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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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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1 | L.A.의 한인 채소밭 |
대표 작품 2 | |
수상연도 | 2011년 |
수상횟수 | 제8회 |
출생지 | |
[수상 작품]
L.A.의 한인 채소밭 / 조만연
노인 아파트에 사시는 최 권사님 댁에서 구역예배를 보게 되었다. 평소 몸이 불편하신 관계로 다른 구역원의 모임에만 참석하시곤 했는데 마침 한국에서 따님이 오신 참에 그동안의 신세를 갚는다며 자기 집으로 모이도록 한 것이었다. 같은 아파트에는 연세가 90이 되시는 또 한 분의 권사님도 살고 계신다.
최 권사님의 따님은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하여 우리를 대접하였는데 요리솜씨가 대단하였다. 여러 반찬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두 분 권사님이 아파트 화단에다 일궈놓은 채소밭에서 방금 따온 상추와 쑥갓이었다. 문자 그대로 싱싱한 무공해 웰빙 식품이었다. 원래 아파트의 화단은 관리사무실에서 화초를 심는 곳으로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땅인데 두 분 권사님은 아파트를 처음 개업할 때 입주하셔서 화단이 채 조성되기도 전에 채소밭을 꾸민 탓에 어떤 입주자도 침범할 수 없는 기득권을 가지고 지금까지 개인소유나 다름없이 채소밭을 가꿔 오고 계신다.
L.A.에 사는 한인동포 가운데는 이렇게 자기 집 뜰이나 아파트 정원 구석에 밭을 만들어 채소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아무리 집이 좋고 부유하게 산다 해도 거의가 정원 한 구석에 밭을 만들어 채소를 키우고 있다. 집주인이 좀 부지런한 사람은 단감나무, 석류나무, 무화과나무 같은 두세 종류의 과일나무를 심어놓고 있어서 수확 철이 되면 서로 나눠주는 통에 굳이 마켓에서 과일을 사 먹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이곳에서 자기 집을 소유한 교포들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자립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채소밭을 꾸미고 있는 것은 식품비를 보충하려는 것도 아니고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 삼으려는 것도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채소밭을 유지하는 값보다 마켓에서 사먹는 값이 훨씬 적게 먹힌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수확한 채소는 마켓에서 구입하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보람되고 값진 것이다. 농산물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열심히 가꾼 만큼 열리고 딸 수 있다.
더구나 이민 1세들은 서울이나 도시에 살다 왔어도 대부분 고향이 시골 농촌이다. 그들은 직접 농사를 지은 경험이 있고 가족들이 기른 채소를 먹으며 자랐다. 그런 농산물에는 아버지의 땀이 배어있으며 어머니와 누나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집에서 기른 채소는 부모형제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다.
우리 집에도 채소밭과 몇 그루의 과일나무가 있다. 뒤뜰이 넓지 않은데다 수영장이 대부분 점령하고 있어서 채소밭을 만들 공간이 없어 화단 한 구석 반 평 남짓한 곳에 터를 잡고 토마토, 가지, 오이를 심어 놓았다. 매일 아침 이것들에게 물을 주고 잎들을 따주면서 마치 만석지기 농부와 같이 부자가 된 느낌이다. 자연은 언제나 말할 수 없는 안식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오늘 아침 화단에 물을 주고 들어오니 뉴스에 한국학생의 식중독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곳에서 먹는 한국음식이 오히려 한국보다 맛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곳에서는 가짜식품이 없고 절대로 불량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팔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에 가짜가 판을 친다는 것은 인명천시의 반증이며 그런 사회는 문명국가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열 번째 경제 강국이 되었다면 이제는 생활의 기본 의식주에서만큼은 속임수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아직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외국의 좋은 농산물마저 수입할 수 없다고 20년 넘게 억지를 부리는 집단이기주의를 보면서 그동안 그런 힘으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일에 힘썼으면 지금은 충분히 개방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관광객들이 미국을 여행할 때 관광명소나 쇼핑센터에 들르는 시간을 좀 할애해서 이곳 한인동포들이 가꾸고 있는 채소밭을 둘러본다면 각박한 도시생활 속에서도 어떻게 자연과 고향을 가까이 하여 살 수 있는가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 프로필]
조만연(Jo, Mahn Youn)
충남 서천 출생. 현재 Los Angeles 거주.
서울상대 경제과, New Covenant 신학대학원
제1회 재외동포문학상, 제11회 순수문학상 수필본상 수상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역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미주 <문학세계> 편집인, <선수필> 선정위원
에세이집 『새똥』 『부부』(공저)
[작품 심사평]
교포의 애환을 의미화한 완성도 높은 문학성
지난 11월15일 오후, 협회 사무실에서 고동주 협회 수석부이사장과 유혜자 전 협회이사장이 세 후보의 작품집을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수필집 부부의 조만연 수필가(LA거주)를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조만연 수필가는 일찍이 제1회 재외동포문학상(1999)과 제11회 순수문학상 수필 본상(2001)을 수상한 작가이다. 주변의 일상사와 가족, 재미동포로서의 애환을 의미화할 뿐만 아니라 참신한 시선, 심미적 인식 등 문학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치열한 정신의 소유자이다. 탄탄한 문장력과 긴밀한 구성으로 신변잡사에서 건져 올린 체험을 형상화하여 문학적인 향기와 감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LA 한인사회의 엘리트 종교인으로서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주체를 기독교에 두고 감사하며, 봉사에 힘쓰는 그는 맑고 따스한 언어로 흩어진 조각을 찾아 조립하고 통합, 성찰하는 수필쓰기를 즐거운 수행으로 삼고 있다. 한편 혼란스럽고 사악한 시대에 하나님께서 지팡이에 기적을 일으켜 준 모세의 지팡이를 받은 것처럼 냉철한 비판정신으로 현상이나 상황, 문제를 제시하고 내일의 지표를 제시하는 칼럼 ‘오피니언’(미주 한국일보) 고정멤버로서 9년째 집필해오고 있다.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간 조만연 수필가는 황무지를 개간해 묘목을 심어 피땀 흘리고 좌절과 눈물 속에 성공한 초기의 이민자와는 다르다. 회계사로서 이민사회의 경제활동에 편의를 제공하고 선교와 문학 활동, 재미수필가협회장 책임을 맡았을 때 회원들의 문학성 제고에도 힘써왔고 현재는 재미수필문학가협회이사장, 미주《문학세계》편집인으로 봉사하고 있다. 교포들에게 모국어의 올바른 보급과 발전을 위해 언론 진흥재단 이사장으로 봉사하는 일도 사명처럼 여기고 자랑스러워한다.
제1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에 입상한 부인 조옥동 여사 역시 시, 시조, 수필(한국수필 신인상)등 전천후 문학인으로 현재 UCLA 의과대학 생리학 연구실 연구원이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으로 건강하게 고향을 조명’ 등 국내 중진문인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부문인이기도 하다.
세상을 향한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선, 지적이며 진실을 향한 섬세한 성찰로 빚어내는 수작들로 교민사회에 기쁨이 되고 한국수필의 향상을 위해 기여할 것을 기대하며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심사위원 유혜자, 고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