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풍뎅이, 사슴벌레, 하늘소와 같은 딱정벌레목의 애벌레나
매미의 애벌레를 통칭하는 단어.
과거에는 매미의 애벌레의 의미를 중점적으로 갖고 있었으나 현대에 와서 아래와 같이 쓰인다. 좁은 의미로는 딱정벌레목의 유충만 의미하지만, 통상적으로 나무 속이나 땅 아래에서 기어다니고 통통하고 흰 애벌레는 다 굼벵이로 불린다. 딱정벌레속의 굼벵이는 누에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의 길이가 짧고 뚱뚱하다. 다른 애벌레들에 비해 상당히 크고 화려하다.
장수풍뎅이 애벌레
애벌레 시기에는 부엽토 등을 먹으며 살기 때문에 간혹 초가집의 지붕 위의 지푸라기 등지에 알을 까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지붕 고칠 때 자주 털린다. 보통 기름에 볶거나 구워서 먹지만 날로 먹기도 한다. 또 퇴비더미에 숨어 있기도 한다. 전 세계 온대, 열대 지방에서는 여러 종류의 굼벵이가 사는데 지역 원주민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고 있다. 조보아가 정글의 법칙에서 굼벵이를 날로 먹는 패기를 보여 주기도 했다.
가끔 퇴비더미에 숨어 있는 장수풍뎅이 굼벵이는 45g 이상까지 찌기도 한다. 45g 이상이 되면 성충 때 85mm 이상이 나오니 참으로 무섭다. 국내에서 9cm까지 키운 사람이 있다.
특히 흰점박이꽃무지 굼벵이는 약재로도 쓰이며, 이 때는 제조(蠐螬)라고 부른다. 동양 최고의 의서 중 하나인 동의보감 탕액편에 거기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있는 약재로 주로 악혈(惡血), 어혈(瘀血), 비기(痺氣), 눈의 군살, 눈을 뜨고도 못 보는 증세, 백막(白膜), 뼈가 부스러지거나 삔 부상, 쇠에 다쳐 속이 막힌 증세 등을 치료하며 유즙(乳汁)도 잘 나오게 한다고 적혀 있다.
인시목(나방)의 유충을 다 누에라 해도 되는 것차럼 딱정벌레목 유충은 다 굼벵이라 불러도 무방하지만, 국내에서 식용하는 것은 꽃무지와 장수풍뎅이의 애벌레 뿐이다. (에를 들어 딱정벌레목인 밤 바구미의 애벌레는 생긴 건 영 굼벵이 축소판이지만 굼벵이라고 안 한다.) 최근 식약청에서는 흰점박이꽃무지의 식용을 승인했다. 시판명은 '꽃뱅이'. '꽃무지+굼벵이'란 뜻이다.
식용으로 키우는 굼벵이는 사육하는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의 유충처럼 퇴비더미가 아닌 발효톱밥을 사료로 준다. 그렇지 않으면 위생 문제라든가 맛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곤충인 만큼 맛이 좋은 애벌레이며, 자연계에서도 파충류, 양서류, 어류, 설치류, 조류들이 잘 먹는다. 톱밥에 묻어 두면 되므로 보관이 어려운 편이 아니라서 소형 파충류 사육하는 사람들이 먹잇감으로 사다 쓰기도 한다. 덩치가 큰 만큼 밀웜이나 귀뚜라미보다 비싼 것이 흠이다. 메기, 가물치 등의 육식 어종의 낚시 미끼로도 쓸 수 있다. 다만 그러기엔 시판품은 값이 너무 비싸고 파는 데가 적으며 초식-잡식어종에는 입질이 없어서, 썩은 나무둥치나 부엽토를 뒤져 현지 조달하는 게 아니라면 쓰는 꾼이 흔하지는 않다.
그 외에, 전술했듯 과거에 굼벵이로 통용되어 불렸던 매미의 애벌레도 약용으로 쓰인다. 정확히는 땅속에서 수 년에서 십여 년을 자라던 말매미(Cryptotympana atrata) 유충이 때가 되면 지상으로 올라와 나무 밑둥으로 붙고, 등이 갈라지면서 탈피해서 성충이 되는데, 그 벗어놓은 껍질(말하자면 매미 허물)을 약으로 쓰는 것이다. 이것은 한방에서 선퇴(蟬退)라고 하며 두드러기나 열병, 피부병에 약으로 쓴다.
완전변이하는 애벌레류가 다 그렇듯 대부분 느린 편인데, 무식한 생김새 때문인지 느리고 굼뜨다는 이미지가 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나, '일할 때는 굼벵이요, 먹을 때는 돼지다'라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예로부터 무능과 나태, 그리고 느림의 상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