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한강기맥 07차(불발령~구목령) 강원도 홍천군, 평창군. 산 행 일 : 2018. 06. 09.(토) 산행코스 : 자운2리 마을회관 + 불발현 ~ 청량봉 ~ 장곡현 ~ 1191봉 ~ 구목령 + 생곡2리 (8.4km(어프로치) + 9.3km(한강기맥) + 8km(하산) = 25.7km, 9시간 남짓) 산행참가 : 18백두.
<산행지도>
다음 주 화요일(6/12)에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또한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는 게 좋은 것인지는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그리고 북한 체제 보장이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으로 이어져 현재의 분단 상황을 고착화시키는 게 아닌지와, 분단된 상태에서 항구적인 평화가 유지 가능한 것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어쨌거나 그런 일들은 위정자들의 몫이니 우리는 오늘도 산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알람 소리에 깨어나 산행 준비를 하며 창밖을 보니 전혀 생소한 느낌이 든다. 지도를 꺼내어 확인을 하니, 예정된 자운 2리 마을회관이 아닌 자운 2리 경로당에 와 있다. 이곳 자운리라는 동네가 워낙 커서 웬만한 시(市)의 크기인지라 마을회관과 경로당의 거리가 7km넘게 떨어져 있다. 밖으로 나간 분들을 불러 다시 태우고는 원래 목적지인 자운 2리 마을회관으로 돌아 간다. 그런데 전용버스가 아닌 다른 회사의 차를 임시로 배차 받은 상태라서 그런지, 버스 기사가 마을길로 접어들며 들어가기를 주저한다. 원래 자운 2리 마을회관에서 2km 남짓 더 들어가면 나오는 물안골 갈림길 삼거리까지 가려 했으나, 좁은 삼거리에서 회차를 하다가 문제가 생길수도 있겠다 싶어서, 널찍한 공터가 있는 마을회관 앞에서 정차하고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자운 2리 마을회관 앞에서 한강기맥 산행을 시작한다.
최근 30도를 넘는 더위로 무척 걱정을 했었는데 강원도 오지라서 그런지 바깥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옅은 안개가 끼어 있음에도 북쪽 능선 위에는 예쁜 조각배 모양의 그믐달이 걸려 있다.
강원도 산골 오지임에도 외딴 농가주택이 번듯하다. 이 지역이 고랭지 채소 재배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어서 일께다.
넓은 밭에는 감자가 그득 심어져 있다. 아마도 이 감자가 출하될 즈음에는 감자가 들어있는 감자탕을 먹을 수 있을 듯..ㅋㅋ
산자락의 외딴집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다.
넓은 감자밭 가장자리에 자리한 농가가 유럽의 농촌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불발령 방향 임도 갈림길에서 우틀하면,
백두대간 트레일 안내소가 있다. 안내판도 과한 듯한데 안내소 번듯하게 설치되어 있다.
임도 차단 시설을 통과하면 임도는 우거진 숲속으로 완만하게 이어진다.
임도 가장자리에 도열한 구철초들의 환영을 받으며 느긋한 걸음으로 불발령을 향한다.
출발하여 한 시간이나 걸었음에도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는데,
백두 최고의 산행 실력을 자랑하는 서 여사님이 갑자기 주저 앉는다. 느닷없는 복통에 영식 형이 가지고 다니던 복통약을 복용케 하고, 뒷일은 여성회원들에게 맏기고 남자들은 배낭만 받아 들고는 가던 길을 이어간다.
앞쪽으로 지난 구간에 걸었던 한강기맥 능선 조망을 감상하며,
뒤에 남겨둔 서 여사님과 여성회원들 걱정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더디게 이어간다.
맑은 물이 한가득 흐르는 계곡 앞에 정자가 있는 쉼터를 지난다.
쉼터 한켠에는 백두대간 트레일 안내판이 있다.
백두대간 트레일은 산림청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조성한 숲길이다. 그 백두대간트레일 중 홍천 구간이 이곳 불발령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모양이다. 자료를 보니 홍천군 내면 광원리 월둔교에서 내면 자운리 불발령 정상까지 약 44km를 총 5개 구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중 임도구간은 MTB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한강기맥 능선의 북쪽 방향 지능선들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고 있다.
