 라차위띠 거리(Thanon Ratchwithi)로 간다. 다리를 건너 350m 쯤에 있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니 왓 판 삥(Wat Phan Ping)이 나온다. 사원 입구에는 태국 전통의상을 하고 합장을 한 조각상이 사원 방문을 환영한다. 규모가 그다지 큰 사원은 아니지만 금빛 쩨디 아래 동자승 조각이 귀여우면서도 예쁘다. 쩨디를 지나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감는 모습(?)의 예쁜 여신상이 보이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사원 안 숲에는 닭들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고 있다.
3왕 동상에서
왓 판 삥을 나와 한 블록 더 가니 3왕 동상(Three King Moument)가 나온다. 동상 앞 광장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으며 몇몇 시민들은 향을 피우며 동상에 절을 하고 있다.
태국 왕실 복장을 한 3왕 동상
3왕 동상(Three Kings Monument)은 전형적인 14세기 왕실 복장을 착용하고 있는데 중간에 있는 인물이 란나 왕국의 멩라이 왕으로 좌우에 있는 람캄행 왕과 음암므앙 왕을 화해하도록 중재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태국 북부지역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3명의 왕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세 왕이 같은 시기에 왕을 했으며 이 시기가 북부 지역이 급격히 발전한 시기라고 한다. 수코타이 왕국의 영토를 오늘날 라오스의 비엔티안과 루앙프라방까지, 서쪽으로는 미얀마의 인도양 해안까지, 남쪽으로는 말레이 반도까지 확장했던 람캉행 왕과 치앙마이, 치앙라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란나 왕국의 멩라이 왕, 그리고 파야오 왕국의 음암므앙 왕이다. 이 세 왕은 서로 사이좋게 지냈지만 나중에 람캉행 왕이 음암므앙 왕의 아내를 탐해서 멩라이 왕이 중재했다고 한다. 람캄행 왕은 응암므앙 왕에게 99만 9,000개의 자패(옛날 화폐 : 조개)로 사과함으로서 마무리되고 이 사건으로 세 나라의 왕은 삥 강변에서 맹약의 표시로 자신들의 손가락의 피를 받아 나누어 마셨다고 한다. 역시 여자가 국가보다 앞서는가 보다.
치앙마이에 이 3동상이 세워지게 된 배경에는 멩라이 왕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된다. 멩라이 왕은 굉장히 오픈된 외교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치앙마이를 건설하기 위해 람캉행 왕과 음암므앙 왕을 초청해 자문을 구하였다고 한다.(그래서 세 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세 왕이 친해진 것은 셋 모두가 롭부리란 당시 유명한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아서라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이 빈번했던 시기에 외교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힘이 강한 수고타이의 람캉행 왕이 북쪽과는 동맹을 맺고 남쪽을 정벌하기로 한 것이 컸을 것이고 나머지 왕들 또한 힘에 제압당하지 않을 정도의 자기 세력을 굳게 지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란나 민속박물관(Lanna Folklife Museum)
3왕 동상 건너편에는 란나 민속박물관(Lanna Folklife Museum)이 보인다. 그런데 3왕 동상에서 만난 한국 여행객이 입장료만 비싸고 볼 게 별로 없다고 한다. 시간을 쪼개 들어가 보려 했으나 도이 수텝에서 돌아오는 길에 치앙마이 국립박물관을 보기로 하고 왓 치앙 만(Wat Chiang Man)으로 발길을 돌린다.
왓 람 창 법당 입구
왓 람 창 법당 입구에 있는 조각상
왓 람 창을 상징 코끼리
왓 람 창의 허물어진 쩨디
빠뚜 창프악 쪽으로 걸어가다 타이항공 건물에서 우측으로 돌아 가다보니 왓 치앙 만 건너편에 사원이 하나 보이는데 관광객들이 꽤 많이 보인다. 왓 람 창(Wat Lam Chang)이란 사원인데 사원의 위치가 쏨펫 시장과 골목으로 연결돼 있어 시장 구경을 마치고 왓 치앙 만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사원은 왕궁을 건설할 때 코끼리가 머물던 곳이라고 한다. 법당의 문은 잠겨 있어 법당 내부는 볼 수 없지만 법당 벽 장식과 그 앞에 있는 옥 불상, 코끼리 상, 태국 전통의상을 입고 기도하는 조각 등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법당 옆에는 붉은 벽돌로 쌓은 쩨디가 반 쯤 허물어진 채 방치되어 있다. 왓 람 창을 나와 건너편에 있는 왓 치앙 만(Wat Chiang Man)으로 간다.
정문에서 본 왓 치앙 만(Wat Chiang Man) 대법당
대법당에서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
치앙마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왓 치앙 만은 1296년 멩라이 왕이 치앙마이에 새로운 도읍을 건설하면서 건립되어 왕궁으로 사용되었던 사원이다. 사원 정문으로 들어서니 금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대법당 건물이 나를 맞이한다. 대법당 입구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고 대법당 안으로 들어가 입장료 대신 합장 삼배를 하고 법당 안을 둘러본다.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법당 중앙 제단에는 큰 좌불상과 작은 불상들이 놓여 있고 제단 앞에는 꽃 공양을 올리고 기도하는 신도들이 보인다.
