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도 두려운 운명의 힘, 영화 ＜마농의 샘＞: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가져오는 치명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영화

[론도]

 영화 배경은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산악 지역으로 물이 귀한 곳이다. 조카 위골랭과 큰 아버지 세자르는 인접한 농장 안에 땅에서 물이 솟아 나오는 샘이 있음을 우연히 발견하고 샘을 아무도 눈치재지 못하도록 막아버린다. 샘이 있는 인접한 농장을 싸게 사려는 속셈이었다. 이때부터 샘을 배경으로 한 3대에 걸친 운명적인 서사가 펼쳐진다.  

 마농은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도시로 떠나지 않고 양치기로 생활한다. 그녀는 물을 구하기 위해 사투하던 아버지를 결국 죽게 만든 장본인이 위골랭과 세자르, 그리고 이를 방관한 마을사람들이었음을 우연한 기회에 알아차린다. 마농은 마을에 내려오는 물의 원천을 발견하고 물줄기를 막아버린다. 마농의 복수로 위골랭과 세자르는 물론 마을 사람들 전체가 물이 없어 고통을 받는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에 위골랭과 세자르가 샘을 막아 마농의 아버지를 죽게 한 죄로 하늘이 노한 거라고 의심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세자르가 옛 연인의 친구에게 비극적인 진실을 듣게 되는 장면은 가슴을 후빈다. 세자르는 군대에서 귀향해 보니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마을을 떠난 연인이 자신을 배신하였다고 오해하고 평생 원망했다. 그 연인의 아들이 자신의 농장 이웃에 이사해 오자 그를 속이고 괴롭혀 결국 죽게 만든 세자르. 사실은 그가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진실을 알았을 때 더 이상 살아갈 힘을 잃었다.  

 밤새 잠자듯 죽은 세자르의 빈손을 클로즈업하며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영화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충격적인 방법으로 보여준다. 인간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목격하며 먹먹한 마음으로 할 말을 잊었다. 사람은 누구나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빈 손으로 태어나 빈 손으로 세상을 떠난다. 살아가면서 아무리 재물에 욕심을 부리고 좇아도 죽음 앞에서는 부질없는 일이다. 인간의 욕심이 부른 비극적인 운명과 함께하는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은 영화가 끝났어도 여진처럼 오래 가슴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