복통을 호소하던 서 여사님의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연락에 119를 부르게 하고는 손 총무님이 서 여사님의 배낭을 가지고 돌아간다. 증세가 진정되었다는 소식을 기대하며 불발령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주변 울창한 숲에서 내뿜는 좋은 기운도 복통에는 효과가 없는지, 기다리는 회복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청량한 아침공기에 가벼워야 할 걸음걸이가 더없이 무겁게 느껴지며, 주변 풍광들에는 제대로 눈길을 줄 여유도 갖지 못한다.
회령봉과 한강기맥 능선이 한층 선명하게 다가오는가 싶더니,
아담한 초가정자가 있는 불발현에 도착하며 자운2리 마을회관에서 이곳까지 9km에 까까운 어프로치를 마감한다.
<불발현/불발령(佛發峴, 1,013m)> 강원도 홍천군 내면 자운리와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를 연결하는 고개로, 넓은 임도 삼거리 동측 둔덕 위에는 산림청에서 최근에 설치한 듯한 산악기상측정장비가 있고, 멋진 초가 정자(산사랑쉼터)가 있으며, 박정렬 여사의 '폭설 속의 샅신모정' 안내판이 있다. 불발령은 아름다운 숲길이라 하여 산악자전거와 트레킹 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지만, 1970년대까지만 하여도 걸어서 넘어야 했던 험준한 고갯길이었다. 불발령의 지명 유래는 횃불(火)을 밝히(明)면서 넘었다고 해서 불바래기재, 불발령, 불발재, 불발현 등으로 부르던 지명이다. 그래서 불발령 중턱에 있는 마을 이름이 화명동(火明洞:불바래기)이 된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연유인지 불당(佛堂)이 있어 지명이 유래했다면서 최근에 '불발현(佛發峴)'으로 둔갑을 했다고 한다. 횃불을 밝히면서 넘어야 했던 불발령 고갯길은 박정렬여사 같은 일반 서민들의 한 맺힌 애환이 서려있는 지명이다. 한편 한국 전쟁 전초전이라 불리는 불발령 사건 때에는, 마을 주민들이 전투하는 국군들의 식사를 전담해서 이 고갯마루까지 지고 왔다고 하고, 동학농민항쟁 때 동학군들도 이 고개를 넘어 최후의 격전지인 자작고개로 갔다고 하는 유서 깊은 고갯마루다.
불발령 임도 개설비와 이정석.
복통을 호소하던 서 여사님의 증세가 완화되어 119를 돌려보내고는 불발령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한결 편아해진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친 백두들은 서 여사님 일행을 기다리며 일찍이 가져보지 못했던 한가로운 여유를 즐긴다.
백두들이 독차지한 불발현 정상 전경.
운두령 방향으로 이어진 임도를 천천히 걸어 보기도 하는 사이에,
서여사님 일행들이 도착한다.
기상관측시설 위에서 바라본 자운리 방향.
드디어 복동을 호소하던 서 여사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도착한다.
나중에 도착한 분들과 함께 불발현 '살신모정' 안내판 앞에서 인증을 남긴다.
불발현에는 살신모정(殺身母情)이라 부르는 슬픈 사연이 있다. 제주도로 이사 갔던 여성이 딸과 함께 친정을 찾았다가 눈보라를 만나 딸만 살리고 본인은 동사한 안타까운 모정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친정을 찾은 이유는 친정에 진 빚 10만 원을 갚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구목령에서 생곡리로 하산을 위래 트럭을 예약해 놓았는데, 승차 가능 인원의 제약으로 7명은 걸어서 내려가기로 하고 먼저 출발한다.
불발현에서 한강기맥 장곡현까지 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들머리 능선 좌측의 임도를 따라서 3km를 걸어가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정통 방식대로 마루금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백두들은 정통을 고수하기에 거침없이 정통 방식을 따라 마루금으로 오른다.
청량봉 방향 들머리로 들어서며 돌아본 불발령 전경.
운두령 방향 한강기맥의 북서쪽 지능선 조망.
