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공연장에서
< 무대라는 곳 >
∎ 무대에 올라서 보면 객석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전혀 다른 기류가 흐르는 곳임을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다. 객석에서 느꼈던 편안함은 온데 간데 없고 고강도의 긴장감만이 감도는 공포의 전장 같은 곳이 바로 무대이다. 그래서 객석과 무대는 서로 넘어지면 코 닫는 거리이지만, 천국과 지옥의 차이처럼 멀기만 하다.
∎ 볼품없는 실력으로 듬벼 들었다가는 곧바로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염라대왕의 기가 흐르는 곳이 무대이다.
∎ 그러므로 무대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두려워해야 무대를 정복할 수 있다.
< 마지막 무대-리허설 >
∎ 리허설 시간은 그야말로 공연의 성패를 최종 정리해 보는 시간이며, 연주를 최대치의 기량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마지막 준비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완만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음악의 완성도 면에서 연습보다 연주를 더 잘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연주는 단 한번으로 끝나고 마는 시간의 예술로,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연습 때만큼 하기가 어렵다. 실제 무대에서의 연주가 좋았다는 것은 주관적인 흥분에서 오는 착각이다.
∎ 무대에 나가기 직전에는 약간의 긴장감과 평상심을 함께 유지하고, 자신의 온몸을 연주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어야 한다.
∎ 온몸으로 부르는 이 노래가 이 공연장을 가득 울리고 관객들의 가슴을 관통하는 기쁨의 극치를 누리기 위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지막 유언처럼 연주하겠다는 마음으로 무대를 올라야 한다.
< 연주 >
∎ 손을 올리는 단원이 많으면 불안해하는 단원이 많다는 뜻이 된다. 합창에 있어 지휘자의 팔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무대 위에서 움직여서는 안된다.
∎ 발을 구르는 단원이 있다. 아주 고약한 버릇인데, 합창 전체의 연주를 망치기도 한다.
∎ 악보를 들고 노래할 때는 지휘자를 잘 보아야 한다.
∎ 연주 중에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 당황하지 말고 겉으로 티 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다음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틀린 것보다도 오히려 전체 연주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교감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 어느 연주든 만족스러운 연주는 없다. 그러니 반성은 하되 자학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족 및 지인들의 평가를 감사히 받되. 그것이 ‘평가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관객과 함께 가기 >
∎ 합창 단원들은 자신들의 노래에 관객이 기절하기 바란다. 하지만 관객은 도도하다. 기절은커녕 심판자의 자세로 앉아 있다. 이 도도한 관객들이 마음을 열고 음악을 받아들이며 합창단이 부르는 음악 에너지에 함께 몸을 실어내야 비로소 감정이 일치된다.
∎ 연주라는 것은 관객과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좋은 지휘자는 이것을 몸으로 안다. 지휘자는 합창단과 관객의 중간에 위치하여 이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그러니 합창단원은 지휘자를 바라보녀 죽어라 1루를 향해 뛰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연주에서의 홈런인지 안타인지 파울볼인지이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겨우 안타를 쳐 놓고 홈런으로 착각하여 무대에서 만세를 부르다가는 당장 1루에서 아웃 당한다.
edit by 창원시남성합창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