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바람은 추억을 싣고
임태래
황금빛 조명이 시월 햇살처럼 내리는
무대 위 어느 노신사가
멋지게 색소폰을 분다
나도 모르게 앙코르를 외친다
내 나이 일곱 살 때 형은
딴따라 되겠다고 도회지로 외입을 나갔지
집안 살림 밑천이던 큰 눈망울과 목덜미가 풍성한 암소
한 마리를 몰래 끌고서
학교만 파하면
소꼴을 먹여야 했던 철없는 소년은
이제는 신나게 놀 수 있을 거라 좋아만 했지
소년은 도시로 나간 형 덕분에
처음으로 높은 빌딩과 많은 차 구경을 하게 되었고
풍금보다 큰 피아노랑 가슴에 품은 아코디언을 보고
신기해했었지
형 뒷바라지를 위해
소년의 집은 논밭이 자꾸 줄어든 대신
뒷방 창고에는
언제 가져다 놓았는지
형 악보들로 가득 차고 있었지
오선지에 걸치어 춤추던
콩나물 음표들이 신기했고
소년은 형이
베토벤 보다 위대해 보였지
가난한 시골 살림에
힘이 버거웠던 아버지는
집에 있던 기타를 부수고
색소폰도 담 밖으로 던져 버렸지
지금은
어디서 색소폰 소리만 들리면
소년은 바람 되어 옛날로 여행을 떠나지
어린 소년이
볼이 터지고 눈이 튀어나오도록
입바람을 아무리 세게 불어도
응답이 없던 색소폰 소리
오늘은
반짝이는 금빛 바람 타고
오래 전 사라진
엄마 냄새나는 고향 집으로 달려가
그리운 식구들 부둥켜안고
가슴 적시며 색소폰처럼 울지
부우웅 뿡~~부우웅
카페 게시글
임태래 시인
금빛바람은 추억을 싣고
영원 김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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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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