잡목들과 풀들이 웃자란 거친 등로가 이어지더니 오래된 헬기장을 지난다.
헬기장의 한강기맥 이정표. 이런 이정표는 500m 단위로 세워져 있다.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 할 한강기맥 능선이 살짝 보인다. 아마도 한강기맥이 청량봉에서 급좌틀하여 남쪽 방향으로 이어지기에 바로 옆으로 나란히 보이게 되는 듯하다.
한강기맥 너머로 운무산과 서석면 일대가 살짝 조망된다.
가야 할 청량봉도 우측으로 보인다.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이 주변 조망을 막고 있는 등로를 따르다가 보면 두 번째 폐헬기장을 지나게 되고,
이내 춘천지맥 분기봉우리인 청량봉에 도착한다.
<청량봉(淸凉峰, 1,052m)>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과 홍천군 서석면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로, 영춘지맥 중에 춘천지맥의 갈림봉이다. 전에는 산 이름을 갖지 못했는데, 한강기맥에서 춘천지맥과 영월지맥이 분기하는 이런 큰 의미를 가진 봉우리가 무명봉으로 남아 있는 것을, 신산경표의 저자 박성태님이 생곡리를 지나 청량리라는 지명이 있음을 착안하여 청량(淸凉)이라는 신선한 이름을 지었고, 산객들 사이에서 구전되다가 홍천군에서도 비공식적으로 게시판이나 이정표 등에 그 이름을 쓰고 있다. 그리하여 현행 지형도에는 명칭이 없으나, 산경표와 대동여지도에는 현재의 지점에 청량산(淸凉山)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오대산에서 우측으로 계속 갈이 해 온 홍천군 내면과 이별하고 서석면을 새로 맞이한다.
한강기맥은 청량봉에서 급좌틀하여 이어지고, 북서 방향의 춘천지맥 하뱃재 방향 능선에는 버려진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혹여 조망이 보일까 기대를 하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한 산불감시탑을 올라가 보았으나, 주변 나무들이 웃자라서 조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청량봉 이정표.
빛바랜 한강기맥 안내판이 속삭이는 인생무상을 새겨들으며,
나도 청량봉 인증을 한 장 남긴다.
청량봉 정상 전경을 한번 더 담아두고 구목령 방향으로 한강기맥을 이어간다.
키 작은 조릿대밭 사이로 이어진 편평한 등로를 따르면,
좌측으로 벌목이 되어 조망이 트인 곳이 나타난다. 계방산이 바로 손에 잡힐 듯한데 네 번째 산행만에 이곳에 섰다. 역시 산행은 신령님의 보살핌이 있어야..ㅋㅋ
신령님의 벼락 도끼질 솜씨가 여간 정확한 게 아니다. 이찌 이리 정확히 이정목 꼭대기에 수직으로 넘어뜨릴 수 있는 건지!
불발령에서 청량봉으로 이어진 건너편 한강기맥 능선이 지척으로 나란히 보인다.
돌아본 불발령과 흥정산 갈림봉 방향.
등로 우측 나뭇가지 사이로 서쪽 아미산(960) 방향 조망이 쌀짝 트인다. 지도에 아무리 살펴보아도 저렇게 큰 산과 능선에 이름 조차 붙여지지 않았다. 그래 태고적부터 아무런 이름이 없었던 게지!
좌측 흥정산 능선 조망. 아래쪽으로 보이는 임도가 불발령과 장곡현을 잇는 임도다.
위 사진의 우측 흥정산 방향.
언제 또다시 올까 싶어서 다시 한번 카메라에 담는다.
등로에서 지천으로 만나는 국수나무 꽃을 담아 본다. 가지가 국수 가락 같다고 국수나무라 한다는데, 모양이 말끔하지 못하다고 거렁방이나무라고도 한다.
경사가 급하지 않은 작은 봉우리 오름길에 가이드 밧줄을 설치해 놓았다.
로프를 잡고 봉우리를 오르며 돌아본 불발령 방향.
국유임도 종점에 도착한다.
장곡현에서 봉우리를 돌아서 올라온 임도가 이곳까지 연결되어 있다.
서쪽 서석면 아미산 방향.
