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CF 담당자들이 F/S를 완료하고, 수원국과 최종 협의 과정을 거쳐야만 EDCF 차관을 제공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치게 되지만, 사실 최초 사업내용을 협의하는 PCP 단계에서 이미 해당 사업이 차관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상당 부분 판단할 수 있다. 그 판단이 서야지만 양국간 상호 차관추진을 위한 국내 절차를 이행하게 되고 나아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서 그 사업의 타당성여부를 검증하는 F/S를 추진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원국이 차관사업을 신청할 때 EDCF가 차관 제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주요 기준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양국간 경제개발 또는 차관지원의 정책적으로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 둘째는 해당사업을 실행하기 위해 한국기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셋째는 해당사업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넷째는 수원국의 사업실시 부처가 강력한 추진의지를 갖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해당사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저항이 없는지, 즉 민원이 없는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첫째, 정책적 부합성을 보자. 한국정부의 EDCF 주요 정책은 국무조정실의 국가협력전략(Country Parynership Strategy : CPS)과 기재부의 EDCF 중기운용방향을 참고한다. 두 정책서 모두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주요 대륙별, 또는 주요 국가에 대한 집중지원 전략을 보여준다. 때로는 EDCF 지원상품을 개선한 새로운 모델도 보여준다.
CPS는 한국의 유무상원조를 모두 포함하며 동 자료는 인터넷의 국무조정실 ‘ODA Korea’ 사이트에서 전문을 다운받아 볼 수 있다. 기재부의 중기운용방향은 ‘EDCF 블로거’에서 요약내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수원국의 정부정책, 중장기 개발계획과 부합하는지는 그들로부터 대면협의 또는 PCP의 설명과 추가 자료를 통해 해당사업의 우선순위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 판단이 가능하다.
둘째, 우리기업의 경쟁력이다. 사실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서 우리의 지원부문은 CPS나, 기재부의 중기운용방향에 먼저 반영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경쟁력 부문은 우리기술의 수준과 개도국의 수요 등을 고려해서 결정된다.
현재, 우리기업의 경쟁력 부문은 그린(신재생에너지 등)부문과 디지털부문(전자정부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자정부 분야는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인정받아 왔으며, 한국 기업의 해외 수익 비중(외화가득률)이 가장 높은 분야 중 하나이다.
한편, 우리정부는 최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차관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희토류 등 주요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인근의 도로망 구축, 발전설비 건설 등을 EDCF 차관으로 지원할 경우, 우리나라의 자원확보가 더 쉬워질 것이다.
EDCF법인 ‘대외경제협력기금법’의 1조를 보면 양국간 경제교류 증진이 EDCF의 목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는 곧 우리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는 의미이다. EDCF 차관사업 참여를 통해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수원국 정부 자체예산사업, 인근 국가 추가 수주 확대 또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다자개발은행(MDB)의 발주사업에도 참가할 수 있는 사업경험을 마련하게 된다. 그 경험으로 입찰 참여시 가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EDCF 정책수립, 변경, 개정 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우리기업의 참여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이다.
셋재, 경제적 타당성이 양호해야 한다. EDCF 사업의 수혜자는 최대한 많아야 한다. 즉, 특정 소규모 집단에 대한 혜택제공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공성과 사회적 편익(현금 수입보다는 간접적 이익을 강조)이 커야 한다.
또한, 현금 수입은 작아야 한다. 최소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현금 수입은 있을지라도, 그것이 너무 커서 해당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목적으로 인식될 경우, 정부대신에 민간기업이 들어와서 그 사업을 실행하도록 하는게 정부입장에서 쓸데 없는 세금 낭비를 막는 것이다. EDCF 차관은 ‘무상원조’가 아닌 수원국이 빌려 쓰는 자금이므로, 결국 그 나라 국민의 세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사업실행기관은 모두 정부부처이다. 정부로부터 직접 통제를 받는 공기업도 사업실행기관이 될 수 있다.
넷째, 수원국 사업실시기관(예, 정통부, 보건부, 교통부 등) 담당 공무원의 사업추진에 대한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사업초기 발굴단계에서 해당 공무원들과 협의를 해 보면 그들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의지가 강한 공무원들의 경우, EDCF 담당직원들과의 협력도 매우 순조로우며, 사업실시를 위한 한국 계약자 선정 입찰과정도 비교적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을 경험한다. 공정하지 않으면 온갖 잡음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민원과 연결되고 사업은 지연되거나 심지어 취소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다섯째,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사업이어야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민원의 소지가 높은 사업은 발을 담그지 않는 것이 EDCF 사업 전체를 운용하는데 있어서 더 효율적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댐 건설이나 대규모 도로·철도 사업 등이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사업현장에 주거지를 두고 있는 토착민들을 모두 이주시켜야 하는 난제에 부딪힌다. 때로는 희귀 식물, 동물 등의 멸종에 대한 우려로 환경파괴 반대라는 민원이 유발된다. 이러한 민원에는 현지 NGO나 한국내 NGO도 동참해서 사태는 더욱 커지기도 한다.
물론, EDCF 담당자들이 환경파괴, 토착민 이주에 대한 수원국 정부의 모든 대책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그 나라 정부가 이주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이주보상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 다면,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 NGO의 개입 등으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확률이 높다.
일본 원조기관인 JICA의 경우도 오랜 그리고 다양한 민원 경험을 바탕으로 댐 같은 사업은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요약하자면, EDCF 차관사업의 적격성 검토는 단순한 경제성 분석이 아니라 정책적 방향, 한국 기업의 경쟁력, 공공성, 추진 의지, 사회적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과정이다.
이 다섯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EDCF 사업은 ‘개도국 발전’과 ‘한국의 국제협력 강화’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