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자 선언에 자주 언급되는 소설 <반지의 제왕>
반지 운반자 '프로도 배긴스' 인물과 동료에 대한 소개는 이러하다.
프로도가 반지를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파괴했다면, 그 의지와 업적으로 살아있는 절대반지가 되었을 것이다.
프로도의 최선에도 운명의 힘(골룸이 반지를 빼앗고 기뻐하다 용암에 빠져 반지는 사라진다) 이 필요했던 건, 오히려 다행이다.
p168. 인간의 의지를 넘어서는 우연의 힘
p151. 세상이 위험할때면 누군가는 소중한 것들을 내려놓고 상실하게 돼. 다른 이들만큼은 그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도록 말이야.
소중한 것이 곁에 있다면 우리 자신의 노력 덕분이 아니라, 반지를 운반하는 프로도 같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공헌하는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감지하지도 못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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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의 수첩, 최수근 -그는 프로도일까?
한국어학당 노조 지부장
p8
교육 노동자로서의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보람'에서는 72% 긍정적이었으나 '사회적 인정'과 '안정성' 수입과 처우' 등에서는 모두 부정적이었다.
여기까지 국립국어원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된다. 한국어 교육 노동자는 자신의 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나, 그에대한 처우는 불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한국어 교육 현장이 노동자의 열정과 보람을 연료 삼아 유지되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일까?
p25
여전히 궁금하다. 노동조합 일을 왜 다들 거절할까. 언론에서 그려지듯 특권을 누리는 집단이라면 오히려 다들 앞다퉈 나설 텐데, 불이익을 두려워 하는 거라면, 노동조합은 오히려 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도록 법적으로 체계화된 조직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조합을 해본 적도 없는 데, 경험 없는 일을 이렇게까지 회피하려 애쓰는 마음은 무엇일까.
노동조합 설립과정을 책임지는 일은 내가 맡기로 했다. 연차수당 체불 대응팀의 다른 강사들은 꼼꼼한데다 계산과 자료 수집 등의 업무를 잘하는데 나는 이런 업무에 둔하다. 대신 노동조합 설립처럼 경험 없는 일에 기꺼이 발을 내딛는 일은 내가 맡을 수 있다. 다만 아무개의 부탁을 받아 노동조합 대표자로 나선다고 하면 아마 '내가 최수근을 움직여 일을 맡겼다고 공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을까 염려해 일단 유보하기로 한다.
p16
A씨는 내일 다시 학생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하루는 10주 후면 끝날 테고, 어쩌면 이번 학기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다음 학기에 또 강의가 주어질지는 알수 없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바로 새로운 구직활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고, 다시 한국어를 가르칠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 한학기동안 학생들과 쌓아 온 교감은 무용하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p52
집으로 돌아와서 함께 사는 친구에게 오늘의 일을 들려주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곤욕을 치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친구는 서로의 불행을 겨루지 말자, 하고 조언해 주었다.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