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교실 시작 김소현(가명) 이야기
수학 40점이 소원인 소녀
그 학원에서 수업을 시작한 것은 여름 방학 때였다. 학생들을 처음 가르치다 시피한 곳이었고 별로 경험도 없었다.
거기서 수학 40점 넘는 것이 소원인 소현이를 만났다. 보통은 학원을 다니고 좀 노력하면 70~90점 정도의 성적은 낼 수 있다. 특히 소현이처럼 열심히 한다면 당연히 90점은 넘을 수 있다. 그런데 소현이는 노력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았다. 내가 그 학원에서 일하기 전에도 그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열심히 노력했다. 소현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내가 가르쳐 봐서 잘 안다. 열정이 참 남 달랐다. 시험대비 때 문제를 주고 풀라고 하면 얼마나 질문을 하고 열성인지 모른다. 그런데 나와 수업하기 이전 소현이의 성적은 엉망이었다. 이 아이의 실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소현이는 루트 8이 2루트2라는 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보통 1학기가 지나면 중 3 학생은 그 정도는 눈 감고도 풀 수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은 √8이 2√2라는 사실도 몰랐다. 그 정도였으니 수학은 40점을 넘을 수 없었다. 중학교 수학 정도의 수준에서 40점이 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할 정도면 그 실력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달 반 만에 한 문제 빼고 모든 모든 문제를 풀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수학 40점 넘는 것이 소원인 소현이가 1개월 반 수업 후 100점에서 한 문제만 틀린 96점을 받았다. 전교에서 몇 명 풀지 못하는 100점 방지용 문제 한 문제만 틀리고 다 맞은 것이었다. 100점 방지용 문제는 아이들이 학원에서 웬만한 문제는 다 풀도록 시험대비를 하기 때문에 전교 최상위 석차를 가리기 위해서 경시대회 최상위수준의 신 유형문제를 출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교에서 한 두 명 밖에는 푸는 학생이 없다. 그걸 푸는 학생이 수학 전교 1등이 되는 것이다. 100점이 너무 많아지면 변별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출제하는 문제다. 그것만 틀리고 모두 맞힌 것이다. 사실상 100점이나 진배없는 성적이었다.
위계학습
수학은 위계학습이기 때문에 보통 단기간에 성적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시험 범위 안에 있는 단원을 열심히 공부하려 해도 앞 학년들에 공부한 전체 내용을 모르면 공부할 수가 없다. 수학은 지식이 계단식으로 쌓여서 앞의 단원의 내용을 기초로 뒤의 단원들을 쌓아가는 것이다. 앞 단원이 잘 익혀지지 않았으면 뒤에 있는 단원은 공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앞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뒤에 있는 단원들도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중 3의 수와 식 단원에서 인수분해를 배운다. 인수분해를 하려면 중 1의 인수에 대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 단원을 배우려고 하면 초등학교 5학년의 약수와 배수 단원을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 약수와 인수는 다른 개념이다. 약수는 그 수를 나눌 수 있는 수들이다. 그런데 인수는 곱해서 그 수를 만들 수 있는 수들이다. 8의 약수의 집합은 {1, 2, 4, 8}이다. 인수의 집합은 {1, 2, 4, 8}이다. 이 둘이 같은 이유는 8을 나눌 수 있는 수가 결국은 곱해서 8을 만들 수 있는 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초적인 개념들을 바탕으로 해서 인수분해를 배운다. 이 인수분해를 배우는 이유는 이후의 복잡한 수학식들을 변형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본이 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위계학습이다. 그래서 앞의 학년들의 기초가 없으면 사실 단기간에 개념잡기조차도 어렵다.
영어나 암기 과목들은 그렇지 않다. I am a boy를 몰라도 You are a girl을 이해하고 외우는 데에는 하등 지장을 받지 않는다. 둘은 별도의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학 40점 넘기가 소원인 소현이가 한달 반 만에 위계학습체계를 가진 수학을 96점 맞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도 공부 안하고 놀아서 성적이 안 오르던 학생이 마음을 새롭게 해서 공부해서 성적이 오른 것이 아니다. 그렇게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던 학생이다. 노력해보지 않았다면 수학 40점 넘기가 소원이라고 학원에서 떠벌리고 다니지도 않았을 것이다. 보통 성적이 그 정도면 창피해서라도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 수학 40점 넘기가 소원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창피함보다 절박함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수학 성적이 96점으로 오른 것이다. 그건 기적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소현이는 영어 성적도 별로 좋지 않았다. 물론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였다. 노력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전과목 평균이 90점을 넘었다 기적이었다.
아이에게 단순히 수업만 해준 건 아니었다. 상담도 병행했다. 그런데 상담해서 동기 부여해서 성적이 오른 것은 아니었다. 아이는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전 선생님들이 실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 학원은 그 지역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던 수학전문학원과 종합반을 같이했기에 수학에는 특화된 학원이었다. 그래도 나는 아이를 보면 그 아이의 가능성이 보이고 마음이 쓰여서 상담을 해주었다.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 아이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다 아이는 김해 지역 합창단에서 합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유명 음대 교수가 이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성악을 위해 타고난 목소리라고 바로 일본유학을 제의했다. 성악을 위해 신이 낸 목소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는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소현이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다. 동생들을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일을 했다. 동생들은 다 대학을 보냈다. 그런데 자신은 공부할 때를 놓쳐서 대학을 가지 못했다.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다 그래서 경남 김해에서도 산동네에 살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자기 아버지는 자기를 산동네에서 살게 하고 자신의 타고난 천부적 재능조차 뒷받침 하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 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버지와 학원에서 학부모 상담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를 만나보고 나서 나는 아버지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소현이 아버지는 동생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대학도 포기하고 희생적으로 살았다. 그래서 고졸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아주 부단한 노력과 능력으로 신문사의 부장이 되었다. 자신의 밑에는 대학을 졸업한 부하 직원들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했다. 자신이 대학만 졸업 했어도 그들과 같은 자격만 주어졌어도 훨씬 더 큰 일을 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을 했다. 타인에게는 헌신적이면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타고난 노력파였다. 소현이도 아버지를 닮아서 노력파였던 것이다. 아무리 해도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 문제였지만 얼마나 노력하는지 옆에서 보는 내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나는 아이를 상담하면서 말했다. 넌 네 아버지 딸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넌 그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공부해서 장학금 받아라. 그리고 유학 못 가도 합창단에서 지도를 받아라. 그리고 교회성가대에라도 들어가서 배위라. 넌 천부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넌 유학도 스스로 힘으로 갈 수 있다.
기적
아이는 새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그렇게 노력해도 오르지 않던 성적이 문제였다. 그런데 전과목 90점이 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수학은 거의 만점이었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비겁하게 살지 말고 배워서 남을 섬기는 삶을 살아라. 그렇게 나눠주고도 세상을 능가할 수 있는 능력을 주겠다"
하나님은 지금도 아이들에게 말씀하신다. 아이들에게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