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말을 샘골에서 보냈습니다.
나는 평상시에도 가끔 훌쩍 떠나 샘골을 찾습니다.
훌쩍이란 말을 쓰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지만 나는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휘황찬란한 서울과는 정반대인 적막하기 그지없는 이 산골로 들면 비로소 내가 됩니다.
잊었던 나, 새로운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도시에서 오염 되였던 번민(煩悶)들이 떨어져
나갑니다.
“들었던 것” “보았던 것” “욕심냈던 것” 이런 것에 묻혀 뒤범벅이 되었던 생각들이 말끔히 씻겨 나갑니다. 이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내가 없게 됩니다. 이렇게 산에 들면
어느 사이 편안해 집니다.
이대로 충분합니다. 무엇으로 이 기쁨을 사랴.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방의 나무를 바라봅니다.
나무는 알몸으로 순 백색의 옷을 입고 오들 오들 떨고 있습니다. 나무를 대하면
스스로 부끄러워집니다. 사람은 춥다고 겹겹이 끼어 입고 오만가지의 음식을 먹습니다.
나무는 태양빛과 바람과 비 만을 먹고도 수백 년을 너끈하게 삽니다. 사람이 해코지만
안한다면 2~3천년 까지도 삽니다.
하찮은 것으로만 여기기 쉬운 나무에게서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입니까? 계곡의 버드나무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버들강아지 싹이
벌써 움터 올라오고 있습니다. 좁쌀알 만 한 싹이 솜털을 입고 바람에 떨고 있습니다.
나는 샘골을 찾을 때 마다 보고 싶은 나무 몇 그루를 짐짓 점찍어 놓았습니다.
계절에 따라 나뭇잎과 줄기, 꽃, 그리고 가을의 낙엽을 차례로 보는 즐거움 때문이지요.
버들강아지 나무도 내가 매번 눈여겨보는 나무중의 하나였던 것이지요.
나무는 잠시도 머물지 않고 자랍니다. 해마다 자라는 게 분명하지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연의 은밀한 매력을 감춘 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킵니다.
나는 샘골에서는 그날 하루는 나무가 되어 나의 삶과 세상을 봅니다.
내가 숨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족하고 나머지는 모두 욕심이었습니다.
나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허영이라면 우아하게 늙는 것인데 그 알량한 문명의 탈을 쓴
세속의 유혹을 뿌리치게 해주는 이 숲의 속삭임이 기막히게 싱그럽기만 합니다.
이 기쁨은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기쁨 때문에 또 숲에 듭니다.
이제 나는 압니다.
진정한 자유!! Bohemian!! 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샘골에서 돌아오는 길에 토종꿀을 생산하는 “이건후”씨의 따님인 “이선옥”(경기대학교)
학생을 내 차에 태워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년 반 동안
유학중 일시 귀국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 하려고하는 것은 러시아의 주말 농장인 “dacha"에 대한 것입니다. 나는 ”dacha"에 대해 문헌을 통해서만 알고 있을 뿐, “dacha"생활을 해본 사람에게서 체험담을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알고 지내던 러시아인들과 몇 차례 ”dacha"생활을 하였고
“dacha"뿐 만이 아니라 모스크바 도시인들의 생활상까지 생생 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dacha"란 주말에 농사지으며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텃밭이 딸린 조그만 목조 가옥인
러시아 인들이 주말에 머무는 농장 입니다.
그러나, 그 수준이 다양하여 정부 고관들의 것은 호화별장에 가깝고 보통시민들것은
토지면적 180~240평에 작은 집으로 되어있습니다.
러시아 가구의 반 이상(3천2백만 개소)이 “dacha"를 소유하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러시아인들의 전원생활에 대한 애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들은 주말에는 “dacha"에 나가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여 자급자족하며 남는 것은 시장에 내다팔아 부수입을 올리고 아는 사람끼리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 까지는 도시 전체가 비어 있다 싶이 하여 식당 유흥업소의 수를 줄이게 된 원인이라고
합니다.
