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갔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체력적으로 더 좋았고, 시간이 더 지나간다면 공룡능선을 올라가지 못할것 같았다. 나는 친구 K에게 공룡능선을 같이 가자고 부탁했다. K는 나보다 훨씬 산을 잘 탔고 먼산도 많이 다녔다. 그 친구는 어떤 산을 오르던 종주를 했다. 보통 종주를 한다면 짧아도 8킬로, 길면 20킬로가 넘는 산행길도 많았다. K는 암벽등반, 빙벽등반도 곧잘 다녔다. 나는 먼산보다는 서울에 있는 북한산, 관악산을 다녔고 특히 북한산 비봉코스를 줄곳 다녔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강서구 마곡동이다. 나는 이 동네에서 30년을 살았다. 비봉은 북한산의 서쪽 끝에 있는 봉우리로 집에서 가까웠고, 2시간 내지 3시간 이면 다녀올 수 있다. 지금은 공항철도가 생겨 마곡나루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상암DMC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하여 불광역에서 하차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자주 가지먄, 공항철도가 개통되지 않았을 때는 자가용을 이용하여 이북오도청 인근에 차를 주차하고 비봉을 많이 올랐다. K는 국민학교를 같이 다니고 동네에서 매일 같이 놀던 친구다. 나는 K에게 산에 오르는 법을 배우고, 결혼하기 전 까지 함께 많은 산을 다녔다. 그러나 나와 K 모두 결혼하게 되었고,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다보니 30~50대 까진 산을 같이 다니는 숫자가 현저히 떨어졌다. 40대 후반쯤 갑자기 K에게 연락이와 같이 관악산을 올랐다. 서울대 입구에서 시작, 연주대를 찍고 8봉능선을 거쳐 과천으로 하산하는 길을 K의 리드하에 다녀왔다. 나는 관악산을 갈 때면 사당역에서 출발 마당바위, 관악문, 연주대를 거쳐 서울대로 하산하는길을 가곤 했다. 혼자 다니는 산길이라 잘모르는 코스보다는 다녀봤던 코스를 선호했다. 관악산 8봉을 다녀온 후 그래도 내가 자기를 따라 다닐 정도의 산행 실력은 된다고 생각했는지 한달에 한번정도 같이 산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물론 좋았다. 북한산을 매주 다녔지만 (지금도 북한산의 산세와 경치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 생각한다) 근 30년의 산행에도 나는 많은 산을 다녀보지 않았다. 그러나 K는 전국의 명산을 두루 섭렵했고 100명산, 100명산+ 까지도 웬만한 이름이 있는 산은 전부 다녀봤다고 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한달에 한번 산악회 버스를 타고 전국 산을 돌아다녔다. 팔영산, 두륜산, 운서산, 내장산, 마이산, 속리산, 주왕산, 월악산, 민둥산, 아침가리골,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아도 정말 많은 산을 다녔다. 그리고 나는 2014년 10월 초, 좋은사람들 산악회에서 무박2일로 가는 설악산 공룡능선 코스를 보게 되었다. 설악산은 언제가도 아름답지 않겠냐만은 가을 단풍 산행도 빼놓을 수 는 없다. 거기다 평생 한번을 가볼까말까 하는 공룡능선을 나는 꼭 가보고 싶었다. K는 2년전인가 한번 공룡능선을 다녀온적이 있다고 했다. 한번 꼭가보고 싶다고 나는 K를 졸랐다. 한달에 한번 가는 산행은 보통 K가 짯고 나는 그냥 K가 가자고 하는데로 따라 다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적극적으로 공룡능선을 가보자고 졸랐던것이다. 그렇게해서 K와 나는 설악산 공룡능선을 찾아가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 11시 30분 양재역에서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는 들머리인 한계령에 우리를 내려주고 날머리인 설악동 주차장에 대기하기로 했다.
ㅇ A코스 : 한계령휴게소-한계령삼거리(인증)-끝청(인증)-중청~(대청봉 왕복 1.2km)-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삼거리(인증)-비선대~설악동탐방지원센터(국립공원 스탬프투어 인증)-소공원주차장-(약 2.5km, 시내버스)-설악동C지구 상가지역주차장(약 23km/13시간)
ㅇ B코스 : 한계령휴게소-한계령삼거리(인증)-끝청(인증)-중청-(대청봉 왕복 1.2km)~희운각대피소-천불동-설악동탐방지원센터(국립공원 스탬프투어 인증)-소공원주차장-(약 2.5km, 시내버스)-설악동C지구 상가지역주차장 (약 20km/10시간)
ㅇ C코스 : 오색/남설악탐방지원센터-대청봉(인증)-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인증)-설악동탐방지원센터(국립공원 스탬프투어 인증)-소공원주차장-(약 2.5km, 시내버스)-설악동C지구 상가지역주차장 (약 20km/11시간)
(* 좋은사람들 산악회 코스 내용에서 따옴)
토요일 새벽2시 반쯤 우리버스는 한계령 입구에 도착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선지 입구가 개방되어 있지 않았다. 산악대장은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았다. 한계령은 최소 4시정도에 입구를 개방한다고 하며, 4시까지 기다리다간 일정이 어긋날 수 있으니 오색으로 가자고 했다. 오색에 도착하니 3시 정도 되었다. 다행히 오색은 입구가 개방되어 등산을 할 수 있었다. 한계령에서 대청까지 가는 거리보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가는 거리가 짧았다. 오색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코스가 설악산 중에 제일 짧은 코스가 아닌지 잘은 모르겠다. 나는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2번 정도 다녀온적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길보다는 많이 익숙했다. 그러나 아직 엄청 깜깜한 새벽 산길을 랜턴에 의지하며 오르는 산행이 쉽지 많은 않았다. 오로지 앞 사람의 발자국만 말없이 따라 올라갔다. 단풍 시즌이어서 인지 그 새벽에도 많은 산객들이 몰려서 산을 올랐다. 한편으론 너무 복잡했고 한편으론 쉬엄쉬엄 올라갈 수 있어 편했다. 어둠속의 산행은 긴장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길이 어디인지 분간을 잘 못한다. 무박 야간산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하는것이어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K는 나보다 조금씩 앞서가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럭저럭 대청봉에 올라섰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이라 10월 초 임에도 엄청 추웠다. 1708m의 대청봉을 올라가면 추울것이라 예상해서 두꺼운 겨울 파카를 가져갔지만, 대청봉을 오르기 까진 바람막이 정도만 걸치고 올라서인지 대청봉에 오르자 마자 무척 추위를 느꼈다. 나는 허겁지겁 파카를 꺼내 입었다. 대청봉 표지석만 얼핏 보였다. 친구는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날씨가 추워서인지 핸드폰도 잘 작동되지 않았다. 컴컴한 대청봉에서 인증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하고 나는 중청대피소로 부리나케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