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LG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전망도 좋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LG는 반도체 사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럭키와 금성이 합쳐져 '럭키금성그룹'이 탄생하고, 시간이 좀 더 흘러 흔히 우리가 아는 LG로 사명을 변경한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LG는 1989년 금성 일렉트론 설립을 계기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1995년 럭키금성이 LG그룹으로 바뀌면서 금성일렉트론도 LG반도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LG반도체는 당시 D램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며 ‘최초’라는 타이틀을 쓸어 담을만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구본무 회장은 'LG반도체'가 미래의 캐시카우가 될 것임을 알고 아낌없이 투자하여 그 규모를 더욱 키워나갔으나, 1997년 IMF위기가 오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당시 정부는 IMF위기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빅딜’을 시행했습니다.
‘빅딜’이란 실적이 안 좋거나 부채가 높은 기업의 지분을 넘겨서 합병시키는 것입니다.
빅딜로 만들어진 기업을 살펴보면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합쳐져 지금의 한국항공우주(KAI) 등이 있습니다.
반도체 역시 정부의 서슬퍼런 칼날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반도체에서 1위였던 삼성은 LG반도체와 현대전자에 비해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회사였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던 현대전자와 5위인 LG반도체는 정부의 레이더망에 포착됩니다.
당시 현대와 LG가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각각 11.4%, 7.9%였습니다.
비중이 삼성에 비해 낮더라도 두 기업은 영업이익을 쏠쏠히 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현대와 LG반도체를 합병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5대 그룹 빅딜 합의에 대한 내용이 발표되고 ‘현대 정몽헌 회장’과 ‘LG 구본준 사장’이 만나 담판을 지으려고 하였으나,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하였고 결론이 도출되지 않습니다.
두 기업 모두 반도체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었고 이를 지켜보던 김대중 정부는 두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출 규제, 정치적 압박을 통한 협박을 버티지못한 현대와 LG는 결국에 두 회사를 비교평가하여 누가 반도체 사업을 넘길지 정하게 됩니다.
비교평가로는 다국적 컨설팅 기관인 ADL에 맡기게 됩니다.
설계 능력, 공정기술, 지식 재산권, 생산성, 응용기술, 자본, 재무건정성, 인적자원 관리능력 등, 15개 부문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그 보고서에는 현대전자가 8개 부문에서 우위에 있고 7개 부분에서는 비슷하여 현대전자가 경영주체가 되는 게 알맞다는 보고서가 청와대, LG, 현대, 금감원, 전경련에 보내지게 됩니다.
즉, 반도체 사업에 대한 모든 부문에서 현대전자가 우위에 있으니, LG는 LG반도체 지분을 현대에게 정리하라는 것입니다.
LG는 사전 합의도 거치지 않았고 실사와 검증 절차 또한 없었다며 강력하게 항의합니다.
또, LG는 ADL에 대해 제소를 결정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지키기 위해 투쟁합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구본무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독대를 하게 되는데, 독대를 마치고 구본무 회장은 LG반도체 지분 100%를 현대전자로 넘기게 됩니다.
그리고 반도체를 뺏긴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에 대해 깊은 앙금이 생겼습니다.
그 이유는 빅딜안을 제시한 것은 전경련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결국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흡수 합병되면서 이름이 현대반도체로 바뀌었고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이 발생하면서 현대반도체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어 나오게 됩니다.
이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반도체는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11년 동안 주인이 없었으나, SK그룹에 합병되면서 SK하이닉스가 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은 LG반도체인 것입니다.
하이닉스가 이름이 바뀌어가며 주인이 바뀔 때마다, LG의 인수 여부도 항상 이슈로 떠올랐지만 지난날 큰 아픔을 맛보았던 구본무 회장은 반도체와 관련해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으며 새로운 사업을 키워내는 것에 집중하며 오늘날의 LG디스플레이를 만듭니다.
반도체 업종은 2차례 걸친 치킨게임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킨게임이 정점으로 치닫던 2008년 삼성전자만 2,400억 원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하고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적자를 보았으며 기사회생했던 일본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하이닉스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인수 초반에 부진한 실적을 거두었지만 반도체 업종이 슈퍼 사이클이 오자 살아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초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사실 LG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카드사업도 했었습니다.
반도체 빅딜이 끝나고 IMF가 위기가 잦아든 시점에 LG는 신용카드를 엄청나게 발급했습니다.
직업과 재산, 신분, 나이 등 신용조회도 없이 무분별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합니다.
그리고 2002년에 고객 수가 천만 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우지만, 무분별하게 발급했던 카드들이 독이 되어 돌아옵니다.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카드를 발급했더니, 결국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한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2003년에는 개인파산이 크게 늘어났고 부실채권이 누적되면서 LG카드는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2004년에 결국 LG그룹은 카드사업을 포기하고 재무개선 작업을 통해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산업은행에게 경영권을 넘깁니다.
이후, 2006년에 카드를 발급받은 회원이 다시 천만 명을 돌파하고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 M&A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됩니다.
2006년 12월 20일에 신한금융지주가 이때 LG카드를 인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신한금융지주는 2007년 10월에 신한카드 사업부를 인수하여 신한카드를 출범시키게 됩니다.
현재, 신용카드의 점유율은 신한카드가 22.4%(1위) , 삼성카드가 17.9%(2위), KB국민카드가 17.4%(3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신한카드의 전신은 LG카드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