대법당 뒤 작은 법당
작은 법당 내에 안치된 프라 실라(중앙 에 있는 불상)
작은 법당 내에 안치된 크리스탈 불상
이 사원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본당의 오른쪽에 작은 법당에 있는 불상 2기로 법당 안 왼쪽의 불상이 치앙마이 최고로 손꼽히는 프라실라(Phra Sila), 오른쪽 불상이 크리스탈 부처로도 불리는 프라 쌔 땅 따마니(Phra Sae Tang Tamani)다. 프라 실라는 비를 내리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농경국가에서 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프라 실라의 중요성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크리스탈 부처는 스리랑카에서 전래되었다는 석조 조각으로 예전에 큰 불이 났을 때 크리스탈 부처는 불에 그슬리지 않아 재앙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전해진다.
작은 법당 벽에 있는 탱화
법당 안, 벽은 부처님의 일생에서 대중을 설교하는 그림 등 불교 탱화로 가득해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탱화를 보면 부처의 가르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대법당 뒷편 회랑에 있는 불상들
대법당 뒷편 회랑에 있는 불상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대법당 뒤로 돌아가다 보니 대법당을 둘러 싼 회랑에 갖가지 얼굴과 모습을 한 불상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곳에도 시주를 하며 무릎 꿇고 기도하는 현지인들이 많이 보인다. 태국의 사원을 다녀보면 어느 곳이나 신도들이 경건한 자세로 불상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불교국가임을 실감하게 해 준다.
왓 치앙 만의 쩨디
왓 치앙 만 후원에 있는 멩라이 왕 동상
법당 뒤에는 많은 코끼리가 탑의 기단을 받치고 있는 홤금색 쩨디 창 롬(Chang Lom)이 있고 그 뒤 정원에는 이 사원을 최초로 만든 멩라이 왕 동상이 사원의 주인인 것처럼 근엄한 얼굴로 사원을 내려다보고 있다.
왓 치앙 은의 좌불상과 쩨디
왓 치앙 은 내 조각상(뭔지 모름)
왓 치앙 만을 나와 해자를 건너 도이 수텝으로 가는 썽태우를 타러 빠뚜 창프악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우측에 커다란 좌불상과 쩨디가 보인다. 잠시 들러보기로 하고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입구에 왓 치앙 은(Wat Chiang Yeun)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하다 도이 수텝으로 얼른 가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좌불상과 쩨디만 둘러보고 나온다.
치앙마이 성 북쪽 해자
치앙마이 성 북문인 빠뚜 창프악
도이 수텝행 썽태우 정류장
도이 수텝 입구 썽태우 정류장 부근
왓 치앙 은을 나와 해자를 따라 잠시 걸으니 해자 건너편으로는 치앙마이 성 북문인 빠뚜 창프악이 보이고 사거리에 썽태우가 줄지어 서 있는데 근처로 가니 썽태우 기사가 도이 수텝 가느냐 한다. 그렇다고 하니 옆에 앉아 기다렸다가 10명이 되면 간다고 한다 . 20여분을 기다려 서양인 여행객 등 10명이 차자 썽태우 기사는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도이 수텝 가는 길은 시내를 벗어나 산으로 향해 가는데 도로는 포장되어 있지만 심한 경사와 S자 형 길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서양 여자 2명은 소리를 지르는데 다른 두 명의 서양 남자들은 썽태우 뒷 꽁무니에 매달려 속도감을 즐긴다. 30여분 만에 도이 수텝 아래 정류장에 도착한다. 정류장 주변과 도이 수텝으로 가는 입구에는 어느 관광지나 마찬가지로 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진을 치고 있다.
도이 수텝으로 오르는 문
태국에 와서 치앙마이를 방문하지 않으면 태국을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고, 치앙마이에서 도이 수텝을 방문하지 않으면 치앙마이를 다녀간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왓 쁘라탓 도이 수텝은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절이다. 일반 관광객에게는 그냥 관광명소이지만 태국인에게는 성스러운 성지로서 참배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나도 치앙마이에 왔으니 도이 수텝은 봐야겠지?
도이 수텝 안내문
도이 쑤텝은 치앙라이를 대표하는 사원으로 해발 1,610m, 쑤텝 산 중턱(1,056m)에 1373년 끄나(Keu Na) 왕 때 세운 사원으로 공식 명칭은 왓 프라탓 도이 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이지만 줄여서 도이 수텝이라 부른다.“왓”은 사원,“프라탓”은 부처의 사리, "도이"는 태국어로 산이란 뜻이며, "수텝"은 신선이라는 뜻으로 즉 신선 산이 되는데 옛날부터 많은 도인들이 도를 닦기 위해 이곳에 올라갔다가 신선이 되어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 그때부터 "도이 수텝"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1386년 란나 왕국 게오나 왕 때 이곳 사람들은 수코타이 왕국으로부터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얻어 신성시 여기는 흰 코끼리의 뒤를 따랐는데 그 흰 코끼리는 도이 수텝의 정상에 오르자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이를 선성 시 여긴 사람들은 이곳에 4m의 구덩이를 파고 부처님의 진신사리 상자를 안치하고 사리탑과 사원을 세웠다. 그 후 이곳에 살던 모든 신선들이 어디론가 홀연히 떠났다고 전해져 온다.
