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초등입학으로 1년 육아휴직을 결정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제주 한 달 살기’였어요. 아이들과 두 번 제주여행을 다녀왔지만 늘 쫓기듯 구경을 했거든요... 바쁘게 여행지를 찍고 다니는게 아닌 슬로~슬로~ 여행을 가자!!! 먹고, 쉬고, 놀고, 자고를 반복하는^^;;
그렇게 조금씩 준비를 해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막상 학기 중에 가려니 한 달은 좀... 게다가 개구쟁이 두 아들(도윤이와 은우)과 아빠 없이 오로지 혼자서 한 달을 버티려니(^^) 슬슬 자신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8박 9일 정도로 여정을 정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엄마(저)와 아이 둘, 이렇게 셋이 가기로 했는데 은우 어린이집 친구 주연이와 주연엄마가 함께하기로 했어요. 두 가족이 함께해서 저도 아이들도 더욱 즐거웠습니다~
5월의 평일 뱅기 값은 미리 항공권을 구입하니 14,000~17,000원대... 대박~~^^ 게다가 맨도롱에서는 밥도 해먹고, 저녁마다 빨래도 하고, 거실에서 아이들은 제 집처럼 편안하게 놀기도 하고요~ 작년에 진고로 오셔서 만나게 된 박철희샘~ 정말 감사합니다~ 제 로망을 행복하게 실현시켜주셔서~ㅎㅎㅎ
매일 잠자리에 누워 그날의 하루하루를 메모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우리의 제주 살이를 맨도롱 후기에 살짝 올려봅니다~^^
5월 11일 : 오후 4시 20분발 비행기. 숙소 도착해서 짐 풀고(9일간의 짐이라 엄청 무거움.ㅠㅠ 캐리어 들고 계단오르기... 으.. 팔이 떨림...) 다시 제주시 이마트 가서 저녁 먹고(우동, 돈까스, 돌솥비빔밥) 장봐서 숙소 들어옴. 오후 9시 40분 넘음. 잠시 아이들 간식 먹고 놀고 모두들 씻고 재우니 11시 30~40분.
이마트에서 은우가 수박을 건드려 2통 박살냄. 값을 치르려고 직원을 부르니 괜찮다고 그냥 가도된다 함. 휴~~~ 다행... 며칠 동안 수박만 먹어야하나 생각했는데... 그리고 아직 수박 비쌈...ㅠㅠ 도윤 왈 "아~ 아쉽다~ 난 수박 먹고싶었는데..."ㅋㅋ
첫날이라 몸도 맘고 바쁘고 긴장의 연속... 손이 약간 저림...
5월 12일: 느긋하게 일어나 준비해 온 밑반찬과 계란프라이로 아침 식사. 나갈 준비하는데 밑에서 놀던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어놓아 작은 제비 한마리가 1~2층 연결 계단에 들어와 푸드득거림... 작은 새인데도 무서움...^^;;(개인적으로 날아다니는 물체에 대한 공포심이 강함) 계단 작은 창문 열고 ‘새 내보내기 작전’ 시도했으나 실패. 도윤아빠에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전화했더니... 웃으며 회의중이라고 끊음... 대략 난감... 일단 복도 계단에 새를 감금(?)해두고 집안 문 잠그고 출발. 11시경 절물휴양림 도착해서 아침에 싸둔 햄치즈계란샌드위치를 간식으로 먹고 놀이터마다 들러 신나게 놈. 바로 근처 노루생태공원 들러서 노루에게 먹이주기 체험. 함덕서우봉해변으로 이동.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과 국수를 점심으로 먹고 해변에서 모래놀이랑 바닷물에 발 담그기, 도윤이 모래 속에 묻기 놀이 함. 실컷 바닷가에서 놀고 숙소에 돌아오니 다행히 새가 작은 창문으로 스스로 탈출함. 휴~ 다행^^ 밤도 함께해야하나 걱정했는데... 된장국과 조기구이로 저녁을 해먹음. 세탁기가 작아 그냥 손빨래하고 탈수기 돌림... 매일 쓰는 수건이랑 늘 더러움이 가득한 아들램들 옷은 빨기 너무 힘듬...ㅠㅠ 도윤이 아빠 제주 오는 날 수건이랑 여벌 옷을 더 들고오라고 해야 할 듯~