서쪽 홍천군 서석면의 산과 능선. 우람해 보이는 산과 능선들에 이름조차 없다. 그만큼 오지라 사람들이 찾지 않아서 그럴 게다. 우중앙 뒤쪽 멀리로 보이는 산은 용봉산쯤이다.
북쪽 방태산 방향.
살짝 당겨본 방태산 방향.
임도 종점에서 나무계단을 올라 잠시 진행하니, 장곡현에 도착한다. 한강기맥은 정면 임도를 따라 이어진다.
<장곡현(960m)>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과 홍천군 서석면의 경계 능선에 있는 고개로, 고개라는 느낌은 들지 않고 그냥 임도가 나있는 산판 도로 같은 분위기다.
임도가에 핀 붓꽃이 어여쁘다. 영문 이름이 아이리스(Iris sanguinea)인데, 몇 해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제목이 생각난다.
아이리스.
직진의 능선으로 이어진 임도를 잠시 따르면 좌측 숲으로 들라는 이정표가 있다.
임도를 계속 따라가면 불바래기골을 지나 56번 국도로 이어진다. 한강기맥길은 구목령 방향의 능선 숲길로 들어선다.
살아가며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다 보면 만들어질 법한 모습의 나무들이 우리네 삶의 의미도 되새겨 보게 한다.
968봉쯤에 올라 혼자놀기 인증을 남긴다.
완만한 능선 숲길을 하염없이 걷다 보니 1089봉 꼭대기 이정표를 지난다. 구목령에서 걸어서 내려가야 하는 선두팀도 전혀 급한 기색 없이 봉우리만 오르면 쉼을 한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우려와 달리 기온이 많이 오르지 않고 상쾌한 건들바람도 불어와 우거진 숲길을 걷기에 딱 좋은 날이다. Good day to walk!
완만한 내림길에 짧은 급경사 내림길이 나오고,
안부를 지난 오름길에 쉬이 볼 수 없었던 바위도 만난다.
떨어진 이정표가 놓여 있는 1068봉을 지난다.
떨어진 이정표의 곡죽동 국유임도 방향은 청색 화살표 방향으로 표시되어야 하고, 한강기맥길은 녹색의 화살표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이런 나무를 보면, 옛날의 김작가님 생각이 난다.
1098봉 정상쯤에서도 어김없이 쉼을 하며 배낭털이를 한다.
한적한 숲길을 함께하는 백두들이 있어서 고독하지도 않게 걷기를 즐긴다.
장애물을 만나면 만나는 데로,
이채로운 바위를 만나면 눈길 한번 더 줘 보고,
부담스럽지 않은 오름길도 여유롭게 진행한다.
누가 나뭇가지에 비닐 풍선을 매달아 놓았다. 근처에 산삼밭이 있다는 표시가 아닐까 상상해 본다.
1081봉 정상에서 기맥길은 우측으로 휘어져 내려간다.
걷기 좋은 숲길을 가다 보니 심심해서, 가지 많은 나무 1.
산림청에서 500m마다 표지목을 설치해 놓아서 단조로운 능선길에서 목적지가 다가오는 느낌에 적적함이 덜해진다.
좀 더 가지 많은 나무 2.
작은 암릉을 만나 우회하여 지나고,
좀 더더 가지 많은 나무 3.
로프가 매어져 있는 짧은 암릉지대를 지나고,
제법 가파른 짧은 오름길을 오르면,
오늘의 최고봉인 1191봉 정상 직전 마루에 도착하여 쉼을 가진다. 이미 사과를 몇 차례 나누었는데 두규형의 배낭은 사과 화수분 인양 또 사과가 나온다.
그냥 숲이 좋아 쉬는 백두들.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1191봉 코팅지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1191봉 정상 인증은 셀카.
1191봉을 지나자 등로 주변의 웃자란 풀과 잡목을 베어서 정비해 놓았다.
구목령이 2km 남았다는 이정목을 지나면,
작은 암봉을 로프에 의지해 오르게 되고,
암봉 꼭대기 바위에 서면 흥정산 우측 뒤편으로 회령봉과 보래봉이 모두 시야에 들어오고,
잠시 전에 지나온 1191봉과 1181봉도 보인다.
