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부터 수차례 연장공연을 벌이고 있는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를 기획, 연출하고 직접 출연까지 하는 정신과 의사 김준기씨(43, 마음과 마음 정신과 원장)와 박찬씨(43, 산부인과 전문의) 부부.
올해로 결혼생활 16년째를 맞는 두 사람은 캠퍼스 커플로 만나 9년 연애 끝에 결혼, 슬하에 호영(15), 호윤(10) 두 아들을 두었다. 그런데도 봄 햇살 아래 팔짱을 끼고 걸어오는 이들의 모습에서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들처럼 달콤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이 사람이 대학시절 연극 무대에 오른 제 모습을 보고 반해서 저를 한참 따라다녔죠.”
남편의 말을 듣던 부인의 눈이 순간 동그랗게 커진다.
“남편과 9년 연애를 하긴 했지만 5년 동안은 남편이 저를 죽기 살기로 따라다녔어요. 그때 저는 남편이 남자로 안 보였거든요. 서로 알게 된 지 6년째 됐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걸요.”
주부들의 거식증, 폭식증은 부부 갈등이 원인이란 걸 알고 부부문제 연구
서로의 주장이 다른 가운데 남편은 싱글싱글 웃고 부인은 배신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다. 박씨가 남편한테 배신감을 느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씨는 대학시절 연세대 의대 ‘세란극회’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미 연기와 연출 실력을 과시한 바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열정이 식지 않은 탓일까, 사고를 쳐도 단단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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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조용히 병원 진료실에서 살던 남편이 재작년부터 병원 밖으로 뛰쳐나가 연극 무대에 오른 것이다. 현재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의 제작자 겸 투자자 겸 주연배우로 나서고 있다. “남편이 연극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니까 ‘아니, 일상생활과 저렇게 다를 수도 있나?’ 싶어 배신감이 들더군요(웃음).”
부부 심리치료극의 형태를 띤 이 연극에는 남편 재현(임학순 분)과 부인 유정(우미화 분), 그리고 김씨가 맡은 극중 정신과 전문의 김박, 이렇게 세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결혼 7년차인 주인공 부부는 1년 남짓한 연애 끝에 결혼, 여느 부부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고 집안 문제, 돈 문제 등으로 아옹다옹하며 살아간다. 연애시절 서로가 끌렸던 각자의 다른 점이 결혼생활에서는 갈등요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할까, 어느 순간부터 사소하게 엇나가기 시작하더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고 결국 이혼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다.
이때 김씨가 중국집 배달부, 슈퍼맨 등 다양한 역할로 변신하며 파국으로 향해가는 부부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연극에서 그는 극 전체를 진행하는 진행자이면서 배우이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 부부관계 해법을 알려주고 치료해주는 정신과 의사이자 부부상담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관객들은 연극을 지켜보는 동안 부부관계 해법의 열쇠를 움켜쥐게 된다.
“부부사랑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주제로 하고 있는 부부관계 강화 연극이라고나 할까요? 한국결혼지능연구소에서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의 연습과정’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연극이에요.”
그가 부원장으로 있는 한국결혼지능연구소(www.mqkorea.com) 연구원들은 미국 존 고트만 박사가 만든 부부치료 워크숍을 수료하고 그의 이론을 한국 문화와 실정에 맞게 ‘부부가 행복해지는 7단계의 연습과정’으로 새롭게 개발해 실제 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전화상담, 온라인 상담, 집단상담 및 부부관계 향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