주말이 되면 커다란 짐을 꾸려 교외로 향하는 차들의 무리를 쉽게 볼 수 있고 특히 여름
주말에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도심이 매우 한산하다고 합니다.
가을 추수철에는 교수와 학생 모두가 수확을 위해 저마다 “dacha"를 향하므로 대학이
휴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요컨대 러" 역할을 합니다. 또한 노동을 통해 심신을 담금질하는 훈련장이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이 사회악을 예방하고 사회를 안정시켜 상부구조의 문화를 만드는 기반이
되었을 것입니다.
겨울에는 “dacha"에 딸린 수영장의 어름을 깨고 풍덩 빠졌다, 사우나를 번갈아 드나들며 북극곰 놀이를 한다고 합니다.
“이선옥” 학생도 무시무시한 ‘북극곰 써바이벌 게임’을 체험하고는 그 짜릿한 맛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기회에 몇 나라에 대한 주말 가족농원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독일의 klein garten(작은 농원)은 전국 회원 수 1,200만명, 동호회 15,200개로 10가구당 1가구가 주말 농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 구획당 토지는 60~120평이고, 건물은 9평 미만입니다. 실용적이고 소박한 독일문화를 잘 상징하고 있지요. 개인 소유보다는 회원제로
임대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임대료는 1구획 당 년 간 45유로(약 59,000원)이고 협회 비는 1구획당 년 간 60유로
(약 78,000원)입니다. 19세기 중반 이후 독일은 산업화에 따라 도시인구가 늘어 좁고
열악한 주거환경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주원인이라고 의사인 “슈레버”박사가 주장하여
사회운동으로 번져 주말농장이 번창해 나갔습니다. 어린이들의 건강과 정서를 위해
채소 묘상을 만들어 어려서부터 농원 일을 체험시켜 어린이 놀이공간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사례와 우리들의 삶을 비교할 때 생각할 바가 큽니다.
일본은 체제형 시민농원인 八千代風(야치요쵸)가 대표적입니다.
브라이엔 오오야-만족감을 느끼는 농원, 브루엔 야마토-꽃을 사랑하는 농원, 등이
있습니다. 1구획의 토지는 약 90평이고, 건물은 약 8평입니다. 이용요금은 276,000엔(년)입니다.
“북극곰”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김형철 부장(월간 뚜르드몽드 여행잡지사 편집장)은
지난 년 말 주금산(814m. 포천시 내촌면, 베어스타운 스키장 뒷산)정상에 올라 “해돋이”
비박캠프를 하였습니다. 그날의 주금산 정상의 기온은 영하 10도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체감온도는 아마도 영하 15도는 되었을 것입니다.
산악인 들이 비박캠프를 즐기지만 겨울철에는 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겨울 비박을 “북극곰”, “미친 젊은 날”, “산에서 태어난 새로운 인간”, “행복의 충격”, “유쾌한 방랑자”, “지옥을 자처한 꼴통”, “등뼈의 깨달음”, 이라는 자학적이고 자조적인 우스게 소리를 하지요. 나도 70대 까지만 해도 자주 비박을 하였는데 그런 뜻에서 부럽기만 합니다. 요즘 나는 비겁하게도 노천비박을 피하고 “샘골” 비닐 움막에서 캠핑을 하니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행복의 충격을 다시 맛보고 싶습니다.
무상의 가치에 흡족해하는 야무진 도전!
무엇에 연연 했던가, 더 버릴 것은 무엇인가?
맑은 비움 모든 것을 놓자!!
*사진설명
1. 샘골의 눈경치와 캠핑
2. 1월4일(일) 나의 선배인 송종원 장군(공병감 역임)과 이창훈 사 장을 찾아 아득한
옛이야기로 한 때를 보냈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57년 전인 1952년 육군본부가 대구에
있을 때 같이 근무 하였습니다.
사진의 장소는 분당에있는 startree GYM(실버 하우스)이며 송 장군의 독신 거처입니다.
-2009. 1. 깐돌이 박 상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