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우표 한 장 붙여서 편지를 띄우며 (고성 봉포해변의 찬란하게 뜨는 아침 해를 마주하며)
가족처럼 생각해주는 좋은 인연들이 있습니다. 20년을 넘는 세월, 가족을 떠나 낯선 곳에 살면서 처음에는 외롭고 힘들어도 한 사람을 믿고 의지하며 살려고 노력했지만, 그 믿음은 깨어지고 수많은 눈물을 흘렸었지요. 그러면서 오래 마음을 닫고 살다가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찾게 되었습니다.
좀처럼 회복되지않는 몸 상태로 일상 생활과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잠시 쉬면서 나 자신을 먼저 챙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번 깨져버린 생활리듬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조차 맞추지못했는데 그것을 안타까워 하던 인연들과 이제는 밥도 먹으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미리 약속하지않고도 언제든 찾아가면 반가이 맞아주는 지인과 새벽에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고성의 봉포해변입니다. 바닷가에서 떠오른 해를 보면서 사진을 담고 바다 위 바위들을 조심히 밟으며 되돌아 나오는데 그만 발을 헛디뎌서 바닷물에 빠지고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다른 해변들도 다녀보면서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텐트까지 쳐놓고 아침으로 먹을 부대찌개 3인분을 끓이니 열기가 더해졌지만, 이른 아침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에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고는 애써 펼쳤던 텐트를 거두고서 편의점으로 향해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데 뜨거운 백사장의 모래와 불타는 태양에 맞서서 바닷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은 생기지않았습니다.
바다를 떠나 설악의 백담사 계곡에 가니 습도가 낮아 쾌적한 그곳에서 발을 담구고 완전히 더위를 잊으며 보낸 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백담사 입구로 들어서는 수심교는 마음을 닦는다는 의미라는데 계곡에 발을 담구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일상처럼 우리의 삶이 늘 똑같을 수는 없기에 때로는 무거운 짐 잠시 내려두고 어딘가로 잠시 떠나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산과 바다 등 자연을 마주하며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찬란한 아침 해가 그대를 반겨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