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다. 점심을 먹으러 사무실 근처에 있는 중국 식당에 들렸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I국 사람 7명이 식당으로 들어 왔다. 그런데 그들의 체취가 강해서 그런지 역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지금까지 I국 사람들을 많이 마주쳐도 역한 냄새를 못 느꼈는데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오니 악취가 대단했다.(I국이라고 한 것은 근처에 I국 대사관이 있어서 I국 사람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음식이 다르듯이 체취도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취는 대체로 음식물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문득 1982년의 일이 생각났다. 1982년 7월 오스트리아 Wien에서 개최되는 개발도상국 관세공무원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100일 가량 지속되는 프로그램이었다. 14개국에서 14명의 공무원이 오스트리아 재무부에서 선진국의 관세제도를 전수받는 것이다. 참석한 국가는 대개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었다.
1982년 7월 말에 빈 공항에 도착하니 세미나에 참석할 개도국의 공무원들이 눈에 띄었다.
그 때 한 흑인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당신도 오스트리아 세미나에 참석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공항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니 우리 같은 방 안 쓸래요?”
“그렇게 하지요.”
이렇게 해서 우리는 룸메이트가 되기로 약속을 하고 Wien 시내에 있는 교육 및 숙소인 Europa Haus에 도착했다. 교육생들은 2 명이 한 방을 쓰기로 돼있었다. 그 친구와 나는 정해진 방에 들어갔다. 문을 열고 정해진 방으로 들어가니 밀폐된 공간이라서 그런지 그 친구의 체취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냄새가 났다. 그 친구는 남아공의 내륙국 레소토에서 온 친구였다. 그런데 이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면 100일 내내 같은 방을 써야 하는데 이건 내가 감내할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방이 정해진 뒤에 그 친구와 룸메이트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 친구는 모멸감을 느낄 것같아 고민에 휩싸였다.
어떻게 이 난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저녁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향해 가는데, 그 때 나하고 얼굴이 흡사한 친구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친구 옆으로 다가가서 룸메이트가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 친구(싱가폴에서 온 친구임)에게 나를 자기의 룸메이트로 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비로소 레소토 친구의 악취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몇 년 후(1986.1-1987.12) 내가 벨기에에 있는 WCO(World Customs Organization)에 근무할 때 아프리카 사람들의 악취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WCO 직원 중 유고에서 온 여자 직원이 있었는데, 이 직원이 관세공무원 교육을 위해 케냐의 나이로비 재무부로 출장을 갔다. 그는 회의실에서 케냐 공무원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데 회의실이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체취가 고스란히 그에게 전해졌다는 것이었다. 그는 케냐 사람들의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머리가 지근지근 아플 정도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싫어하는 표정을 지을 수 없어 웃으면서 하려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그 악취의 원인을 친한 케냐 사람한테 물었더니, 케냐 사람들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말오줌을 상복한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니 거기에서 나오는 체취가 그렇게 고약한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해서 다 악취가 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 때 같이 있었던 아프리카 친구들이 8명이었는데 3명에게서는 전혀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서양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은 김치 냄새가 역하다는 얘기를 들어와서 나도 유럽에 있는 동안엔 아침에는 김치를 먹지 않았다.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외국인과 친하게 어울려 지냈는데도 나를 피하는 것 같지는 않아 체취가 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WCO에 근무하는 동안 인도 사람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 사람들한테서는 항상 카레 냄새가 났다. 카레 냄새는 역하지는 않고 참을만 했다.
80년대 초 사무실 직원 3명이 미국 위싱턴으로 출장 갔다 오는 길에 하와이를 들린 적이 있다. 하와이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운전사가 우리 보고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나는 아까부터 당신의 역한 치즈 냄새가 나도 참고 있었는데, 당신은 우리보고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하니 몹시 무례하다고 했더니, 미안하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유럽 사람 특히 프랑스 사람들이 향수를 많이 쓰고 탈취제(deodorant)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은 몸에서 나는 악취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럽 사람들 중에도 유난히 체취가 심한 사람들이 있다.
다음 얘기는 내가 아버지로부터 들은 얘기다. 아버지가 아는 사람이 옆 동네 사는 여자와 바람이 나서, 아버지가 그걸 막을 책임을 졌다. 아버지는 무당을 찾아가서 바람기를 잡는 방책을 얻었는데, 그 방책이라는 것이 아버지 친구가 그 여자에게 접근하면 악취가 나서 도저히 그 여자를 가까이 할 수 없도록 한 방법이었다. 그 방법이 효험이 있었는지 아버지 친구는 그 여자와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니어에겐 노인 냄새가 나서 손자, 손녀가 안기려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우면 그 냄새는 몸에 배어서 악취를 풍긴다. 냄새 때문에 손자, 손녀가 조부모를 멀리한다고 생각하면 악취 해결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은 담배부터 끊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젊었을 때 겨드랑에 땀이 나면 겨드랑 주위의 런닝에 노르스름하게 물들 정도였고 냄새가 어느 정도 나는 것을 느꼈다. 내 자신이 느꼈으니 다른 사람들도 느끼지 않았을까. 그래서 있을지도 모르는 악취제거를 위해 향수를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뿌려서 냄새를 제거하고자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언제부터인가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 더 이상 런닝 주위가 노르스름하게 물드는 현상이 없어졌다. 아마도 체취 현상도 사라졌다고 본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20여 년 전 쯤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서 런닝에 물드는 현상과 액취증(?)이 사라졌는지를 가만히 생각해 봤다. 그렇다. 그건 내가 운동을 정기적으로 한 이후 사라진 것이다. 나는 약 25여 년 전부터 꾸준히 달리기를 계속해 왔다. 달리기하기 전 체조와 근력운동을 준비운동으로 했다. 아마도 이런 운동의 결과로 물드는 현상과 액취증이 없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시니어의 건강과 악취 방지를 위해서라도 운동은 열심히 해야 하고, 그러면 손자•손녀들도 조부모가 노인 냄새가 안 나서 안기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마누라가 " 외출 후에는 반드시 샤워하기"벽에 써 붙이기 이전에
우짜든지 그 놈의 담배는 끊어야 되는 군요.
요즘 같이 더운 날엔 특히 체취도 강하게 나니 잘 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