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량 음료 광고에 이수일과 심순애의 러브 스토리가 나왔다. 전지현이 심순애를 이해하겠다는 듯 “여자에겐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도 사랑이야”라고 말하자, 지진희는 “가난하지만 이수일의 따뜻한 가슴이 진짜 사랑이야”라며 맞받아친다
김중배와 이수일 가운데 한명을 찍으라면 대부분의 여성은 아마도 심순애처럼 부잣집 아들 김중배를 고를 것이다. 애정이 결혼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결혼은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최근 한 국내 신문이 대학생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경제력이 불만족스러우면 결혼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여학생은 29%가 "그렇다"고 했고, 남학생은 7%만이 경제력을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여성이 배우자가 될 상대를 선택할 때 경제력을 우선시 하는 것은 동서고금에 걸친 공통 현상이다. 미국의 학자들은 1939년, 1956년, 1967년, 1985년 배우자 선택 기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주기적으로 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녀 간의 경제적 격차는 줄었지만 배우자를 고를 때 재력과 경제적 전망을 최우선으로 꼽는 비율은 늘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 많았다.
미국의 대학생에게 배우자가 될 사람의 경제적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기를 희망하냐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여대생들은 평균적으로 배우자의 경제 수준이 상위 30%가 되기를 희망한 반면 남자 대학생은 하위 40%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남자의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데 반해 남자는 여자의 경제력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보고 대신 미모에 훨씬 관심이 많다.
미국 신문에는 애인을 구하는 광고가 마치 구인구직 광고처럼 많이 실린다. 한 학자가 이 광고를 분석했는데 여자가 낸 광고에는 남자가낸 광고보다 상대방의 경제적 조건을 내건 것이 11배나 많았다. 미국 텍사스대학 심리학자인 데이빗 버스 교수는 전세계 37개 문화권의 학자들과 함께 배우자 선택 기준에 대한 방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아프리카 잠비아부터 유럽의 핀란드까지 여성의 경제력 중시는 공통된 현상이었고 경제력을 우선시 하는 비율이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2배가 높았다.
다만 일본의 경우 경제적 전망을 중시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150%나 많은 반면 네델란드 여성은 남성보다 36%만 더 경제력을 중시했다.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여성이 다른 대륙의 여성보다 결혼 조건으로 돈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 여성도 유럽 여성보다 좀더 남성의 경제력을 중시할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여성은 남성보다 배우자가 될 상대의 지능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지능은 문제 해결 능력, 경제력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자가 경제력 있는 배우자를 원하는 것은 석기시대부터 수천세대에 걸쳐 계속된 오랜 적응의 결과이다. 많은 영양분을 가진 여성의 난자는 인체 세포 가운데 가장 크다. 여성이 평생 만들어내는 난자는 400개에 불과하다. 반면 남자는 한 시간에 1200만개의 정자를 생산한다. 그리고 한번에 3억 개의 정자를 내뿜는다.
값비싼 난자와 값싼 정자가 결합해 수정난이 만들어지면 여성은 9달 동안 뱃속에서 아기를 키우고 출산 뒤 2년 동안 젖을 주어야 한다. 여성은 임신부터 아이가 젖을 뗄 때까지 3년 동안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일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동안 여성은 남성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먹을 것과 입을 것, 살 곳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자신과 아이를 보호해주어야 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자를 만나거나 가정적이지 못한 남자를 만나는 것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석기 시대 여성도 출산과 수유 기간 동안 남성이 제공하는 자원과 보호에 전적으로 의지해 아기를 키웠다. 호모 사피엔스는 99%의 시간을 석기시대 인으로 살았고 이런 환경에 오랜 동안 적응하면서 심리와 행동양식이 만들어졌다. 요즘은 경제력이 돈을 뜻하지만 석기시대 여성에게는 남성의 사냥 능력과 지위가 곧 경제력이었다. 많이 사냥을 해올 수 있는 남자, 공동체가 함께 사냥한 것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높은 지위의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
그래서 헨리 키신저는 권력은 최고의 최음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예나 지금이나 지위 높은 남성 근처에는 맴도는 여성도 많다. 특히 여성들은 저학력 상대를 바람직스럽지 못한 배우자로 생각한다. 학벌은 자신과 자녀에게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의 지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제력만 있지 여자에게 베풀지 않는 남자는 소용이 없다. 그래서 여성은 구두쇠 같은 남자를 싫어한다. 벌어온 것을 엉뚱한 데 쓰고 자신과 자녀에게 나누어주지 않는 남자는 빛 좋은 개살구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이른바 잘 나가는 여성일수록 남성의 경제력을 더 중시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의사 등전문직 여성이 일반 여성보다 배우자의 선택기준으로 경제력을 더 중시했다. 여자가 돈을 잘 버니까 돈을 조금 못 벌어도 된다고 생각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최근 국내의 한 결혼 정보회사가 결혼의 기준에 대해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이 극명히 나타났다. 의사, 약사, 회계사 등 전문직 여성은 첫번째로 남자의 경제력(53%), 두번째로 성격(21%)을 꼽았다. 반면 비전문직 여성은 첫번째로 성격(42%), 두번째로 경제력(22.5%)을 꼽았다.
여성이 연상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도 세계 공통 현상이다. 평균적으로 프랑스에서는 두 살 연상의 남자, 이란에서는 5살 연상의 남자와 결혼한다. 나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세계 여성은 평균 3.5살 위인 남성을 선택한다. 이런 이유도 20대 초반의 남성보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남성이 훨씬 경제력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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