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입니다
새벽에 집을 나와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부모님께 새배를 드리고 마누라와 아이들과 함께 처가인 원주로 향했습니다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날부터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폭설에 한파까지 자동차는 집앞에 세워 두지도 못하고 길옆에 세워 두었습니다
비탈이라면 비탈이라고 눈이 오면 빙판길이 되어 올라 오지도 내려가지도 못합니다
그러기에 마누란 간밤에 차를 내려다 놓았습니다
새벽에 집을 나와 운전을 하면서 엉금 엉금 조심스럽게 병원엘 갔습니다
충전기에 차를 충전하려 하니 20분이면 끝이 난다합니다
충전량은 점점 줄어만 들고 운전할 거리도 줄어만 듭니다
가게로 가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오니 충전이 끝이 났습니다
차를 빼 주차장에 세웠습니다
병원 3층 투석실로 갔습니다
그리고 팔에 주사기를 뽑고 비몽 사몽 속으로 들어 갔습니다
귀에 꼽은 이어폰에선 TV 소리가 윙윙울려되고 여기가 현실속인지 꿈속인지 헤매는 가운데
시간이 흘렀습니다
간밤에 스스로 운전하여 병원엘 갈 염려에 일찍 잠을 청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아
힘겨웁게 기도함속에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악한 영의 붙잡음에 뿌리치지 못하고
흔들림속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혼미한 가운데 기도함으로 영이 깨어나고 예수님의 품안에서 평안함속에 하나님의 은혜속에 기도를 할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설날 입니다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불안함과 염려스러운 마음을 감추고 차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온통 새하얀 세상입니다
내 마음도 저렇게 새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돈에 찌들리고 돈에 궁핍함속에 쪼들리는 내가 싫습니다
벗어날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유로울수는 없는걸까요
그건 제 바램일뿐 현실이 될수는 없는 걸까요
오랜 사간이 걸려 처가에 도착했습니다
신은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풀죽어 있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거 어머님 드리세요'
주머니에 집어 넣어 주는 마누라의 봉투를 만지작 거리며 처가에 들어서니 처형 식구들이 먼저 나와 반겨줍니다
'세배드렸나요'
물어보며 들어 서자 마자 어머님께 세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거 세배돈입니다'
장모님께 봉투를 드렸습니다
집 떠나 올때 책상위에 놓아 둔 두개의 봉투를 보자 마누란
'아버님 어머님께 드리세요'
그래서 세배를 드리고 드렸습니다
두 부모님은 똑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뭘 이런 걸,......'
거실 쇼파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윷놀이를 하고 치킨을 시켜 먹고 나서야 방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혼자 남아 하루를 정리합니다
점점 퇴색케 가는 설 명절
시들시들해 가는 명절 풍경들이 서럽습니다
설램도 없고 기다림도 없는 밍밍한 숭늉같은 명절
왁자지껄 소란스런 그 옛날 설 명절이 그립습니다
나이를 먹어가서 그럴까요
세상이 변해가서 그럴까요
참 재미없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