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 본원경

[김판출]

지장보살 본원경

제 도리천궁 신통품 1,

( ) 도리천궁에서 신통을 나타내는 품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에 부처님께서 도리 천궁에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하여 법을 설하셨다 그때 시방의 한량없는 불보살님께서 도리천궁에 오시어 찬탄하시기를 석가모니 부처님은 오탁 악세에서 지혜와 신통력을 보이시어 억세고 거친 중생들을 조복하여 즐거움과 괴로움의 도리를 알게 하신다 하고 모두 시자를 보내시어 세존께 문안을 드리게 하였다.

이때 부처님께서 웃음을 머금으시고 백천 만억의 큰 광명을 놓으셨으니 이른바 대원만 광명이요 대자비 광명이요 대지혜 광명이요 대반야 광명이요 대삼매 광명이요 대길상 광명이요 대복덕 광명이요 대공덕 광명이요 대귀의 광명이요 대찬탄 광명이었다.

이러한 말로 할 수 없는 광명을 놓으시고는 다시 여러 가지 미묘한 음성을 내셨으니 이른바 보시바라밀 법문이요 지계 바라밀 법문이요 인욕바라밀 법문이요 정진 바라밀 법문이요 선정 바라밀 법문이요 지혜바라밀 법문이요 자비 희사의 법문이요 무루 해탈의 법문이요 사자후의 법문이요 큰 우뢰의 법문이었다.

이러한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소리를 내시니 허공 천지 무량 억수의 천신과 용 귀신들도 도리 천궁으로 모여들었다

이른바 사천왕천 도리천 수염마천 도솔타천 화락천 타화자재천 범중천 범보천 대범천 소광천 무량광천 광음천 소정천 무량정천 편정천 복생천 복애천 광과천 엄식천 무량엄식천 엄식과실천 무상천 무번천 무열천 선견천 선현천 색구경천 마혜수라천 내지 비상비 비상처천의 온갖 하늘 무리며 용의 무리 귀신 무리들까지 모여 들었다.

뿐만 아니라 타방국토와 사바세계의 바다의 신 강의 신 하천의 신 나무의 신 산의 신 땅의 신 못의 신 곡식의 신 낮의 신 밤의 신 허공의 신 하늘의 신 음식 신 초목신 등 모든 신들이 법회에 모여 들었으며 더불어 눈 부릅뜬 귀왕 피 먹는 귀왕 정기 먹는 귀왕 태와 알을 먹는 귀왕 병 을 퍼뜨리는 귀왕 자비한 귀왕 독기를 물리치는 귀왕 복을 베푸는 귀왕들도 법회에 참여하였다.

이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문수사리 법왕자 보살마하살께 말씀하셨다.

그대는 저 모든 불보살과 이 도리천궁에 운집한 천신과 용과 귀신무리들의 수효를 알겠는가?

문수사리 보살께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의 신력으론 천 겁을 두고

헤아린다 하더라도 그 수를 알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부처의 눈으로 보더라도 오히려 다 헤아리지 못하리라! 이들은 모두 지장보살이 오랜 세월 동안 이미 제도했거나 지금 제도 중이거나 앞으로 제도할 이들이며 이미 성취시켰거나 지금 성취중이거나 앞으로 성취시킬 이들이니라. 문수사리 보살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과거로부터 오랫동안 선근을 닦아서 걸림 없는 지혜를 증득하였으므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믿사오나 수행이 작은 성문과 천룡 팔부와 미래세의 중생들은 비록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을 듣더라도 반드시 의혹을 품을 것이며 설사 받아 지니더라도 다시 비방함을 면치 못하오리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지장보살님이 처음 수행할 적에 어떠한 수행을 닦았으며 어떠한 서원을 세웠기에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을 성취하였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보살께 말씀하시되,

비유하건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초목과 돌과 모래 등 모든 티끌 수만큼 갠지스 강의 모래밭이 있다 하고 그 많은 항하의 모래 수만큼 세계가 있으며 그 숱한 세계의 한 티끌을 일 겁으로 치고 그 모든 겁 동안에 쌓인 티끌 수만큼의 겁이 있다 할지라도 지장보살이 십지과위를 증득한 이래 교화한 이의 숫자는 위에서 비유하여 말한 숫자보다 천배는 많느니라 하물며 지장보살이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에 있던 동안 교화한 이들까지를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느냐!

