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서울 사당동 백화점 내 영화관에서 25년 만에 가족들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영화를 관람했다.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여서 약간의 어색함 마저 느꼈지만, 영화를 매개로 함께 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1996년 방영된 MBC 창사 특집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영화로 옮겨놓은 것이다.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던 엄마를 여윈 노희경 작가의 절절한 사모곡이다.
이 영화는 말기 자궁암에 걸린 50대 엄마와 그녀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 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두 남매를 키우는 평범한 중년의 주부 인희는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투병 중에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족을 두고 오랜 이별을 맞이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담하며 애절하게 그렸다.
말기 암 선고로 죽음을 앞둔 인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홀로 두고 갈 수 없어 목을 놓아 우는 그 절절한 연기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야기는 평범한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치매로 인해 어린애가 되어 버린 시어머니의 거친 목소리와 밥그릇을 던지며 전개된다. 젊은 시절에는 꿈이 많고 할 일도 많았던 주인공 인희는 한평생 가정을 위해 희생해 왔다.
남편 유학 시절 자신의 꿈보다는 가정을 지켰으며 남편이 사기를 당해 병원을 날리고 15년 전부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느라 끝없이 희생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오로지 병원 일에만 신경을 쓰는 가장 정수는 늘 피곤해하며, 가족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큰딸 연수는 언제나 바쁘지만, 유부남과 아슬아슬한 연애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철없는 삼수생 아들은 여자 친구밖에 모르고 가족에 대한 애착이 없으며,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가족의 기대 속에 진로 선택에 고민한다.
누나에 대한 원망과 돈에 대한 집착, 술과 노름, 여자 문제로 사고만치는 남동생과 일밖에 모르는 남편, 큰딸, 철없는 삼수생 아들로 인하여 가정은 평화로운 날이 없는 이 가족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신체적 고통 때문에 남편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되고 검사 결과 놀랍게 말기 암 판정을 받는다. 그제야 남편 정수는 그동안의 일들을 회상하며 반성한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 후배에게 아내 수술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인정하지 않고 수술 해줄 것을 요청한다. 후배는 무리인 줄 알면서 수술을 집도 한다. 수술에 참여한 남편은 배를 복개하고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원상태로 꿰매라고 한다. 남편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암에 걸린 처를 치료할 수 없는 자신의 한계에 대하여 좌절한다.
아내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직감으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처음에는 몸부림친다. 한참을 울고 난 다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 살아가는 남편, 맏딸, 막내 아들, 동생에 대하여 하나하나 정리한다.
인희는 백수 동생을 위해 본인이 죽으면 사용할 수 있는 생명보험 통장을 계수에게 전달한다. 그것을 본 순간 울부짖고 그동안 한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후회하며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한다. 막내아들, 딸도 유부남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살기로 결심한다. 해고당한 남편 정수는 새 직장을 알아보고 이사 갈 새집 마무리에 온 정성을 쏟는다.
이처럼 준비된 이별은 남겨질 사람보다 떠날 사람에게 더 아름답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 --- 자신이 떠날 시간을 미리 알고 준비하여 깨끗하게 정리하여 떠나는 모습 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불시에 이별을 맞이하는 것보다 어쩌면 다행한 일이 아닐까 한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이별 앞에 마음 준비를 미리 한다고 해도 이별은 너무 큰 슬픔이다.
원수 같은 가족이 서로를 아끼는 진짜 가족으로 변해가는 순간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보고 다 아는 이야기라도, 그 소재가 가진 진정성 때문에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절로 붉어졌다.
젊은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가장 아름다운 말이 어머니와 사랑이었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과 같이 이러한 일이 주의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며 가족 구성원 중 중한 질병으로 인하여 가정이 해체되고 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 이런 일들은 한 가정의 국한된 불행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고령화 사회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체계적인 장기요양제도의 정착화와 효율적인 의료 보장제도,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확대, 중증 환자들에 대한 사회보험제도가 보장되고 모두가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가족의 건강은 모든 삶의 기초가 된다. 가정의 달에 이 영화를 통하여 가정의 소중함과 건강의 중요성을 느끼며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