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에 앉아 吾魚寺를 그리다
임술랑
1.
혼자 겨울 오어사에 가서
얼음 밑에 피라미 새끼 몇 있는가
쿵쿵 발로 굴러보던 쓸쓸한 생각들
落木처럼 세상에 꽁꽁
덜렁 남아서
2.
이러고 앉아 있는데
앞자리에 앉은 그대가
갑자기
푸하하하 웃는다
元曉와 惠空이
걸망태 지고 저자에서 웃 듯
내려다보면 골 아픈 일들이
쌓이었는데
갑자기 웃는 바람에
그 종잇장들 다 날아간다
3.
汝尿吾魚
물고기가 사람 내장을 통과해도
그대로
산 물고기로 나오 듯
내가 삼킨 사물도 온전히
自然으로 돌아 갈건지
4.
웃음은 시간을 멈추게 한다
웃음은 세월을 토막낸다
핫핫핫 웃어 볼껴
그 순간만은 이 이어지는 生의
모든 사물과 분리된다
그래
오롯이 自身으로 돌아 갈건지
5.
어제 저녁 개다리소반을 사이에 두고
당신과 내가 티격태격할 때
유리잔에 고인 맑은 술이
잠시 울렁출렁했었지
당신도 한고집하고
나도 만만찮은데
그래도 결국 한 이불 속에서 자고 일어나
오늘 사무실에 앉아서
꾸벅 졸면서 생각하느니
당신은 원효요
나는 혜공이로다
당신은 혜공이요
나는 원효이렸다
* 오어사 : 포항시 오천읍 운제산 동쪽기슭에 있는 신라시대 때 창건된 사찰이다.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함께 이곳에서 수도를 했는데, 그때 두 대사가 법력 시합을 했다고 한다. 개천의 물고기를 한 마리 씩 잡아 산 채로 삼킨 다음 대변을 보아 고기가 살아서 나오게 하는 시합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한 마리가 살아서 나왔는데, 그 살아 나온 고기가 서로 자기가 삼킨 고기라고 우겼다고 하여 오어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광화문
광화문 앞길은 삼거리인가
사거리인가
광화문 문구멍은 세 개지만
차량이 통과할 수 없고
항상 닫혀있다
그러고 보면 삼거리
남대문 쪽
서대문 쪽
동대문 쪽은 통하지만
광화문 뒤에 숨은 권력은
길을 막았다
오롯이 한 길을 다 차지하고도
통행금지를 취하고 있으니
길은 없어도
통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그것마저
통할 수 없는
북악 아래 광화문은
불통의 상징
저항의 앞 마당이다
세상은
전설의 고향처럼
아직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