5월 13일: 역시나 아침을 잘 챙겨먹으니 출발이 느긋함. 감자볶음과 두부구이, 된장국에 밑반찬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한라산 1100고지 휴게소 전망대와 생태습지 산책. 아이들은 풍선껌 하나씩 씹으며 좋아함~ 숙소에서 싸온 연근멸치후리가케주먹밥을 간식으로 먹으며 항공우주과학관으로 이동. 5D영상관, 돔영상관, 전시관 관람. 관내 롯데리아에서 점심. 파닥새만들기 체험 후 가까운 오설록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으나 너무나 많은 관광차에 놀라 낙천아홉굿마을(의자마을)로 이동. 그곳에서 파닥새도 날려보고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아이 셋이 실컷 놈. 한적한 곳이라 사진 찍고 놀기 딱 좋음. 숙소로 오는 길에 ‘흑돼지가 있는 풍경’에서 흑돼지생고기로 저녁 먹음. 아~ 제주흑돼지 맛나네~^^ 숙소에서 이틀째 빨래... 하다보니 요령이 생기는 듯~ㅎㅎㅎ
5월 14일: 볶음밥과 오댕국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 아빠들 오는 날이라 공항근처로 이동. 제주도립미술관 관람 후 미술관 뒷편 잔디밭에서 잡기놀이, 벌레잡기하며 놀기. 도윤아빠 픽업 후 제주도 향토음식인 고기국수로 점심먹음. 용두암 살짝 둘러보고 아이스크림 먹고 주연아빠 픽업.(오후에 오셔서 낼 오전에 바로 떠나야하는 주연아버지... 중국출장으로 만24시간도 함께하시지 못했지만 가족을 보러 제주까지 날아오심... 가족사랑에 엄지척!^^) 아빠합류로 완전체가 된 두 가족이 용눈이 오름에 올라 제주 풍광, 제주 바람을 느끼며 한바퀴. 용눈이 오름은 올 때마다 너무 좋음. 아~ 제주 바람 맛있어~^^ 성산쪽으로 이동 후 횟집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음. 아빠들이 와서 아이들이 더욱 즐거워함. 특히 이도윤~^^(아빠에게 올 때 야구공이랑 글러브, 축구공을 꼭 가져오라고 신신당부~ 그걸 또 아빠는 들고 왔네~~)
5월 15일: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은 아빠들과 전원마을 산책 & 공놀이. 엄마들은 집정리와 아침 준비(떡국). 주연아빠 일찍 가셔야해서 공항과 가까운 이호테우 어느 해변에서 보말잡기. 아이들 모두 작은 페트병 하나씩 들고 즐거워함. 주연아빠 공항에 내려드리고 이중섭거리로 이동. 제법 유명한 ‘기억나는 집’에서 해물탕을 먹고 이중섭 거리 구경. 플리마켓에서 부엉이풍경, 은팔찌 구입. 득템해서 기분 굿~^^ 이중섭미술관, 생전 거주지 등 관람 후 이마트에서 장보고 숙소 도착. 낮에 캐낸 보말을 삶아 맛보니 이물질도 없고 맛도 있음^^ 아이들 모여앉아 이쑤시개로 보말 파먹는 모습이 너무 귀여움~ 마트에서 사온 한우로 불고기를 만들어 역시나 맛있게 저녁을 먹고 빨래도 하고 동화책도 읽고 잠자리에 듬. 제주 와서 살찌겠네~ 매일 즐겁고 너무 잘 먹어서~^^
5월 16일: 유부초밥과 컵라면(아이들이 기다려온 특식!!^^)으로 아침을 먹고 쇠소깍으로 이동. 테우를 매표하려니 오후 2시라고 함. 허걱! 남은 시간동안 근처 승마장에서 아이들 말 태워줌. 도윤이는 두 번째라 즐기는 듯~ 은우는 처음 승마 도전했는데 달릴 때 좀 무서웠지만 재밌었다고 다음에 또 타자고 함. 그리고 가까운 서귀포 시내로 이동. 고르곤졸라피자와 크림파스타, 새우필라프로 여유롭게 점심. 쇠소깍 산책길 걷다가 테우를 타러 감. 테우 타고나서 도윤아빠 공항에 내려줌. 집으로 돌아와 김치찌개와 햄구이, 버섯애호박볶음으로 저녁. 오늘은 일찍 들어와서 저녁을 맨도롱에서 보냄~ 여행지에서 이런 여유~~ 넘 좋다^^ 아이들 씻기고 빨래 하고, 동화책 읽고 애들 재우면서 잠듬.
