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에서 여덟 달을 살았다.
주로 동창들과 친척들 그리고 미국에서 만났던 지인들 그리고 역이민카페 회원들을 만나면서 지냈다.
어머니는 치매 초기셨는데 건강공단에서 치매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할 일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꾸준히 의미있는 모임을 이어갈 어떤 공동체를 찾는데 실패했다.
그래도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여름에 입던 옷과 새로 산 등산화 등을 집에 남겨 놓았다. 미국에 와서 아틀란타로 이사를 마치고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국으로 나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틀란타에 와보니 이곳은 우리에게 모국에서 누리고싶었던 거의 모든 것이 있었다. 식당, 대형 한인마트, 당구장, 이발소, 안정된 교회, 카페 그리고 비교적 활발한 부동산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적어도 나의 눈에는 이곳이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보였고 마치 은퇴자들의 낙원으로 비쳐졌다.
이제 이곳에서 산지 어느덧 칠년이 지났다. 그동안 너무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무엇보다 교회를 통한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주 재미있었다. 그리고 부동산, 보험, 프랜차이즈, 이제는 인력관리직 등으로 경제생활을 추구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64살이다. 인생에서 육십에서 칠십오세까지가 가장 핵심적인 시기라는데 그 중에 1/3가량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만약 내가 어머니를 모시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나는 우선 미국을 몇 바퀴 돌고싶다. 특히 서부에 웅장한 캐년들을 만나고싶다. 그 캐년 속에서 밤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고싶다.
그 후에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 동창들과 실컷 어울리고싶다. 그들과 자전거, 탁구, 바둑, 당구 등을 즐기고 모듬회를 비롯한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싶다. 그 다음이 역이민 회원들과의 교류이다. 남산을 올라도 좋을 것이고 한양도성길이나 북한산을 올라도 좋을 것이다.
제주에도 한 석달을 살아보고싶다. 소박했던 제주는 사라졌지만 제주의 구석구석을 내 손으로 만져보고 내 코로 냄새 맡고 내 입으로 맛을 보고싶다.
한국에 살면서 아직 못가본 동남아, 일본, 중국 등을 구경한다. 실콘짱님이나 윤님의 조언을 받으면 한 번을 가더라도 그 진수를 조금이라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하고싶은 것은 서로 공감하고 서로 즐기고 서로 위해주는 좋은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만약 그 형성 과정에서 내가 갖고 있는 경험이나 약간의 지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이 역이민카페 연락망이다. 각 지역에 퍼져있는 수백명의 회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고 각자의 필요와 관심사에 따라 도움을 주고 받고 교류를 하면 거기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은 상당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곳이 편하지 않듯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카페는 좀 다르다. 함께 고향을 떠난 떠돌이로 각자의 이민생활에서 겪은 상처로 무엇인가가 결핍된 상실감으로 서로 만나는 순간 그 눈길들이 따뜻하다.
바야흐로 세상은 여러 문제로 위기감이 도는 세대이다. 우리가 살아남을 길은 서로를 향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정보교환이다. 우리가 겪은 다양한 관점들 그리고 물질보다 소중한 것은 의미있는 만남이며 관계라는 것을 아는 이상 우리 카페는 은퇴자들의 놀이터이자 배움터이자 행복나눔터로 역할을 할 것이다
08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