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를 공부하다보면,
위대한 수학자 피타고라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불교를, 불교의 가르침을 신봉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불교가 말하는 것과 비슷한 류의
"윤회설"를 믿은 사람이다.
윤회설의 밑바닥에 흐르는 사상이 있다.
바로 "영혼불멸설"이다.
그리고 영혼불멸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암시적으로 동의하는 사상이 있다.
헬라 철학의 위대한 사상가 중 한 사람인 플라톤의 2원론과 같은 것이다.
플라톤은 세상과 우주질서를 본질과 형상의 관계로 설명했다.
땅(세상)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형상)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데아(하늘에 있는 본질)의
형상이요,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본질은 영원하고, 불변하지만
형상은 제한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를 겪는다.
그렇게 낡아지고, 썩고, 병들어 마침내 소멸된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의 육체가 성장한 다음,
늙고, 병들어, 죽듯이,
그리고 땅에 묻힌 다음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듯이---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영원하고 불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타고라스가 이러한 사상에 승복하고,
윤회를 믿게 된 동기가 자못 흥미롭다.
그는 자신의 지나치게 똑똑하고 지혜로운 지능,
특히 자기자신조차 경탄할만큼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자신의 노력과 수고의 결과라고 주장할 수가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내가 이렇게 위대한 수학적 재능을 발휘하여
역사상 아무도 이루지 못한 초인적인 수준의 수학적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이것은 나의 공부의 결과가 아니다."
즉 그는 자신이 세운 수학의 금자탑을
자신의 수고와 노력과 애씀과 땀흘림의 결과라고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논리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내 앞에 살았던, 어떤 위대한 수학자의 영혼이
지금 내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그가 내린 결론이
옳으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모든 분야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과 영웅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공통분모가 있다.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공통분모는 그들 모두는 자신들의 일에
미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피타고라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재능을
무한대로 개발시킨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오늘 내였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