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정쌍은
전두환정권에서 노태우정권으로 넘어가면서부터 농협은 개혁해야 할 대상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농협중앙회장은 구속되고 이어서 농협을 개혁해야 된다고 난리를 쳤다. 다음 대통령이 되면 개혁해야 할 일이 없을 것같이 하다가 대통령이 바뀌면 또 개혁해야 된다고 야단들이었다.
농민(단체)들은 직접 농협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권쪽에서는 국민들이 바라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농협을 선택했다. 지난 정권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공부시간에 어린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으면 괜히 옆에 친구를 집적이듯이.
이명박대통령이 들어서면서도 어김없이 농협개혁 문제가 대두 되었다. 농민단체들은 큰 과제로 다루었다. ‘한국-미국 무역협정(FTA) 반대 데모를 할까, 농협개혁 데모를 할까’ 고민을 해야 할 만큼 농협개혁문제는 한국농민들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 중앙에서 벌어지는 농협개혁의 핵심의제는 역시 신용사업(돈 장사)과 경제사업(농산물 장사)과의 분리문제이다. 분리하자는 데 까지는 합의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분리를 하느냐’에서 의견을 달리한다. 이런 논의에서 나오는 게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자’, ‘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하자’, ‘농정활동과 지도사업을 강화하자’....여러 가지 이야기이다.
이 문제가 농민(단체)들로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지는 30년이 넘었다. 어쩌면 농협이 만들어지고부터 시작된 과제일수도 있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먹기 위해서 농협을 만들었는데 농산물 팔아 주는 일을 못하고 돈 장사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 월급주고, 여러 가지 비용을 지출하는 돈의 출처를 보면 돈 장사 해서 번 돈이 90%정도까지 될 것이다. 공제(보험)사업까지 합하면 말이다. 이 비중은 거창읍농협은 높을 것이고, 다른 가조농협이나 북부농협은 낮을 것이다. 신원농협같이 작은 농협은 더 낮을 것이다. 농산물을 팔아서 남은 돈으로 월급도 주고, 여러 비용을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농협중앙회 거창군지부도 잠깐 보고 싶다. 10년이 넘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반은행에 있던 거창군금고를 농협군지부로 옮기자고 농민들이 힘을 모았다. 거창군 1년 예산이 3,000억 원 정도 된다. 평잔(평균으로 항상 들어 있는 돈)이 1,000억 원은 될 것이다. 3% 이자만 계산해도 30억 원이 넘다. 이 돈이 거창군민(농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쓰여 지고 있는가는 눈여겨봐야 한다. 딴 지역에서는 군청과의 사이에 ‘잘못된 거래’로 나타난 적도 있다. 그리고 농협중앙회거창군지부에서 많은 돈 장사를 하는데 남은 이윤은 어떻게 처리되는가도 거창지역 농협조합원들에게는 알려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물론 지금 중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는 서울에 있는 농협중앙회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지역농협은 약간 비껴있다고 봐야 하고, 농협이 농산물 장사를 잘못하는 게 농협자체의 잘못보다는 농업정책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있다.
농사꾼들은 ‘농협개혁’이 술안주이다. 농사가 잘못되면 가서 화풀이 하는 곳이기도 하다. 매일 이용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중앙정부나 농협중앙회에서 잘못하는 일들이 지역농협을 통해서 농민들에게 전달되니까. 돈이 없을 때 빌려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씨가 빠지게 농사지어 번 돈을 갖다 바치는 곳이기도 하니까.
북한 핵문제, 노무현대통령의 뇌물 문제...여러 일들 속에 ‘농협 개혁’문제는 묻히고 있다. 최소한 농민들에게는 이런 문제들보다 ‘농협개혁’문제가 더 큰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논의 속에 농민들은 빠져 있는 것 같다.
농민(농업)문제의 껍데기 표현이 농산물 수입문제, 농산물 가격문제 등으로 본다면 농협문제는 한국농업문제의 알맹이 표현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까지 농협이 개혁되느냐’는 대통령이나 서울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까지 거창농민들이 조직되느냐’와 ‘얼마나 거창농민들이 깨어 있느냐’와 비례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