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漁村詩卷
제어촌시권
어촌의 시에 제하다
권근(權近, 1352 ~ 1409)
蒼山之陽大江邊
창산지양대강변
창산 남쪽
큰 강변
茅屋竹籬相接連
모옥죽리상접련
대 울타리 초가집
서로 이어 있네
民風朴略羲皇前
민풍박략희황전
순박한 주민 풍속
복희씨(伏羲氏) 이전이라
耕田釣水終歲年
경전조수종세년
밭 갈고 낚시하며
보내는 일평생
上供征輸猶有錢
상공정수유유전
위로 세금 바치고도
돈이 남아서
仰事俯育常懽然
앙사부육상환연
부모 모시고 아이 기르며
항상 싱글벙글
有士歸去辭班聯
유사귀거사반련
높은 벼슬 사직하고
돌아간 한 선비
綠蓑靑蒻何翩翩
록사청약하편편
부들 삿갓 푸른 도롱이
여기저기 휘적휘적
晨起持竿乘小船
신기지간승소선
새벽 일어나 낚시 들고
작은 배에 올라
泛泛隨潮行泝沿
범범수조행소연
둥실둥실 물결 따라
오르락내리락
江煙漠漠月中還
강연막막월중환
자욱한 강 안개 속
달빛 싣고 돌아와
蘆雨蕭蕭蓬底眠
로우소소봉저면
갈대숲 비 소슬한데
띠배 속 잠을 자네
任看光陰如逝川
임간광음여서천
세월이야 냇물처럼
가거나 말거나
載酒自樂時烹鮮
재주자락시팽선
술 싣고 즐기며
때론 생선도 삶고
高歌濯纓且扣舷
고가탁영차구현
갓끈 씻는 노래 높이 부르고
뱃전도 두드리며
得魚不得俱忘筌
득어부득구망전
고기 잡든 말든
통발조차 잊었다네
嗚呼此士眞才賢
오호차사진재현
아아, 이 선비 진정
재주있고 현명하네
吾知終入非熊畋
오지종입비웅전
내 보기엔 끝내
큰 인물 될 것일세
* 高歌濯纓(고가탁영) : 갓끈 씻는 노래. 창랑수(滄浪水)에서 어린아이가 노래 부르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탁하면 내 발을 씻으리로다.” 하였다.
* 得魚不得俱忘筌(득어부득구망전) : 고기 …… 잊었네. 《장자》에, “통발은 고기를 가두기 위함이나, 고기를 얻으면 통발을 잊는다.” 하였다.
* 才賢(재현) : 재주있고 현명함.
畋 : 밭 갈 전. 봄에 하는 사냥의 통칭.
* 入非熊畋(입비웅전) : 문왕(文王)의 점(占). 주 문왕이 사냥하려 할 때 점을 치니, “큰 것을 잡으리니 검은 곰도 아니고 누른 곰도 아니니, 하늘이 너의 스승을 보내리라.” 하더니, 위빈(渭濱)에 사냥 나가서 거기서 낚시질하는 강 태공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