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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 학술대회
27일, ‘출가 그 문호를 크게 열다’
인구절벽 시대에 출가자가 급감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소장 주경스님, 중앙종회 의장)은 7월 27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출가, 그 문호를 크게 열다’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가수계 제도의 현대적 복원과 모색’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는 교육원장 직무대행 지우스님, 해인총림 해인사 율원장 금강스님, 해인사승가대 학감 법장스님, 봉녕사 율주 적연스님, 봉녕사 율원 강사 정현스님 등 5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주경스님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은 방청석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등 큰 관심 속에 1시간 넘게 진행됐다.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장 주경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종단의 수계제도를 침해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출가수행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술대회를 마련했다”면서 “율장 전통과 현대적 제도에 따라 출가 수계제도가 자리 잡은 현실에서 가수계 제도의 복원은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경스님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좌표를 찍고자 한다”면서 “출가자가 줄어드는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개회식에 이어 법진스님(전자불전연구소 연구원)의 사회로 4편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첫 번째로 승범스님은 ‘가수계 수용의 모색과 발전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가수계’ 수용의 필요성과 방향 및 보완 내용을 제시했다. 저출산 노령화로 인구가 줄어들고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의 출가자(성직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가수계’ 제도의 활용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승범스님은 “수행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단기출가 보다는 승가수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로 가야 한다”며 “염려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찬반이 있기 마련이지만 대승적 차원으로 보면 불교수행인의 유입과 사회적 문제점을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취지에서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며 “앞으로 각계각층의 참여를 통한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수계 출가 제도 놓고 의견 표출
‘출가 수행 기회 부여 방안’ 모색
‘기존제도 활용 선행해야’ 제안도
시각차 보였지만 공감대는 확인
이어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는 ‘율장의 수계법에 근거한 가수계 적절성 논의’라는 주제발표에서 가수계 제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자랑 교수는 “출가자 감소라는 급박한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는 승가공동체가 지향하는 이념에 배치되는 점은 없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수계 제도는 ‘장기’ 임시 출가 제도라는 점에서 현재 실행되고 있는 단기 출가와는 성격을 달리한다”면서 “특히 ‘임시’라는 말은 수계 희망자나 기존 승가구성원 입장에서도 불안정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로 인해 평등과 화합을 기반으로 모든 수행자가 더불어 수행한다는 승가의 기본 질서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장의 양적 변화가 아닌, 질적 변화가 우선 돼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근현대 대만불교의 출가와 수계(경완스님,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문연구원) △조선시대 <작법귀감>의 수계의식(강향숙 동국대 인도철학불교학연구소 교수) 등 4편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주제별로 발표가 끝난 후에는 문광스님(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이진영 동국역경원 연구원, 태경스님(조계종 의제실무위원)이 각각 논평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주경스님을 좌장으로 진행한 종합토론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법장스님은 “‘가수계’라는 용어는 <대보적경론> 제4권에 ‘가짜로 계를 받는 것’이라고 단 한 번 나올 뿐 삼장(三藏)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면서 “가수계라는 용어 자체만으로도 반발심을 줄 수 있기에, 표현하는데 있어 굉장히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장스님은 “과거에 본사와 말사에서 가수계를 했다고 하지만 기록은 찾아볼 수 없고, 구전으로 전승될 뿐”이라며 “계율 아사리나 율원 스님들이 참여해 발표했으면 새로운 출가 제도나 현실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해인사 율원장 금강스님은 “은퇴출가와 단기출가 등 종단의 기존 제도부터 검토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사중에 소임자가 필요해 가수계를 주겠다는 건지, 아니면 정말 불교에 뜻이 있는 이들을 출가시키겠다는 건지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승범스님은 “출가자가 줄어들어 종단이 축소되는 상황”이라면서 “가수계를 현대적으로 제도화하고 보완해서 역할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봉녕사 율원 강사 정현스님은 “대만 스님이 3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자제정사, 불광산사, 중대선사, 법고산사 등 4대 산문을 합해도 5000명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만의 4대 산문을 가지고 우리 문제를 분석하고 해석하고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1시간 넘게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된 종합토론을 마치면서 전자불전연구소장 주경스님은 “ 약간의 시각 차이가 있지만, 종단과 승가의 발전을 위한 고민은 다르지가 않다고 본다”면서 “종단 발전과 수행이 익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가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목받은 이번 학술대회는 기존 출가 제도의 보완과 향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장 주경스님이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