흥정산 좌측으로 아침 식사를 했던 불발령도 가늠된다.
봉우리 남쪽에는 탁 트인 조망이 펼쳐지는 조망바위가 있다. 조망바위에서 멋진 폼을 잡아보는 보성씨!
앞쪽으로 펼쳐지는 우람한 능선이 한강기맥인 줄 알았는데, 지도를 꺼내어 자세히 보니 한강기맥은 우측 낮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한강기맥 능선은 1206봉 우측 능선으로 이어진다.
1106봉 뒤편으로 다음 구간 가야 할 한강기맥 능선과 덕고산도 조망된다.
한강기맥 다음 구간의 최고 난제인 운무산 방향 조망.
우중앙으로 홍천군 서석면 소재지도 조망된다.
이어갈 한강기맥 능선을 다시 한번 담아보고,
풍력발전기가 즐비한 태기산 정상도 살짝 당겨 보고,
다음 구간의 난제로 떠오른 운무산도 당겨 본다.
조망바위를 뒤로하고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니 1106봉 이정표가 나온다.
등로 우측에는 주변 나무들의 골목대장쯤으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이채롭고,
짧은 오름길에 홀로 서 있는 바위를 지나면,
1142봉 정상에 서게 되는데 지쳐서 쉬는 게 아니라, 그냥 무심코 쉼을 한다.
1142봉 정상 인증을 남기고,
우람한 나무들의 환영을 받으며,
편안하고 싱그러운 숲길을 이어가노라면,
급경사 내림길이 나오며 구목령을 향해 고도를 낮춰 간다.
키 작은 조릿대가 있는 안부를 지나,
잠시 오르면 폐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의 이정표.
완만한 내림길을 잠시 더 내려가면,
오늘 한강기맥 산행의 종점인 구목령에 도착한다.
구목령 정상에 도착한 백두들.
구목령의 한강기맥 등산 안내도.
구목령 이정목.
<구목령(九木嶺, 943m)>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평창군 봉평면, 횡성군 청일면을 넘나드는 경계에 있는 고개로, 오래된 고목 아홉 그루가 있었다 해서 구목령이라 불리며, 구나무재라고도 한다. 오대산에서 양수리까지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는 능선인 한강기맥 중에서도, 외지로 손꼽히는 구목령에서 1191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산꿩의다리, 큰연령초, 잎과 줄기의 냄새가 마치 오줌처럼 지린다는 노루오줌, 참나무에 씨가 날아와 자생하는 참당귀 등이 즐비한 천혜의 야생화 전시장이다. 또 1132봉의 전망바위에서는 태기산의 풍력 발전기와 평창의 흥정산에서 운두령으로 향하는 마루금과 구목령 능선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서, 강원도의 숨겨진 보물이 아닐 수 없다. 덕고산으로 내리가는 길은 수풀이 우거진 산길이어서 원시림과 같은 산음을 즐길 수 있다. 임도 내면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서면 맛 좋은 "피리약수터"가 있어 산행 중 식수를 보충할 수가 있다. 구목령에서 생곡리까지는 임도를 따라 6.5km를 하산해야 하는데, 임도 중간에 능선 지름길도 있다지만 마을 사람들이 표지기를 모두 떼 버렸는지 진입하는 위치를 찾지 못해 임도를 따라 하염없이 내려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마을 주민에게 전화하면 구목령에서 생곡리까지 6만원, 서석터미널까지 7만원이라는데 단체 산꾼들은 가능한 일이지만, 홀 산꾼들에겐 부담되는 금액이다. 문제는 생곡리 피리골은 하루 3번 들어오는 버스가 12:45분 이전에만 있으니, 하산 시 생곡슈퍼 버스 정류장까지는 임도 끝나는 피리골에서 4km 정도 더 걸어가야 한다. 임도를 차단기로 막고 외지인은 출입을 금하는 이유가 안전상이라고 명분은 그럴 듯 하지만, 결국 주민들이 6.5km 임도구간에서 영업을 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특히 화물차 짐칸에 사람을 태우고 위험한 산길을.... 하지만 우리도 하는 수 없어서 이용을 했다. 분명 폭리라고 생각되지만, 그 비용을 지불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새상사는 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라, 시장(市場)의 기능대로 움직이는 것을 !
