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拙한시
강 우 식
봉은사에 걸린 저 현판 판전板殿은
추사가 과천에 살며
일흔한 살 때 병중에 쓴 작품이다.
죽기 사흘 전 남긴 것이라 하여
서도에 문외한인인 나로서도
예나 지금이나 오가며 수차례 보아왔어도
졸拙하기가 그지없는 어린애 글씨다.
그 작품이 왜 명필인지 알 수가 없다.
졸한 것으로서 명작이 될까 싶어
문학청년 때 쓴 시를 끄집어 내어 읽어보나
다 허섭쓰레기고
요즘은 추사보다 더 오래 수하여
나이로 이기면 판전 같은 시 한 편이
수중에 들지 않을까 하나 어리석도다.
졸이 졸을 뛰어넘어
한 치 한 획도 어김없는 졸이 되까지는,
명필에서 졸필로 가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단련과 습작이 있었을까.
병중에도 내공內攻 같은
추사의 붓심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해마다 시집을 내면
지인들이 건너는 덕담에 자주 답하는
늘그막에 별 할 일 없으니까
시나 끼적인다는 가벼운 말.
이 ‘할 일 없는 경지’가 한 경지境地에 이르면
나도 어디 내놔도 내 얼굴이 될
혹여 졸한 시 한편 얻을 수 있을까.
1966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주마간산』 외
카페 게시글
2026 봄호
졸拙한시/강우식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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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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