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링크: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576
[지난 이야기 요약]
지난 2015년 1월 8일, 사고로 두 손을 잃었다는 동갑내기('정상에서' 님)의 사연을 읽게 된 이후 생애 처음으로 3D 프린팅 전자의수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분들로부터 응원과 후원의 메시지를 받았고, 단 한 번의 재능기부로 멈추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현재는 어제보단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산더미 같은 개선 사항들을 보완하면서 '정상에서' 님과의 세 번째 약속 마감(4월 7일)을 지키기 위해 전자의수를 개선하는 중이다.
[ 2015년 3월 31일, 전자의수(버전 3.0)에 쓰인 주요 부품들의 모습 ]
비록 전자의수 제작 중 시간과 비용의 벽과 사회의 인식 및 제도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의 벽을 만났지만 '돈이 없어서 전자의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는 이 분야의 많은 분들과 함께 전인미답의 길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 - - 지난 이야기 끝 - - -
"'정상에서' 님과의 약속,
2015년 4월 7일"
지난 5화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나는 대부분의 일에서 마감시한을 내 생각보다 조금 더 짧게 잡는 편이다. 내 스스로에게 편한 일정을 잡으면,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주관적 생각이 나 스스로를 바쁘게 만드는 편이다.
위의 4월 7일이라는 약속 날짜가 생겨난 계기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지난 1월 24일에 '정상에서' 님을 만나서 첫 번째의 전자의수를 전달해 드렸다. 이 때에는 위키데이 2/3기의 작업 마감시간에 쫓겨 제작했기에 '장난감 수준'의 결과물이 나왔고, 사용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아래 사진에서 첫 번째 전자의수의 모습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2015년 1월 24일에 제작 완료한 첫 번째 전자의수 (버전 1.0) ]
따라서 나와 '니오' 님은, '정상에서' 님께 개선된 버전을 제작해 드리기로 약속하였고, 약 1달 반의 시간 후인 3월 7일에 두 번째 전자의수를 제작하여 전달해 드렸다.
약 1달 반의 기간을 거쳐서 무게 경량화, 악력 개선, 손가락 텐션 확보, 근전도 센서 활용 등의 다양한 기술적 개선이 이루어졌다. 아래 사진들에서 두 번째 전자의수의 모습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2015년 3월 7일에 제작 완료한 두 번째 전자의수 (버전 2.0) ]
[ 2015년 3월 7일에 제작 완료한 두 번째 전자의수 (버전 2.0) ]
[ 2015년 3월 7일에 제작 완료한 두 번째 전자의수 (버전 2.0) ]
비록 지난 3월 7일에 꽤 개선된 전자의수를 만들긴 하였으나,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먼저, 사람 손가락처럼 '방사형' 형태가 아니었기에 물건을 잡는 것이 불편했고 '엄지 손가락'의 각도와 위치가 적합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손가락도 조금 더 길어야 했고, 손바닥도 평판이 아니라 사람의 손처럼 곡면을 갖도록 변경되어야 했다.
그리하여, 3월 7일 오후 '정상에서' 님의 댁을 나와 부산역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다음 번 마감시한을 4월 7일로 약속하였고 위와 같은 개선 사항들을 해결하기로 결정하였다.
먼저, 기존 전자의수 (버전 2.0) 에 존재하는 문제들은, 근본적인 설계 변경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었다. 지난 6화, 7화, 그리고 8화에 걸쳐서 보인 바와 같이, 전자의수의 모든 부품을 처음부터 재 설계하는 것이 필요했다. 항시 시간에 쫓겨 다녔기에 계속 단기적인 목표만을 해결하면서 놓쳤던 부분이었다.
그리하여 수정/보완이 어려운 기존의 '3차원 의수 설계 도면'에서 탈피하여, 근본적 개선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대규모 설계 변경을 시작했다. 아래 사진들은 전반적 설계 변경이 완료된 후의 모습으로, 총 28개 부품의 결합으로 완성된다.
[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전자의수 (버전 3.0)의 3차원 설계 모형도 ]
[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전자의수 (버전 3.0)의 3차원 설계 모형도 ]
[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전자의수 (버전 3.0)의 3차원 설계 모형도 ]
참고로 위에 보인 설계 도면에서 노란색 빛이 나는 부분은 말랑말랑한 재료로 제작되어야 하는 부분이고, 이 외에도 손가락 끝 마디에는 추가로 실리콘 (미끄럼 방지) 패드를 달아주는 것이 좋다.
비록 로봇 손이지만 사람 손에 조금 더 근접한 형태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에는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몇 장의 사진을 추가로 더 보인다.
[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전자의수 (버전 3.0)의 3차원 설계 모형도 ]
[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전자의수 (버전 3.0)의 3차원 설계 모형도 ]
위의 설계 작업은 3차원 캐드(CAD) 모델링에 대한 전문적 경험이 전혀 없던 내가 주로 (80% 가량) 했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은 편이다.