흥정계곡으로 이어지는 임도 들머리.
후미들은 이곳에서 트럭으로 하산할 예정이므로, 우리는 서둘러 버스가 기다리는 생곡리 방향의 임도를 따라 하산길에 접어든다.
가파른 사면길에 Z자 형태로 임도를 개설해 놓아서 예상보다 임도길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구목령에서 200m쯤 떨어져 있는 피리샘터. 구목령에서 야영을 하는 산객들이 이용하는 샘터다.
운무산과 흰구름 떠다니는 파란 하늘이 그림으로 다가온다.
Z자 형태로 이어지는 임도길에서 지름길이 두 곳 있는데, 첫번째 지름길 들머리에 들어서니 표지기는 한두 개 걸려 있지만 족적조차 희미하고, 서 있기 조차 힘든 가파른 사면길이다.
길 흔적도 없는 지름길로 들어서는 백두들.
족적조차 희미하여, 길 찾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겨우 임도에 다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두번째 지름길 들머리까지 진행한다.
우거진 피리골 사면을 따라 개설된 임도를 따르는 백두들.
두번째 지름길 들머리에 들어서니, 보다 뚜렷한 등로가 이어진다.
등로는 낙엽송 조림지 사면으로 이어지다가,
다시 지능선으로 이어지고,
지능선 우측 계곡으로 내려서니, 돌담 흔적이 있는 골짜기로 이어진다.
시원한 청정 계곡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길 찾는데 흘린 땀을 식힌다.
션한 물소리 한번 들어 보실려오!
션한 계곡물로 이마에 배어나는 땀도 닦으며,
적막한 원시 숲속에 울러 퍼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모든 긴장감을 내려놓는다.
흐르는 계곡 물길을 따르니 작은 폭포와 소도 만나고,
올여름 계곡 트레킹 얘기를 하는 사이에,
다시 임도에 내려서며 두번째 지름길에서 벗어난다.
지름길 날머리로 나오는 혁배 형.
따라 내려온 피리골 계곡 모습.
잠시 임도를 따라 내려서니, 생곡리 사방댐을 지나게 된다.
한낮임에도 그리 덮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숲길이기 때문 이라며...
임도를 따라 생곡리로 향한다.
자동차 바퀴 자국이 철길처럼 보인다.
임도 차단시설을 지나니,
임도 주변의 산뽕나무가 검게 익은 오디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처음으로 민가가 나온다.
민가는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오지에 넓은 길을 내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투덜거렸는데, 나중에 확인 해 보니 생곡2리에서 구목령 아래로 터널을 뚫어 봉평면 무이리 방향으로 연결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다. 나중에는 구목령 접속이 조금은 수월해질 듯하다.
지름길을 마다하고 임도길을 따라 내려간 권 법사님과 만난다. 지름길보다 우회길이 빨랐네! 아마도 뒤처지지 않으려 뜀박질하신 게 아닌지..ㅋㅋ
도로 옆 뽕나무에는 시커멓게 익은 오디가 한가득 달려있다.
구목령에서 후미를 테운 트럭이 우리를 따라잡고, 땡볕이 싫은 몇몇 분은 트럭에 동승한다.
버스를 회차할 수 있는 넓은 공터를 지난다. 다음번 산행 때는 이곳까지 들어와야겠다.
까만 오디만 따 먹다가, 빨간 산딸기가 웬 떡!
빨갛게 익은 산딸기의 유혹을 어느 누가 뿌리칠 수 있겠는가!
돌아본 한강기맥 능선 방향.
구목령으로 이어지는 피리골 방향.
딸기와 오디의 유혹에 걸음은 자꾸만 지체된다.
권 법사님이 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온다.
차량으로 내려가신 어부인께 드린다며.., 형수님 맛나게 드셨는지요!
트럭으로 구목령까지 데리러 오신 분의 전번. 혹시 다음에 구목령으로 갈 때 필요하시면..,
생곡2리 마을이 나타난다.
