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 “콘클라베”
오늘 오전에 콘클라베를 감상했다. 교황이 선종한 후,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폐쇄된 공간에서 추기경들이 어떤 과정으로 교황을 선출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이번 97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각색상을 수상한 영화라고 해서 영화관을 찾은 것이다.
영화가 펼쳐지는 공간은 시스티나 성전과 부속 건물에 한정되었고, 등장인물들도 빨간색 추기경 복장을 한 성직자들, 그리고 그들의 수종을 드는 신부들, 흐르는 이야기도 교황 선출하는 과정에 국한되었으니, 자칫 지루할 거라 짐작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작년에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그런 뻔한 내용일 거라 지레 넘겨짚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실제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영화다. 영화는 이렇게 관객들 앞으로 와야 한다.”였다.
120분간 런닝 타임 동안 조금도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한 문제와 스토리의 긴장된 전개로 이 영화는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영화는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원작을 영화에 알맞게 각색을 정말 잘했다고, 이 영화에 아카데미는 각색상을 안겼다. 그래서 그런지, 필요 없는 장면과 대사가 없고, 꼭 필요하다 싶은 장면과 대사는 어김없이 들어가 있는 영화다. 배우들도 너무도 유명한 배우들이 연기한다. 배우가 아니라 진짜 추기경들 같다.
이 영화는 교황 선출 과정을 그린 영화이지만, 영화 내부에서는 그것을 둘러싼 교회와 세상의 관계, 세상 앞에 교회의 미화된 모습을 보이려는 성직자들의 안간힘이 난무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세상에 흠없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사람을 교황으로 밀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는 인간적인 노력이 드러난다. 교황 선출 단장을 맡은 로렌스 추기경의 간절한 바람은 최악을 피하고 차악의 인물이라도 선출하여, 교회가 세상의 구설에 오르지 않는 것이다. 단장은 교회와 성직자들은 하나님의 지상 대리인인 선한 교황 선출하는 데 마음이 하나라는 것을 전달하려고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정반대로 콘클라베가 벌어지는 공간(시스티나 성당) 내부에는 언어를 중심으로 한 분열,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난무한다. 권력을 잡으려는 집단과 다른 사람이 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진영 간의 긴장이 존재한다. 열거된 내용만 보면, 콘클라베 안은 소란스럽고 전쟁터 같은 장면이 많이 등장할 것 같지만 그와 정반대다. 이런 일이 폐쇄된 공간인 콘클라베(“갇힌 방”이란 뜻)에서 벌어지니 조용히, 비밀스럽게 은근히 진행된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이다.
콘클라베 투표가 여러 차례 진행되는 동안 교황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인물들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후보에서 하나씩 떨어져 나가다가 정말 예기치 못한 인물이 교황으로 당선된다. 선하고 양심의 말을 한 미지의 한 인물이 추기경으로 추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교황청 조사 위원이 콘클라베 기간에 그 사람의 과거를 조사한 내용이 교황 선출 단장에게 전달된다. 단장은 차기 교황을 만나 그의 과거를 묻는다. 전혀 예기치 못한 내용을 그는 실토한다. 교황청은 교회 밖의 혼란을 막으려 선출된 결과대로 진행한다. 일반 성도들이나 세상이 보는 것과 다르게, 교회 내부의 현실은 이러하다.
이 영화는 콘클라베가 시작할 때 선출 단장인 로렌스가 설교한 “확신과 의심”이 주제이며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한다. 시간 내어 볼 가치가 있는 영화. 꼭 감상해야 할 영화다. 꼭 영화관에 가서 감상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