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겨울 내내 감은 소중한 간식이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감나무가 없어서, 초등학교 때 봄이면 감나무 아래 떨어진 감꽃을 주워 먹곤 했습니다. 늦여름이 되면, 일찍 낙과된 감을 주워 따뜻한 물에 담가 몇 일간 삭혀 먹었지요. 감이 떨어질 시기에는 손전등을 들고 더 많은 감을 줍기 위해 다녔습니다. 그때 먹었던 삭힌 감의 맛은 지금 어떤 간식보다도 더 맛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생활이 조금 나아지자 라면땅, 건빵, 사탕가락(일명 월남방방이)으로 간식이 바뀌었습니다. 그즈음 아버지께서 고염나무에 감접을 하셔서, 우리 집에도 제법 큰 감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과자의 맛에 길들여진 탓에, 감꽃이나 어린 낙과를 삭혀 먹지는 않았지만, 숙성된 감은 운동회나 소풍 때 많이 먹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부모님께서는 가을 겉잎을 마친 후 숙성된 감을 대나무나 싸릿대에 말려 감말랭이나 곶감을 만들어 겨울 간식으로 주셨습니다. 우리 집 감은 대봉감으로, 크기가 커서 보통의 정성으로는 감말랭이나 곶감이 되기 어려웠습니다. 바쁜 농사일과 대충하는 성격 탓에 제대로 된 감말랭이나 곶감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자식 생각하는 마음에 매년 곰팡이가 피지 않고 청결한 감말랭이와 곶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 전통을 이어받아 벌써 5년째 감말랭이와 곶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감을 따는 장비는 알루미늄으로 된 신식 감따개로, 감말랭이는 전기석 건조기에서, 곶감은 전문 곶감꾼과 같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대는 그만한 감말랭이를 입에도 대지 않아 아쉽습니다. 미국으로 오면서 한 봉지를 가져왔지만, 혼자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말려둔 곶감과 감말랭이가 눈에 아른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