문수사리여 지장보살의 위신력과 서원은 불가사의 하나니

만약 미래세의 선남자 선여인이 지장보살의 이름을 듣고 찬탄하거나 우러러보고 예배하거나 명호를 부르거나 공양을 올리거나 형상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조성하여 모시면 이 사람은 마땅히 도리천에 백번이나 태어나 영원히 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문수사리여 지장보살 마하살은 무량겁전에 큰 장자의 아들로 태어났느니라 그때 세상에는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 라는 부처님이 계셨는데 장자의 아들은 부처님의 상호가 천복으로 장엄되어 있음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느니라.

세존께서는 어떤 서원을 세워 수행하셨기에 이러한 상호를 얻으셨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장자의 아들에게 이르셨느니라.

이와 같은 몸을 이루고자 하거든 마땅히 오랜 세월 동안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을 건져 주어야 하느니라.

문수사리여 그때 장자의 아들은 바로 큰 서원을 세웠느니 라. 미래 겁이 다하도록 육도 세계 죄고 중생을 모두 해탈시킨 연후에 성불하겠나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무량겁이 지났건만 지장보살은 끝없는 보살행을 닦고 있느니라. 또 과거 무량 겁전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가 각화정자재왕 여래요 수명은 사백천만억 아승기겁이며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상법시대에 한 바라문의 딸이 있었느니라 그녀는 과거 여러 생 동안 깊고 두터운 복을 심었기에 여러사람들로부터 흠모와 존경을 받았으며 어느 곳을 가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하늘이 그를 지켜 주었느니라.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삿된 것을 믿고 항상 불법승 삼보를 업신여겼더니라.

딸은 어머니가 바른 생각을 갖도록 하였으나 어머니는 온전한 믿음을 내지 못하였고 오래지 않아 목숨이 다해 혼신은 무간지옥에 떨어졌느니라. 바라문의 딸은 어머니가 세상에 계실 때 인과를 믿지 않고, 악업을 지었으므로 필경 악도에 떨어졌으리라 생각하고 좋은 향과 꽃이며 여러 공양구를 두루 구하여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전에 크게 공양을 올렸느니라 그때 바라문의 딸은 법당 안 각화정자재왕여래의 위용이 장엄하신 것을 보고 우러러 공경 예배하고 생각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큰 깨달음을 이룬 분이시니 온갖 지혜를 갖추셨으리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셨을 때 어머니가 가신 곳을 여쭈었다면 반드시 일러 주셨으리라. 하면서 부처님을 우러러보고 울면서 기도를 하고 있을 때 홀연히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 왔느니라.

울고 있는 성녀여 너무 슬퍼하지마라, 네 어머니가 간 곳을 일러 주리라.

바라문의 딸은 공중을 향하여 합장하고 아뢰었느니라.

그 어떤 신묘한 덕을 갖추신 분이기에 저의 근심을 풀어 주시옵니까 어머니를 잃은 뒤 밤낮으로 생각하였사오나 어머니가 가신 곳을 물을 곳이 없었나이다.

그때 다시 공중에서 소리가 들렸느니라. 나는 너의 지극한 절을 받은 각화정자재왕여래니라 네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다른 이들보다 배나 더하기에 특별히 일러 주노라.

이 소리를 듣고 바라문의 딸은 감격하여 몸을 땅에 부딪쳐 온몸이 상하므로 주위의 사람들이 부축하니 겨우 정신을 차려 공중을 향해 아뢰었느니라.

