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주차이다. 최대한 식단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간힘을 쓴다는 건 먹고 싶은 걸 온 힘을 다해 참고 있다는 것이다. 먹어서 좋을 게 없는 바깥 음식을 먹으면 발작 버튼이 눌린 것처럼 몸이 반응한다. 며칠 전 메밀온국수를 먹었더랬다. 평소 종종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전혀 맵거나 짠 음식이 아니라서 괜찮겠지 싶어서 먹으러 간 것이다. 그런데 국물 한 입에 목구멍부터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이전에 알던 맛이 아니었다. 이 음식이 이렇게 매웠단 말인가? 아니면 한 달 반 동안 밍밍한 것만 먹어서 더 자극적이었나. 물을 가득 부은 앞접시에 헹구어서 겨우 몇 젓가락 먹고 나왔다. 집에 와서 한두 시간이 지나니 속이 쓰리고 배가 아팠다. 위산을 가라앉히는 약을 추가로 먹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거 같아서였다. 목이 아프고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부터 가래가 늘었고 가래에서 약간의 피도 비쳤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말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말을 하면 할수록 목이 아프다. 그 날 이후로 집에서 만든 죽만 먹는 중이다. 증상은 시간을 먹고 정말 눈꼽만큼 조금씩 줄어든다.
먹고 나면 소화시키는 게 버겁다. 뭐랄까 위가 묵직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한 세 시간 쯤 지나면 갑자기 배가 확 고파진다. 죽을 먹어서인지 금방 소화가 되어 버리는 걸까. 먹는 것도 괴롭고 배가 다시 고파져서 허기진 것도 힘들다. 다 힘들어서 마음까지 힘들어졌다. 뭔가 기쁘고 행복한 걸 기대하는 게 어려워져 버린 느낌이 든다. 맛난 음식이 주는 행복감이 삶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별 관심이 없었는데 필요 이상으로 알아가고 있다. 집은 엉망이 되어 가고 읽지 못한 책은 쌓여 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주어진 삶을 버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일만 한다. 한 집에 사는 가족들이 밤낮으로 바쁜 게 불행 중 다행이다. 혼자 마음껏 우울할 수 있으니. 병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는 사람들의 후기에 더 기운이 빠져간다. 의사라는 사람들조차 최소한 2년 이상 힘들었다는 이야기들이 내 얼굴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미소조차도 조금씩 갉아먹는다. 지치지 말자고 마음을 꽁꽁 붙드는 힘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생각들로 날을 채우다 또 어떤 날은 이런 수준밖에 머무르지 못한 나 자신을 마구 비난한다. 나보다 훨씬 더 아프고 심지어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도 긍정적으로 이겨내는 경우가 많은데 도대체 나는 왜 이러나 싶은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드는 날은 또다시 힘을 내고 기운을 쥐어짜서 부지런히 움직여 본다. 햇볕을 많이 쬐고 하고 싶은 작은 일이라도 찾아서 굳이 해 보고 던져 둔 책도 다시 집어 들어서 한 글자, 한 문단 꼼꼼히 새겨 읽어 본다. 작은 전쟁이 일어난 뱃속이 존재감을 드러내도 무시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나를 붙드는 싸움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 진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성을 지키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자꾸 맴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 하나. 체중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다. 몸이 견디고 있다는 거겠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