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9
지난주에도 스포츠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됐고, 프로축구도 울산 현대의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됐다. 손흥민은 한 게임에서 두 골을 넣어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포스트시즌이 시작됐다. 김하성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와일드카드로 올라와 시즌 111승을 거둔 LA 다저스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 와중에 울산에서는 제103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렸다.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리는 수영 기대주 황선우가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가 됐다는 짤막한 뉴스를 남기고, 13일 조용하게 폐막했다. 아마 대부분은 전국체육대회가 열렸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다.
전국체육대회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0년에 처음 열렸다. 대한체육회 전신인 조선체육회가 민족의 단결심과 인내력을 키운다는 목표로 전국의 시도별 대표가 힘을 겨루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해방 후에도 '민족의 단결심과 인내력'이 '각 시도의 우정과 화합'으로 바뀌었을 뿐 전국체육대회의 역사는 100년이 넘게 이어졌다.
전 종목 경기가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는 '대한민국의 올림픽'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경기를 제외하면 가장 큰 대회다. 팬들은 수영 황선우,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양궁 안산과 김제덕 같은 스타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 전 종목 경기가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는 '대한민국의 올림픽'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경기를 제외하면 가장 큰 대회다. 자료=전국체육대회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한때는 올림픽처럼 전국체육대회 개막식과 폐막식은 물론 주요 경기가 빠짐없이 TV로 생중계됐다. 신문도 많은 기자를 현장에 보내 생생한 뉴스를 전달했다.
그러나 1980년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이 출범하면서 아마추어 경기의 인기가 떨어졌고, 자연스레 전국체육대회도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스포츠 축제를 날씨 좋은 10월 중에 치르는 게 당연한 전통이었다. 그러나 프로스포츠 역시 이때가 대목이다. 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전국체육대회보다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나 프로축구 막판 우승 경쟁에 쏠리기 마련이다. 종편이나 케이블 TV 등 방송 매체들이 많이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전국체육대회에 관심이 없는 것은 시청률 때문이다. 전국체육대회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몸은 현장에 있으나 머리는 프로야구나 축구장에 가 있다.
억지로 전국체육대회에 관심을 가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대회 주최자인 대한체육회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과감한 일정 조정이다. 수많은 종목과 선수들의 일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프로스포츠의 주요 이벤트만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
전국의 시도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한국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썰렁한 관중석과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그들만의 축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