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수필문학회

하루살이                                                       김태식(가든수필 2023/4/13)      나는 하루살이를 불쌍히 여겨왔다. 그들이 아무리 내 얼굴에 매여달리며 성가시게 굴어도 곱게 봐주었다. 성경은 강건하면 80세라 하였지만, 오늘 날 인간은 백년도 못 산다고 아우성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를 겨우 살까말까 하는데도 말이다.      하루살이는 입과 귀는 있으나 모두 무용지물이다. 다만 생식세포만 유용하다. 하루밖에 못사는 하루살이의 삶에는 모든 것이 거치장 스럽다. 다만 종의 번식 만이 유일한 사명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을 위하여 존재하며 생겨 나자마자 짝꿍을 찾아 헤맨다. 퍼덕이는 날개는 살아 있다는 사랑의 메시지다. 암수가 눈이 맞아 날개 짓을 하며 부딪치고 나면 숫놈은 생을 마감한다. 암놈은 사랑의 열매를 가득 품고 물가로 날아간다. 그리고는 물속에 알을 스르르 쏟고 죽어간다.      하루살이는 이름처럼 대개 부화한지 1~2일 동안 생존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남태평양 생 종들은 14일간 사는 것도 있다고 한다. 유충은 1개월~3년 동안 생활한다. 성충의 존재이유는 오로지 번식이다. 입의 퇴화로 먹지를 못해 하루를 살고 죽는 단명이다. 입은 기껏해야 수분을 섭취할 때나 쓰이고 그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부화한 후 생존의 목적은 종족의 번식을 위해 살다가 죽는 것뿐이다. 모기와 달리 사람을 물지 못해 전염병은 옮기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일'을 기대하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산다. 세상에서 '오늘' 이후의 삶을 보장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경에는 우리 인생을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에 비유하기도 했다. 인생의 실상도 영생이라는 삶에 비교하면 '하루살이'만도 못한 삶이다. 사도 바울은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 하니라’고 했다. 우리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결코 긴 삶이어야 할 필요도 없고, 요란하거나 호화로울 필요는 더더욱 없다. 오로지 하나의 뜻 앞에 모두를 바쳐서 노력하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을 터득하는 것이다. 그 일이 크든 작든 자신의 모든 것이면 되는 것이다. 그 길이 내가 갈 길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가면 그만이다. 단 하루를 살아도 한 가지 '창조주를 기억하고 산다'면 복되고 참된 길이다.     근래에 나는 '하루살이의 삶'을 모방한다. 허락해 주신 하루를 성실하게 살기 작전이다. 새벽 3~4시 사이에 눈을 뜨면 일어나 서재가 있는 방으로 간다. 생명을 연장해 주신 하루의 삶을 기도로 개봉한다. 새날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아침 8시 까지 성경도 읽고 그날의 할 일을 정리하며 하루 일과를 계획한다. 나에게 만의 주어진 복스런 새벽시간을 즐긴다. 그 후로는 가족과 함께 교제하며 시간을 활용하거나 예정된 필요에 대응한다. 저녁 8시까지의 모든 일정을 저녁 예배를 드리며 하루를 마감한다.     날이 갈수록 기력이 약해진다. 그것은 주변을 정리 정돈하는 시기라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로 들린다. 보이지 않지만 점점 더 나쁜 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새마을 운동'이나 하듯 몸의 이곳저곳을 수리도 하고 갈아 치워 본들 도개 낀 차이다. 목욕을 하면서 몸의 때만 벗겨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쌓인 죄악의 뿌리와 앙금도 벗겨져 나가, 홀가분한 느낌이 짐승의 깃털처럼 가볍게 되기를 희망하게 된다.     어느 날 새벽에 시간을 껑충 튀어 넘어 넘기면, 한낮이 되면서 부터 벌써 온갖 욕심과 망상에 젖어버린다. 어느 삶이 더 치열한 삶인가?. 하루를 살더라도 간절하게 사는 하루살이의 삶이 더 나은 삶인가? 아니면 허둥지둥 갈망하며 날뛰는 인간의 100년이 더 나은 삶인가?. 또 긴 것이 무엇이고 고귀한 것은 무엇인가?. 둔한 나에게는 알듯 말듯한 과제가 눈앞에 서 있는 듯 선 듯 아롱거린다. 하루를 살지라도 '하루살이의 삶'처럼 절실 하고도 확실한 명분을 찾아서 '사람답게 살리라'고 마음으로 다짐을 해 본다.      사람이 하루를 살며 땅에 가장 크게 의지할 수 밖에 없을 경우는 누워있을 때다. 이때 누워있는 크기는 장차 땅에 묻힐 때 목관의 크기와 일치한다. 매일 저녁에 잠은 죽음을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몸을 침대에 의존한다. 내 생애의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침묵에 접어든다.     솔로몬의 고백이 떠오른다. "내가 해 아래 행하는 모든 일을 본 즉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오늘도 '하루를 허락하신 혜택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 숨겨진 죄의 뭉치를 찾는 숨박곱질 놀이를 한다. 부지부식간에 이웃과 친지들과 가족들에게 질투와 악한 영향을 끼쳤던 죄의 짐을 찾아 회개와 용서를 구하기도 전, 피곤한 인생에 허락하신 '창조주의 축복인 행복의 잠'에 빠져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