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문예] 심사기 ㅁ 심사평(시)
근래 문학지에 응모하는 신인들의 작품을 읽으면 생동감이 넘친다. 무엇인가 새로운 주제의 창출을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발견되면 심사위원들도 신명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도 설익은 언어로 습작을 탈피하지 못한 경우도 많이 발견되곤 한다. 이번『한류문예』의 시부문 신인상 응모작 중에서 예심을 거쳐 넘겨진 작품에서 임동규의 <백석포>외 2편과 손현자의 <그리운 이>외 2편을 당선작으로 선한다. 먼저 임동규의 <백석포>는 ‘백석포’라는 공간에서 투영된 ‘그리움’과 ‘사랑’의 진솔한 한 소절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 다만, 시적 상황에 전개된 스토리나 언어의 구성에서 독백의 범주를 탈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부곡> 역시 ‘더해 가는 그리움 / 큰 은혜 돌아보며 / 뜨겁던 당신의 사랑’ 등의 어조는 너무 관념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념 이미지를 투영하여 관념으로만 완성된 작품은 자칫 독백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 다른 작품 <안성 장날>도 ‘어미 젖 떼고 누렁이 팔려가는 날’의 ‘내 가슴 아린 추억 하나’로 그대로 ‘안성 장날’의 ‘추억’이라서 주제가 미흡하다. 그러나 이처럼 초기 응모작들의 수준은 완벽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함축한다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아니다. 손현자의 <그리운 이>는 비교적 언어 구사가 원활함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그리움’을 주제로 한 정서의 정리가 돋보이지만, 관념어가 시의 구도를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작은 소망에 머무는 점이 앞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뜨거운 빛>도 시법의 전개나 이미지의 투영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대 영혼으로 / 허전한 내 마음 채울 수 있을까’라는 어조는 시인의 소우주에서 구축하려는 시인의 가치관으로까지 승화할 수 있는 정서의 발양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역시 <오월의 충만>에서도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기원으로 전환하는 시법에서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오월’이라는 시간성에 관한 이미지가 미약한 것은 동시에 주제의 빈약함을 초래하게 되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임동규, 손현자 두 분은 현대시가 명징하게 드러내야 할 주제가 좀더 인간이 추구하려는 존재에 대한 가치관 창출에 많은 사유(思惟)를 투자래야 한다. 모두가 오랜 습작기를 거쳤다는 징후를 곳에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신인이라는 말처럼 청순하면서도 고차원의 주제(시의 의미성)를 메시지로 전해주는 사명감을 지녀야 할 것이다. 대체로 현대시의 구조는 시적 소재(시적 대상물)를 사물로 했을 경우에는 내용을 관념이미지로 하고 반대로 관념으로 소재를 택할 경우에는 내용이 사물이미지로 풀어나가야 시의 맛과 멋을 동시에 찾을 수 있음도 유념하기 바란다. 임동규, 손현자 두 분의 정진을 기원하면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 김송배(시인.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