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간 근 50키로 걸었다
출발 후 6일간 130km 행진했다. 만나서 관계가 이루어지는 곳도 길이었고 관계가 사그라지는 곳도 역시 길이었다. 어제 머물렀던 숙소는 전통도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늘어나는 순례객들에게 좀 더 안락한 숙식을 제공하기 위해 신축한 곳으로 수영장도 구비 된 곳이었다. 저녁 7시 살짝 넘어가니 직원이 우리에게 식당을 안내한다. 그런데 식당 이용객이 달랑 우리 3명이 끝인 것이다. 코로나 여파가 크다.
이제 동행자들이 걷는데 이골이 난 듯 하다. 걸을 때 배낭 무게를 잘 인지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제 배낭과 몸뚱이가 물아일체 된 마냥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상호 간 인정한 것이다.
제주도 올레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일부 차용 했다고 하던데 올레길은 마을을 돌아서 오름과 바닷길을 걷게 한다면, 이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옛길이자 농로이며 마을의 중심에 자리 잡은 성당과 성당을 이어 나간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아침에 걷기 시작하면 4~5km 정도에 작은 마을이 있고 10km 정도에 성당(거의 문 닫힘)과 그 앞 공터에 순례객들을 대상의 BAR가 있다. 여기에서 간단 음료와 요기를 하면 1인당 1만원 수준으로 선택지가 없으니 비싸게 지불해야한다.
감자와 계란을 풀어서 찐듯한 스페인 정통 음식 또르띠아가 손가락 2개 정도 크기인데 2000원정도 한다. 정말 간단한 간식이다.
오늘은 출발 후 12km 지점의 Lorca 라는 곳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하여 얼큰한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힘차게 출발한 하루였다.
그런데 문 앞에 걸려 있는 Close 글씨 넘어, 붉은색이 도는 스페인 볶음밥 빠에야가의 그림 안내 배너판만 보인다. 문 닫힌지 오래된 듯 하다. 아쉬움 뒤로 하고 도착지 Estella 에 가서는 꼭 "빠에야"를 먹겠다는 결심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오늘의 숙소 인근에 도착하여 길가에 앉아 저녁은 뭐 먹을지 잠시 쉬며 식당을 검색 하고 있는데, 석가래가 지붕을 받치고 그 위로 흑색이 도는 기와를 얹은 집을 보며 ‘혹시 식당 주인이 집 짓고 있나.?’ 생각하는 와중에 "한국 분이세요"라는 여자 목소리가? 지나가던 자동차 차창을 넘어서 우리의 귀가에 꽂힌다. 갑작스런 한국말에 우리 모두 일심 "네" 라고 대답한 것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봄날의 곰’ 이란 아이디를 쓰며 우리가 기대하고 낮에 갔던 문 닫은 한국식당과 앞의 한옥 스타일 집이 본인 소유라고 한다. 이 어찌 우연이며 인연이겠는가? “세상 사람들이여 세상은 넓으나 실상 좁은 곳이니 다른 사람에게 죄짓지 말고 삽시다.”
오랜만에 본 한국인에 대한 반가움, 고국을 그리는 그리움에 더해진 눈빛과 한국말로 대화하던 그 목소리에 행복함이 젖어든 해맑은 모습이 지금도 어른 거린다.
저녁 먹을 식당을 문의드리니 지금 시간은 식사를 못한다고 안내해 준다.
점심은 오후 2~5시까지로 브레이크 타임 이후 7시에 저녁 영업시간이라고 하니 통상 오후 4~5시에 목적지에 도착하니 먹을 곳이 BAR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식당 찾기도 귀찮아서 그냥 숙소에서 11유로에 파는 순례자 식사를 하였다. 오늘 묵은 숙소 운영방식을 우리도 차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실내체육관인데 샤워실과 숙소, 식당이 있다. 비 경기 시즌에는 숙소를 순례객들 숙소와 식당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
2층 침대 4개에 코골이 한국 아재 3명에 프랑스 여성분 한 분이 오늘의 전부다. 우리가 코골이라 하니 귀마개를 준비했다며 쿨 하게 보여준다.
또 하루가 이리 지나간다.
첫댓글 태균씨 글 풀어내는 솜씨가 여간 맛깔진게 아니네요.
근데 예전의 여행기를 올릴 때는 여행기간이나 그날그날 날짜를 적는 게 더 좋을듯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