5월 17일: 어젯밤 다른 날보다 일찍, 그리고 푹~ 잤더니 조금 일찍 깸. 후리가케멸치주먹밥과 햄치즈샌드위치, 아이들은 주스, 엄마들은 커피로 아침 먹고 9시30분에 숙소에서 출발.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달’이라는 제주도 방언)오름에 갔으나 사람이 너무 없고 높은 곳이라 아이들과 가기 힘들다고 판단, 차를 돌려 비자림으로 감. 비자림 한바퀴 산책하는데 나는 너무 너무 좋은데 아이들은 심심해 함. 벌레잡기 하기로 했는데 이곳은 관리가 잘 되어 쓰레기나 벌레들이 다니는 길에 없음... 숲 속으로 들어가야 하나 그건 좀 곤란...^^;; 한 바퀴 도는데 두 녀석이 다투고 좀 짜증을 부림. 이럴 땐 정말 힘빠짐... 에휴.. 서쪽 애월로 이동. ‘곤밥보리밥’에서 보쌈 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유명하다는 ‘숙이네 보리빵’을 간식으로 먹으러 찾아갔으나 화요일 휴무.ㅠㅠ;;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에 살짝 들러 구경하고 곽지과물해변으로 이동. 아이들은 역시 바다!!! 신나게 목욕탕이라면서 물웅덩이를 만들고 바닷물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하면서 놀았음. 옷 갈아입히고 시내 롯데리아에서 치킨과 버거로 저녁을 대신하고 별빛누리공원으로 이동.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음. 목성과 달과 몇 개의 별을 직접 관측하고 천체투영관에서 봄의 별자리를 감상함. 도윤, 은우, 주연이는 이런 체험이 처음이라 신기해하고 재밌어 함. 전시실에서 체험하고 사진찍고 놀다가 늦게 일정을 마침.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봉개마트에 들러 빵과 과자, 물, 음료 등을 삼. 숙소로 돌아와 짐 정리하고, 차례로 씻기고, 바닷가에서 놀았던 옷들 빨래하고, 빵 먹이고 재움. 아이들 11시가 넘어 잠이 듬. 오늘 별빛누리공원 다녀오느라 제일 늦게 들어와서 제일 늦게 잠자리에 듬. 엄마들은 피곤한데 아이들은 쌩쌩~ㅎㅎ
5월 18일: 남은 반찬들과 계란찜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 제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섬 속의 섬. 우도! 성신항으로 이동 매표하고 바로 카훼리에 차를 싣고 우도로 들어감. 우도봉 한바퀴 산책. 내리막 길에 역시나 헐랭이 은우 굴러서 팔에 상처 남. ㅠㅠ 상처가 깊지 않아 다행. 보이는 곳마다 땅콩 아이스크림 표지판에 찡찡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얼른 점심을 먹으러 감. 소라 톳 짜장과 전복 톳 짬뽕을 시켜 나눠먹고 바로 망고, 초코아이스크림을 얌얌. 오늘도 역시나 모래놀이랑 다리 파묻기 하면서 하얗고 파아란 산호사해변(홍조단괴해변)에서 신나게 놈. 주연이 모래놀이채를 은우가 갑자기 던져서 바다로 떠내려가 주연이가 한판 서럽게 움. 새 것으로 사주기로 약속함. 아이들 옷 갈아입히고 우도 한바퀴 드라이브 후 다시 제주로 건너옴. 20대 초반에 갔었던 우도는 매우 조용하고 하얀 모래 해변은 신비롭기까지 했는데... 우도의 그런 아련한 아름다움이 지금 다시 가보니 가게들마다 음악을 크게 틀어 너무 시끄럽고 여기저기 큰 간판들이 세워져 있어 정신없고 당황스러웠음. 우도는 지금도 아름다웠지만 옛날이 더 좋았던 것 같네... 제주시로 이동. 제주에서의 마지막 만찬! 갈치통구이와 고등어조림으로 맛있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짐정리와 청소를 함. 늦게 잠자리에 듬.