다행히 '니오' 님과 최근 2달 반 동안 함께 작업하면서, 이 분의 3D 모델링 노하우를 실시간 체득한 결과로 그럭저럭 할 수는 있었다. 당연하게도 건축, 산업디자인 또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분들은 이보다 훨씬 멋진 설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 변경에 3주 소모,
이제는 마무리할 때다"
참고로 위와 같은 설계는 한 번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3월 7일 이후로 지금 내 PC에 새로 생성된 3D 도면 파일 개수가 약 200개 내외인 것과 최근 하드디스크가 가득 차가는 상황을 살펴보면, 꽤 많은 점진적 변화가 일어났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3주가 넘는 시간을 설계 변경에 투자한 결과, 이제는 마감시한이 1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4월 7일은 평일이기에, 주말밖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목표 날짜를 주말인 4월 4일(토)로 앞당겨야 했다. 그러자 마무리할 시간이 채 3일도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니오' 님이 몇 일 밤을 같이 작업하여 주셨기에 마무리에 온 정신을 쏟을 수 있었다.
아쉽지만 지난 8화 이후로 작업에만 몰두한 나머지 사진을 몇 장 찍지 못했기에, 이 과정에서 남길만한 것들은 아래의 작업 풍경 정도가 되겠다.
[ 3월 31일의 작업 풍경 ]
"이제 Mark III (3.0) 버전을 이루는 주요 부품이 완성된 것 같다. 오늘 밤 내로 부품 조립 후 테스트를 진행해야겠다." - 그리고 나는 '니오' 님을 소환한 후, 그날 밤을 꼬박 새고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작업을 했다. 여기 까지가 지난 8화의 내용이다.
[ 4월 1일의 작업 풍경 ]
"이제 토요일까지 3일 남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왼손만 제작하고, 오른손은 아직 만들지 못했다. 좋다. 일단은 시간이 없으니, Mark III 버전 제작은 왼손 하나에만 집중하자." - 이 날은 3시간도 못 잔 상황이라서 컨디션이 망가져서 작업 속도가 더디어졌고, 일부 부품을 재설계 하는 수준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 4월 2일의 작업 풍경 ]
"부산으로 출발하기 2일 전이다. 오늘은 이곳 저곳에서 미팅이 많아서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 일단 체력을 비축해서 내일 전부 마무리하자." - 그리고 수정된 부품을 일부 제작하여 전자의수를 다시 조립하였다.
[ 4월 3일의 작업 풍경 ]
"드디어 오늘 하루만 남았다. 그런데 내일 부산행 열차가 모두 매진이라서 첫차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오늘은 끝장 작업 후 새벽 첫 차를 타고 부산으로 출발하자." - 그리고 나는 또 '니오' 님을 저녁에 소환하여 같이 밤을 새고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작업을 진행했다. 일부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부산에서 진행해야 했다.
"가자, 부산으로!"
위와 같이 작업을 끝마친 후 부산에 가져갈 짐을 싸니 벌써 4월 4일 새벽 4시 30분이 되었다. 다행히 '니오' 님과 함께 서울역을 향해 택시를 탔는데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었고, 아래는 생애 처음 밤샘 작업 후 타보는 이른 시간의 KTX 열차 앞에서 찍은 인증 사진이다.
[ 서울역에서 KTX를 타기 직전에 기념으로 남긴 사진 ]
[ 서울역에서 KTX를 타기 직전에 기념으로 남긴 사진 -
특히 이날은 '부산' 이라는 글자가 조금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
그리고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정상에서' 님을 만나서 셋이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정상에서' 님의 댁으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마무리를 진행했다. 아직 전부 끝내지 못하고 부산에 왔기에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있었다. 약 4시간에 걸쳐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였다. 아래는 작업 과정 중 찍은 사진들이다.
[ 마무리 작업 중 찍은 전자의수의 모습 -
말랑말랑한 재료로 제작한 노란색 부품과,
연두색의 실리콘 재질의 미끄럼 방지 패드를 결합하였다. ]
[ 마무리 작업 중 찍은 전자의수의 모습 -
손바닥에도 미끄럼 방지를 위한 패드를 장착하였다. ]
위의 사진에서 눈에 띄기도 하지만 좀 더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은 미끄럼 방지를 위해 추가로 장착한 미끄럼 방지 부품들이다. 일단은 테스트 차원에서 설계하여 붙인 노란색 부품과 함께, 쉽게 재단할 수 있는 미끄럼 방지 패드를 잘라 붙인 형태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료를 좀 더 이해한 후 더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마무리 작업 중 찍은 전자의수의 모습 -
'정상에서' 님의 팔에 장착될 부분과, 임시로 제작된 전자회로 부품이 보인다. ]
위의 사진은 전자의수에 사용된 부품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으로, 아직 전자회로를 경량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버전(3.0)의 테스트 완료 후에 소형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형화 후에는 손등 내부의 공간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질 것이다.
