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Coffee), 그 오묘한 맛
장석민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 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커피라는 것을 모르는 데도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곤 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이 노래는 1964년도에 발표된 노래로 우리나라 록밴드의 귀재라고 할 수 있는 신중현이 작사 작곡한 노래다.
발표 당시에는 제목을 “내 속을 태우는구려” 라고 했다고 한다.
그 후 1968년에 펄시스터즈가 ‘커피 한 잔’이라는 제목으로 불러서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1970년에 당시 최고의 여가수 김추자가 부르면서 크게 유행한 노래다.
펄시스터즈가 부를 당시에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 당시 라디오에서 노래가 자주 나왔고, 어른들이 흥얼거리며 부르는 것을 듣고 따라서 부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경쾌한 리듬에 흥겨운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커피’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커피를 시켜놓고라고 하는데 누구한테 시키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혼자서 해봤다.
산골에서는 커피라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먹어본 사람도 거의 없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커피는 한약같이 생겼는데 엄청 쓰다고 하던디’하거나 ‘커피는 한약같이 생기긴 했으나 달콤하다고 하더만’이라고 하였다.
그 사람들도 아마 누구에게선가 커피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름대로 일부분만 알고 전하는 내용이었으리라.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나서 각자 자기가 만진 부분만 얘기하는 식이었다.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신 사람은 쓰다고 할 것이고, 설탕을 많이 넣어서 마신 사람은 달콤하다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커피에 대한 무한의 호기심이 있었다.
내가 커피를 처음으로 먹어 본 것은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친척 집에 인사를 가서 처음으로 커피를 먹어 보았다.
거실에 앉아 있으니 친척 집 아주머니가 커피를 내왔다.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 커피가 들어 있는 유리병, 프림, 설탕, 커피잔, 작은 스푼을 쟁반에 담아서 들고 온다.
쟁반과 주전자 외에는 대부분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커피잔에 진한 갈색의 커피 알갱이를 작은 스푼으로 두 스푼 떠넣고, 하얀 가루인 프림을 한 스푼 넣고, 설탕을 세 스푼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붓고 잘 저어서 준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시라는 말도 해준다.
난생 처음 맛 본 커피 맛은 오묘한 맛이었다.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하고 아무튼 커피는 맛있는 것이라는 기억으로 남았다.
설탕을 세 스푼 넣어서 달콤하게 타 주어서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친척 집 아주머니의 지인이 미군 PX에서 외부로 나온 물건을 받아서 아는 사람들에게 파는 일을 하는데 커피도 ‘미제’라고 하였다.
커피를 처음으로 먹었는데 미제 커피를 먹은 셈이다.
어쨌건 커피라는 것을 처음 먹어 본 소감은 ‘달콤하다’였다.
예전 유머에 이런 것이 있었다.
“블랙커피를 즐기는 사람은 고독을 아는 사람이고,
설탕 한 스푼을 넣는 사람은 추억을 아는 사람이고,
설탕 두 스푼을 넣는 사람은 사랑을 아는 사람이다.
그럼 설탕 세 스푼을 넣는 사람은?
설탕 맛을 아는 사람”
아마 설탕 맛 때문에 커피는 달콤한 것이라는 기억으로 남았는지 모른다.
예전에 다방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면 레지가 커피를 가져올 때 커피가 든 잔과 프림통, 설탕통을 함께 가져온다.
손님들은 취향대로 프림과 설탕을 넣어서 마신다.
‘프림 하나에 설탕 둘’이라고 얘기하면 레지가 프림 한 스푼, 설탕 두 스푼을 커피 잔에 넣어서 주기도 했다.
요즘 사무실이 밀집한 도심을 점심시간 대에 가다 보면 사람들마다 커피 테이크아웃 잔 하나씩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직장 생활 할 때는 거의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커피는 식사 후에 바로 먹으면 좋지 않다고 한다.
식후에 바로 커피를 먹으면 커피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이 철분 흡수를 방해 한다고 한다.
그래서 식사 후에 적어도 30분 지나서 커피를 마시라고 한다.
직장 생활 할 때 특이한 현상 중 하나가 회사 구내식당에서 3천원짜리 점심을 먹은 후 밖에 나가 커피숍에서 4천원짜리 커피를 사먹는 것이다.
마치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라고 할까
날마다 가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같이 가자고 하면 따라가긴 하지만 매번 얻어먹을 수는 없는 일이니 가끔 나도 한 번은 사야 한다.
그러다 보니 커피값도 꽤 나가게 된다.
사무실 내에는 믹스커피가 항상 준비 되어 있는데도 밖에 나가서 먹어야 맛이 나는지 점심시간만이라도 사무실을 떠나 있고 싶어서 커피숍에 가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믹스커피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6년이라고 한다.
시장 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가 1990년대 중후반에 정수기, 냉온수기가 많이 보급되면서 믹스커피를 타 먹기 쉬워지니 스틱 모양의 믹스커피가 대폭적으로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회사 사무실에 가면 냉온수기 옆에 믹스커피와 종이컵이 항상 준비 되어 있어서 직원들이 오가면서 커피 생각이 나면 한 잔씩 타 먹는 재미도 있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커피는 하루에 한 잔밖에 마시지 않지만 커피라는 것에 대한 흥미가 있고,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다.
커피는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지구인의 기호식품이다.
모든 농작물이 그렇지만 커피를 재배하여 수확해서 판매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게 많은 고생을 해서 커피를 생산한다.
가장 많은 커피를 생산하는 곳은 브라질인데, 예전엔 브라질 커피는 맛보다는 수확량으로 엄청난 양을 전 세계에 공급하였으나 차차 질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서 컵오브액셀런스(Cup of Excellence) 대회를 개최하여 매년 국가별, 지역별 최고의 스페셜 커피를 선정하여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커피는 세계 곳곳에서 재배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이 알려진 세계 3대 커피가 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멘 모카 마타리다.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서는 커피의 산도가 높은 맛을 좋아하기도 하고, 고소한 맛을 좋아 하기도 한다.
커피 콩을 로스팅할 때의 농도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도 있고, 커피를 내릴 때 핸드드립으로 하느냐 머신을 이용하여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도 있다.
커피 마니아 들은 자신만의 맛을 찾아 커피를 마실 것이다.
기호식품이므로 각자의 기호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가장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든지 마실 있는 믹스커피가 좋은 것은 왜 일까
명색이 ‘바리스타’인데도 믹스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달콤한 설탕맛 때문일까
‘커피 한 잔’ 노래 들으면서 믹스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시간이다.
첫댓글 전 밀크커피가 제일 좋아합니다
물론 카페라떼,카푸치노 순이라 할까요
커피에 대해 좋은 글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구한말인데
지금은 커피가 일상적인 식품이 되었죠.
커피전문점, 카페도 정말 많이 있어요.
날씨가 쌀쌀해지면 더욱 생각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즐거운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