5월 19일: 오전 비행기라 일찍부터 분주함. 맨도롱 청소(미리 어제부터 해두었지만 마지막 마무리!)와 빠뜨린 짐이 없는지 다시 챙기기, 분리수거와 음식물 버리기. 늘 잘 먹던 아침도 거르고 공항으로 이동. 공항에서 아이들에게 빵과 음료를 먹이고 드디어 부산 도착! 길었던 것도 같고 너무 짧았던 것도 같고... 그냥 잠시 시공간 이동을 한 듯함.
맨도롱하우스... 처음엔 낯선 공간이고 제주여행의 첫날이라 긴장해서이인지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다음날부터는 내 집처럼 편안하게 잘자고 잘먹고 잘 지냈습니다. 긴 여행자를 위한 세탁기 설치까지... 감사합니다~^^ 두 가족이 지내기에 딱 좋았습니다~ 넓은 거실에서 아이들은 종이접기도 하고 그림그리기도 하고, 숨바꼭질놀이도 했구요~ (아랫집에서 층간소음 조심해달라는 말을 하셔서 그 후론 조용히 놀기를 시켰습니다~^^;;) 엄마들은 주방에서 요리하고 커피마시며 담소도 많이 나누고요~ 테라스는 해가 잘 들어 빨래도 말리고 이불도 털어 널어놓기에 좋았습니다~
제주 다녀온 지 열흘이 더 지났는데... 후기 올리며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날씨도 넘 좋아 준비해간 우산을 한 번도 쓰질 않았고, 아이들 모두 즐겁게 뛰어놀아서인지 준비해간 비상약도 한 번도 쓰질 않았네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저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맨도롱하우스 땡큐 땡큐~
휴직하면서 결심한 아이들과의 제주여행~ 미션 클리어!!!ㅎㅎㅎ
첫댓글 아......
시공간을 이동해 놓은 한 편의 여행기가 이 아침을 또 설레게 하네요
저 파아란 바다의 고운 빛깔과 망망함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 여운으로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네요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었을텐데 다 추억의 뒷켠에 감추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우리 집으로 데려오고 싶네요^^
함께한 모든 가족들에게 감사드리며 제주와 맨도롱에서의 좋았던 기억들만이 오래도록 오래도록......
네~샘~ 고맙습니당^^ 이렇게 후기를 남기니 저에게도 즐거운 추억이 아로이 새겨지는 것 같아 좋아요~~ 또 다시 가고싶어져요~~ㅎㅎ
참! 현관 도어락은 잘 고쳐졌나요? 맨도롱을 떠나면서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청소를 한다고 했는데 저희 흔적이 많이 남은 건 아닌지...ㅋㅋ
철희샘 이하 맨도롱 가족들~ 늘 건강하세요!♥
주말에 갔는데 너무 반짝반짝해서 다녀간 흔적이 역력하던데요^^
도어락은 잘 고쳐져 있었고 샤워실문도 나사못으로 튼튼하게 해두고 왔어요
샘도 늘 건강하세요!!
모래놀이 하는 제주 바닷가의 아이들을 보니 이제 훌쩍 커버린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네요.
맨도롱에 쌓여가는 추억들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