드디어 마무리 작업이 완료되었다. 다음으로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정상에서' 님과 실제 착용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 3월 6~7일에 이미 경험을 해 봤기에, 큰 어려움 없이 착용 및 튜닝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래의 사진들은 전자의수를 착용한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 '정상에서' 님이 전자의수를 착용한 모습 1 -
아직 지저분한 팔 견착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
[ '정상에서' 님이 전자의수를 착용한 모습 2 -
아직 정리되지 않은 전자회로 부분도 간소화가 필요하다. ]
[ '정상에서' 님이 전자의수를 착용한 모습 3 -
주먹을 쥔 모습이다. ]
[ '정상에서' 님이 전자의수를 착용한 모습 4 -
주먹 쥐고 펴는 과정을 테스트하는 모습이다. ]
위 사진에 보인 것처럼, 팔에 장착되는 부분은 아직 개선해야 할 것이 많은 상황이다. 이 부분은 기존의 의수에 쓰인 방식들을 활용하여 해결할 숙제로 놔두고, 다음과 같이 '정상에서' 님이 몇 가지 물체들을 집는 작업을 테스트 하였다.
먼저, 엔지니어의 필수품인 WD40 스프레이(방청윤활제)를 쥐고 들어보는 모습이다. 꽤 묵직해서 약간은 긴장되었지만, 다행히 아주 편하게 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미끄럼 방지 패드를 장착한 것이 그립(Grip) 액션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도록 도움을 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바닥에 떨어진 물체를 줍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조그만 토끼 인형을 대상으로 잡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잡을 수 있었다. 앞의 두 가지 테스트에서 느낀 점은 '엄지' 의 위치가 중요하다는 것과 함께 '엄지'의 각도를 변경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테스트는 노트북 가방과 같은 것을 드는 것이었다. 마침 '니오' 님께서 가져오신 노트북 가방이 옆에 보여서, 이 가방을 들어보았다. 손가락을 가방 손잡이 안에 넣는 과정에서, 사람 처럼 손가락의 사이를 좁힐 수 있는 자유도가 없어서 생기는 단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테스트는, 직접 사람의 손과 전자의수가 악수를 해 보는 것이었다. 내 스스로도 전자의수에 구현한 손가락의 텐션과 힘을 느껴보고 싶었다. 다행히 이번에 제작한 전자의수 (버전 3.0)는 사람 손과 비슷한 형태가 되었기에, 내 스스로도 편하게 악수를 청할 수 있었다.
비록 손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느리고, 팔에 장착되는 부분을 많이 개선해야 했지만, 사람처럼 악수할 수 있다는 것에 내 스스로도 기분이 참 좋았다. 이로서 손의 외형은 조금만 더 개선한다면 기존의 공개된 3D 도면 파일들 대비 더 나은 의수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래는 마지막 동작 테스트 과정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들이다.
[ '정상에서' 님과 악수하다. ]
[ '정상에서' 님과 악수하다. ]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다행히도 큰 어려움 없이 위와 같이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 테스트를 마무리하니 벌써 시간이 흘러서 저녁이 되었다. 비록 장시간의 테스트와 함께, 몇 일 밤을 샜던 기존의 피로가 몰려와서 피곤했지만 '정상에서' 님께 몇 가지 개선사항에 대한 의견과 내가 생각한 앞으로의 개선 사항들을 정리하여보았다.
위와 같은 기능 명세를 작성한 후, '정상에서' 님과 다음 번 (네 번째) 작업의 마감시한을 6월 7일로 정했다.
이번에 두 달의 시간을 계획 한 이유는 현재까지 이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하지 못했던 몇 가지 관련된 일들(제작 방법/노하우 및 3차원 도면 오픈소스 공개를 위한 커뮤니티 개설, 다른 절단장애인 선정 및 지원, 병원 및 공공기관과의 협력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앞으로의 한 달은, 전자의수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많은 대학교의 학생들과 회사들, 그리고 여러 교수님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지식을 정리하고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달려나가야겠다.
[ '정상에서' 님과 하이파이브를 남기다. ]
[ 세 번째 전자의수 제작 마무리 후 전자의수와 함께 한 내 사진 ]
'니오' 님과 나는 위와 같은 일정을 끝내고, 4월 5일 자정을 넘겨서야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에 무사히 잘 도착했다고 '정상에서' 님께 연락을 드렸고 '정상에서' 님은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주셨다.
"정말 감사해요.
다친 팔을 꺼내 놓고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건 아니지만,
내놓고 다닐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감사해요."
이로써 '3D 프린터로 새 삶을 출력하다.' 의 첫 번째 연재가 끝났다. 다시 돌이켜 보면 꿈만 같았던 지나온 길 만큼,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멀리 보이는 것 같다.
현재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희망과 기대를 드렸고, 그 분들께 응원과 후원을 너무나 많이 받았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우리의 생애에는 '정상에서' 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더 나은 삶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달려나갈 것이다.
- '3D 프린터로 새 삶을 출력하다'
첫 번째 연재 끝 -
PS: 제작에만 몰두하느라 다루지 못했던 제작 방법 및 도면 공유 계획과 함께, 확보된 후원금의 사용처, 그리고 추가적인 절단/지체장애인 분들을 후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2화에 걸쳐서 추가 연재할 계획이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