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밀린다王問經)(제3회)
3. 聖者들의 論議
그 무렵 히말라야의 雪山중에 유건다라라는 산이 있고 그 산중에 랏기다 굴이라는 곳에 무수한 성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성자들 가운데서 이 산중을 거느리는 앗사굿다 존자라는 큰 장로가 있어 랏기다 굴에 앉아 미란다왕의 이 같은 물음의 말을 천이통(天耳通;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혜)으로 듣게 되어, 그가 이끄는 정법승단正法僧團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이 소리를 듣고만 있을 수 없어, '어떻게든 왕을 설복시키고 그의 의혹을 풀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유건다라의 산꼭대기에 모든 성자들을 소집하여 큰 산중회의를 열었습니다.
"지금 사갈라성의 미란다왕은 자기의 세지변총(世智辯聰; 온갖 세상의 알음알이 지식이 많은 자)을 믿고 푸우라나 카아사파, 막칼리 고오사알라등의 外道들을 설파하고는 다시 '사문, 바라문들 중에 누구든지 자기와 대론할 자가 없겠는가!'하고 대중들에게 물어도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으니, 사갈라의 성내에서는 전혀 그를 상대할 인물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뿐 아니라, 미란다왕은 가끔 우리 동려同侶들까지도 괴롭히는 일이 많다고 하니 이제는 그냥 둘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서 누가 능히 왕과 대론하여 그의 의혹을 풀어주어 정법正法의 권위權威를 알게 하며, 그로 하여금 불법佛法에 귀의토록 할 분은 없겠습니까?"
장로인 앗사굿다 존자가 이렇게 대중에게 세 번을 호소했건만 아무도 '내가 가겠노라'고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존자는 말했습니다.
"만약 우리들 가운데서 미란다왕을 설복시킬 사람이 없다면 우리들은 그것을 인간이외의 곳에서 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저 욕계육천欲界六天4)중에 도리천의 베잔다 왕궁의 동쪽 케스마데라는 곳에 마하세나라는 천자가 살고 있는데, 그분 같으면 반드시 미란다왕을 조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지금부터 마하세나 천자를 찾아 힘을 빌리도록 합시다."
네팔 안나프르나의 히말라야 雪山(좌) / 33天(우)
앗사굿다 존자는 과거 전생 일을 통해 보는 숙명통(宿命通: 六神通중의 하나로 나와 남의 전생을 아는 자유 자재한 능력)이라는 지혜를 가졌기 때문에 사람의 전생에 맺어진 인연을 아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앗사굿다 존자 일행은 설산에서 몸을 감추어 삽십삼천의 도리천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도리천의 天主 제석천왕帝釋天王은 그들 비구 대중들이 멀리서 부터 나타남을 보고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하며 물었습니다.
"존자여! 어쩐 일로 이렇게 많은 대중을 거느리시고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대왕이시여! 다름이 아니라 지금 인간 세계에는 미란다왕이라 불리는 임금이 있어, 모든 학문과 지식에 통하여 어떤 논사라도 가까이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 비구 대중들에게 까지도 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존자여! 그 미란다왕은 얼마 전에 이곳에 살다 인간계로 내려간 사람입니다."
"그렇습니까? 대왕이시여!" 제석천왕은 수천만 년을 도리천의 주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미란다왕의 전신前身내력을 잘 알며, 또 일행의 온 뜻을 알아차리고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존자여! 오늘 오신 것은 케스마데의 마하세나 천자에게 가시는 걸음이시죠? 그 분이라면 미란다왕과 상대하여 충분히 이겨낼 것입니다. 그러니 저도 가서 인간계에 태어나시기를 청해 보지요." 하고는 대중의 앞에 서서 케스마데 천궁에 도착하여 告하였다.
"마하세나여! 여기에 오신 비구대중들은 당신이 인간세계에 태어나시기를 청하기 위하여 오시었습니다."
"대왕이시여! 나는 업고業苦많은 인간 세계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는 하늘 세계에서 더 나은 경계에 나가기 위하여 수행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하고는 두 번 세 번 청하여도 들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앗사굿다 존자가 직접 온 정성을 모아 이렇게 또 간청하였습니다.
"천자 마하세나여! 당신이 인간세상에 태어나시어 저 미란다왕의 사법邪法을 깨뜨려 정법正法에 귀의토록 하여 주옵소서." 이렇게 하고 대중 일동이 간곡히 청하므로 마하세나는 할 수 없이 자기 생각을 꺾고 승낙하였습니다.
"네! 그러면 그러기로 하겠습니다. 다시금 인간계로 태어나서 여러분의 희망에 따르도록 하지요."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山 수미산須彌山! 티벳에 있는 카알라스山으로 해발 6,656m이다(좌) / 상원사 문수전의 제석천왕(우)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의 임금이다
< 佛性은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있는 것이며 또한 없는 것이니,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합하는 까닭에 중도中道라고 한다. 佛性 非有非無 亦有亦無 有無合故 名爲中道 - 대반열반경 >
* 4) 욕계육천[ 欲界六天 ]
육욕천(六欲天) 또는 육천(六天).삼계(三界)가운데에 욕계(欲界)에 딸린 여섯 종의 하늘을 말함이니, 곧 사왕천(四王天)・도리천(忉利天)・야마천(夜魔天)・도솔타천(兜率陁天)・화락천(化樂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등임. 이 육천 가운데에서 사왕천은 수미산(須彌山) 허리에 있고, 도리천은 수미산 정수리(꼭대기)에 있으므로 지거천(地居天)이라 말하고, 야마천・도솔타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은 다 구름을 붙여서 허공(虛空)에 있으므로 공거천(空居天)이라 말함.
* 용어해설
의단[ 疑團 ]
의심덩어리, 의심뭉치라는 뜻. 어떤 일에 대해 마음속에 늘 풀리지 않는 의심 의문이 뭉쳐 있는 것. 선종의 간화선에서 화두를 정하여 ‘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몰두하여 행주좌와어묵동정간에 오직 이 한 생각만이 가득 차 어려 있을 때를 의단이라 한다. 의단이 되어야만 진리를 깨쳐 반야지가 솟아나고 사리연구 공부가 잘 된다. 소태산 대종사가 대각하기 전 ‘강변입정상’을 전후하여 ‘내 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 하는 한 생각만이 가득 찼을 때가 의단이 강하게 뭉쳐 있을 때이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출처]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밀린다王問經)(제3회)|작성자 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