<생곡2리(피리골)> 피리골은 한자어로 피리 笙(생), 고을 谷(곡)자를 써서 생곡이라고 부른다. 홍천군 서석면 동쪽 부분에 위치한 피리골은 동쪽으로는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 서쪽은 상군두리, 북쪽은 생곡1리, 남쪽은 청량2리와 접하고 있으며, 서석면 봉평면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 노고산(할미자리:1,300m)을 주봉으로 긴 골짜기 형태의 지형으로 형성된 피리골은 간촌(사잇말), 교동(다리골), 상비(생비), 이목동(배나무골) 등 5개의 자연부락이 주로 산만하게 흩어져 있다. 마을 중간에는 담수 면적 22헥타의 생곡저수지(1983년 준공)가 위치하고 있으며, 구목령(구나무재:967m)을 넘어 봉평면을 연결하는 408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피리골이란 지명 유래의 기록은 없지만, 구전에 의하면 골짜기가 피리 모양으로 생겼을 뿐 아니라, 옛날에 전란 시마다 피리를 불어 군호를 삼았다 하여 피리골이라 불렀는데, 그 피리는 흔하게 자생하는 구릿대(구리당 또는 한약명 백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명의 뒷받침으로 현재 생곡1리에 대(피리의 재료)월, 상대월, 함월, 곱은대월(곡죽동) 등의 피리의 재료와 연관된 지명이 많이 남아있다.
동학농민항쟁 때에는 동학군이 구목령을 넘어 피리골을 거쳐 풍암리 자작고개 전투에 참여했던 흔적이 마을에서 발견되고, 6.25 사변 전초전이라 불리는 불발령(불바래기) 사건 때에는 마을 주민들이 전투하는 국군의 식사를 전담했다고 한다.
구목령은 서울에서 강릉으로 연결하는 직선 상에 위치한 고개로, 영동의 해산물과 영서 지방의 농산물들이 이 고개를 넘나드는 도보 장꾼들, 또는 주민들에 의하여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옛길이어서 1960년대까지는 구목령 정상까지 피리골 주민들과 홍정리 주민들이 여름철에 풀을 제거하여 통행이 원활하도록 했으나, 아직도 강원도 내에서 차량 통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유일한 지방도라고 한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생곡 저수지를 품고 있는 연화봉은 연꽃이 물에 뜬 연화부수의 명당이 있다고 해서 옛부터 풍수지리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명산이었다고 한다. 문화유적으로는 '박치휴 효자각'이 간촌에 있는데, 이조말 성균관에서 내린 효자문과 비문에 의하면 어머니의 위독함에 손가락을 잘라 피를 먹임으로서 운명 직전의 어머니가 소생하여, 그 후 20여년을 더 살았다는 박치휴 효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생곡저수지를 지나는데,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던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생곡저수지를 지나 생곡2리 사무소 앞까지 와서야 기다리던 우리의 애마가 있다.
버스는 원래 예정했던 장소가 아닌, 생곡2리 사무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홍천읍 사우나에서 땀을 닦고, 홍천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양지말화로구이 식당으로 간다.
그동안 몇 차례 예약을 하려다가 못했었던 양지말화로구이 식당인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돼지 양념갈비와 간장갈비가 전문인 식당인데, 기본 반찬은 셀프다.
널널이 산행을 해서 그런지 생생한 모습으로 일곱번째 한강기맥 산행 뒤풀이를 한다.
잔정리, 안주정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백두들과 함께 서울로 향한다.
이제는 절차로 굳어진 강남역 뒤풀이를 위해,
각종 전으로 유명한 북촌에서...
다음 산행 발대식?을 가진다.
강원도 심신산골을 넘나들며, 한국 농촌의 변화를 목도하였고, 깨끗한 산과 숲의 진면목을 보았다.
우리 산과 숲은 더욱더 우거져, 언제까지나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터, 다만 우리의 건강이 언제까지 버티어 줄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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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철녀 서여사님이 살짝 맛이 가신 날! 저는 발목인대염증으로 고통속 산행을 햏는데 게다가 구목령서 샛길로 가는 바람에 거의 초죽음 상태, 다행히 병원가서 아킬레스는 아니라고 해서 열흘정도 조신하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