부처님이시여 바라옵건대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어머니가 태어난 곳을 일러 주옵소서. 그때 각화정자재왕여래 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곧 집으로 돌아가서 단정히 앉아 나의 명호를 생각하여라 그리하면 네 어머니가 태어난 곳을 알게 되리라 바라문의 딸은 집으로 돌아와서 단정히 앉아 어머니를 떠올려 각화정자재왕 부처님을 염불하며 하루 밤낮을 기도하자 홀연히 자신이 한 바닷가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느니라. 자세히 보니 그 바닷물은 펄펄 끓고 있었고 주위에는 쇠 몸의 사나운 짐승들이 바다 위를 날아다니기도 하고 바닷속에 빠져 있는 수 많은 남녀들을 다투어 잡아먹고 있었느니라. 또 보니 험상궂은 야차들은 눈과 머리가 여럿이고 손과 발도 여럿이며 입 밖으로 삐쳐 나온 어금니는 날카로운 갈고리 같았느니라.

야차들은 죄인들을 사나운 짐승 가까이로 몰아주고 거칠게 움켜잡아 때리기도 하며 머리와 발을 엮어 괴롭히는 그 모습은 천만가지라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더니라.

그러나 바라문의 딸은 부처님을 생각하는 힘으로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느니라.

여기에 무독귀왕이 있어서 머리를 조아려 성녀를 맞으며 말했느니라. 장하십니다 보살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이곳은 어떤 곳입니까 이곳은 대철위산 서쪽에 있는 첫 번째 바다입니다 철위산 안에는 지옥이 있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참으로 지옥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부처님의 위신력이 아니면 업력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인연이 아니면 결코 여기에 올 수가 없습니다. 성녀가 다시 물었느니라. 저 물은 어떤 연유로 저렇게 끓어오르며 저 많은 죄인과 험악한 짐승들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무독귀왕이 말하기를, 이곳은 인간 세상에서 악업을 지은 중생 가운데 사십구일이 지나도록 망자를 위해 공덕을 지어주는 이가 없거나 생전에 선행을 닦은 바가 없으면 지은 업을 따라 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먼저 이 고통 바다에 오게 됩니다. 이 바다 동쪽으로 십만 유순을 지나면 또 한 바다가 있으니 그곳의 고통은 여기의 배가 되며 그 바다 동쪽에도 또 한 바다가 있으니 그곳의 고통은 다시 그 배가 됩니다.

이 세 바다에서의 고통은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악업 때문에 스스로 받는 것이므로 모두 업의 바다라 하며 바로 여깁니다. 성녀가 다시 묻기를 지옥은 어디에 있습니까 무독귀왕이 대답하길 저 세 바닷속이 대 지옥이요 그 지옥의 수는 백천이나 되며 각각 차별이 있습니다.

큰 지옥이 열여덟이고 다음으로 오백이 있고 그다음으로 천백이나 있는데 그 지독한 고초는 한량이 없습니다 성녀가 무독귀왕에게 묻기를 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느 곳에 계신지 알 수 없겠습니까? 보살의 어머니는 생전에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저의 어머니는 그릇된 소견으로 삼보를 비방하였고 설혹 잠시 믿다가도 이내 공경치 않았습니다. 돌아가신지 오래지 않은데 태어나신 곳을 알 수 없겠습니까? 보살의 어머니는 성씨가 무엇입니까? 저의 부모는 모두 바라문 종족으로 아버지의 이름은 시라선견이요 어머니의 이름은 열제리입니다.

부독귀왕이 합장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성녀에게 말하기를 바라건대 성자께서는 조금도 근심하지 마시고 집으로 돌아 가소서. 죄인이었던 어머니가 천상에 태어난지 삼일이 되었습니다. 효순한 자손이 어머니를 위하여 각화정자재왕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복을 닦은 공덕으로 보살의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날 무간지옥에 있던 죄인들 모두가 함께 천상에 태어나 낙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무독귀왕이 말을 마치고는 합장하여 물러가니 꿈결같이 집으로 돌아온 바라문의 딸은 이 일을 크게 깨닫고 각화정자재왕 부처님께 나아가서 크고 넓은 서원을 세우기를 맹세하옵나니 저는 미래 겁이 다하도록 죄고에 허덕이는 중생들에게 널리 방편을 베풀어 해탈케 하오리다.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문수보살께 이르시길 그때의 무독귀왕은 지금의 재수보살이며 바라문의 딸은 지금의 지장보살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