도이 수텝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원이 있는 곳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양쪽으로 네 마리의 Naga가 계단의 양 옆 난간을 지키고 있는 300여 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과 다른 하나는 돈을 내고 입구 우측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오르는 것이다. 난 Naga가 지키고 있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기로 한다. 동남아 사원 어느 곳에서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사원 앞을 지키는 사가(뱀)이다. 내가 가 본 거의 모든 사원의 입구에는 머리가 홀수인 뱀들의 조각이 있는데 보리수 아래서 부처님이 수행 중에 비가 내렸는데 뱀 한 마리가 머리를 틀어서 수행하는 부처님이 비를 맞지 않도록 도운 것이 계기가 되어 뱀은 수행하는 불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의 상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불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뱀이 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도이 수텝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만난 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입은 아이들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데 7~8세 쯤 도 보이는 소수민족 어린아이들이 그들 특유의 화려한 옷을 입고 장난을 치고 있고 몸이 좀 통통하거나 나이 드신 분들은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 쉬어가고 있다.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올라 우측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 사원 입구로 들어간다. 사원을 들어가기 전 우측으로 전망대로 가는 길엔 복을 무르기 위해 종을 치는 사람들도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치앙마이의 전경이 압권이란 이야기가 있어 전망대에 올랐지만 자욱한 안개에 가려 치앙마이 시내는 보이지 않는다.
도이 수텝 경내에 있는 태국 국왕 부처의 사진
다시 사원 입구로 돌아와 계단을 오르려니 사원 경내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고 짧은 바지나 무릎이 드러나는 치마는 입장이 제한된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나무 주변으로는 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관광객이 벗어 놓은 신발이 수북해 나도 그곳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고 사원 경내로 들어간다. 경내로 들어가기 전 건물에는 태국 국왕과 왕비의 사진을 걸어 놓아 이곳이 왕정 국가임을 보여준다.
부처님의 사리가 안치되어 있다는 황금 쩨디
경내로 들어서니 우선 24m 높이의 황금 쩨디가 눈에 띤다. 이 황금 쩨디는 란나 왕조 시절 부처님 사리를 운반하던 흰 코끼리가 스스로 쑤텝 산으로 올라 세 바퀴 돈 다음 쓰러져 죽은 자리에 탑을 세우고 당시 흰 코끼리가 운반해 왔다는 사리가 우산 모양의 쩨디 상단부에 안치되어 있어 대단히 신성시된다고 한다.
황금 쩨디 주변의 황금 불상
진신 사리를 모셔 놓은 금빛 탑 주위에는 여러 모양의 조각들을 나열해 놓았고 모든 조각상들이나 탑은 완전히 금빛으로 도금되어 있다. 인도나 미얀마, 태국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어이 그리 황금을 좋아 하는지? 황금빛이 제일 화려하니 최고요, 감히 아무도 넘 볼 수 없는 경배의 마음이 우러러 나오도록 그리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황금 쩨디 주변에서 공양을 드리는 사람들
쩨디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고 꽃 공양을 하거나, 종을 치거나, 불경을 외우며 탑 주위를 돌거나,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절을 하거나, 자기 나름대로 각기 지극한 정성을 바치고 있다. 사람들 몸가짐이 진중하고 경건하다. 태국 불자들 깊은 믿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사원 주위에 있는 복을 부른다는 종
사원 주위에는 33개의 종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며, 이 종을 모두 두드리면 복을 받는다고 해 종을 치는 관광객도 있다. 한편에는 사원이 세워진 유래를 크게 목각하여 세워져 있고 태어난 요일을 중시하는 요일별 부처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사원의 흰코끼리 상
경내에는 이곳까지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시고 와서 죽었다는 흰 코끼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코끼리 상을 입구에 세워놓았다. 태국에선 흰 코끼리가 태어나면 성스러운 징조라 하여 왕에게 진상한다고 한다.
도이수텝사원 초대 주지 부바씨 위차이 스님
전망대에서 바라 본 치앙마이 시가지(안개로 가려 있음)
도이 수텝을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 전망대쪽으로 가면 치앙마이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오늘은 안개가 자욱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도이 수텝 아래 언덕에 있는 불상들
300여 개의 계단을 내려와 찐 옥수수와 팟타이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가기 위해 계단 좌측 언덕에 보이는 정자로 간다. 그런데 이 언덕 위 정자에는 천수관음상을 안치해 놓았고 그 우측엔 커다란 좌불상과 이름 모를 고승의 청동상이 있어 관광객들이 사진 찍느라 바쁘다. 휴식을 포기하고 내려와 치앙마이로 가는 붉은색 썽태우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