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황제 죽으셨나 땅의 임금 죽었는가 ? 푸른 산 나무마다 모두 소복을 입었네 . 만약 내일 햇님더러 조문하게 한다면 집집마다 처마 끝엔 눈물 뚝뚝 떨어지리 .
김삿갓이 지은 설시 ( 雪詩 )
눈을 바라보는 관점이 요즈음 사람들과는 또다른 격을 보여준다 . 국상 ( 國喪 ) 을 당했을 때 문무백관은 물론 모든 백성이 흰옷을 입던 장면을 저절로 연상케 한다 . 사극에서 보던 그 광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
삼황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김삿갓은 『 사기 ( 史記 ) 』 ‘ 보삼황본기 ( 補三皇本紀 )’ 의 천황 ( 天皇 ) 지황 ( 地皇 ) 인황 ( 人皇 ) 설을 그대로 따랐다 .
문자 그대로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다스리는 보편적인 개념으로서 임금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
임금의 죽음을 붕 ( 崩 ) 이라고 한다 . 법왕 ( 法王 ) 과 성군의 죽음에 대하여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은 물론 산천초목까지도 슬퍼하기 마련이다 .
혜능 ( 惠能 638~713) 선사가 열반에 들었을 때 “ 숲과 나무가 하얗게 변했다 ( 林木變白 )” 라고 육조단경은 말하고 있다 .
김삿갓은 눈에 덮힌 산하대지와 나무들을 천황 혹은 인황의 죽음을 슬퍼하여 상복을 입은 것이라고 시각적으로 묘사했다 .
거기에 더하여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는 청각적 의미까지 더했다 .
눈 ( 眼 ) 과 귀 ( 耳 ) 를 통해 눈 오는 날의 아름다움을 실감나게 묘사한 수작이라 하겠다 .
1. 原文
雪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明日若使陽來弔, 家家簷前淚滴滴.
2. 譯註
雪(설) : 눈.
天皇崩乎人皇崩(천황붕호인황붕) : 천황이 죽었나 인황이 죽었나? 天皇·人皇은 태고 때 있었다고 하는 전설적인 임금. 地皇과 함께 三皇이라고 한다. 萬樹靑山皆被服(만수청산개피복) : 나무 많은 청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다. 明日若使陽來弔(명일약사양래조) : 내일 만약 태양이 와서 조문하게 한다면. 家家簷前淚滴滴(가가첨전루적적) : 집집마다 처마 앞에 눈물이 방울방울 듣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