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나" 활동 일지
작성자 | 박건후 | 참여자 | 임수빈, 김정훈, 태야, 김수현 |
일자 | 24.03.19 | 장소 | 문화공간 디디 |
활동시간 | 14:00 - 18:00 | | |
점차 아이들 또한 도당놀이터에 적응하고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건지, 교육이 없다 하더라도 방과후 루틴으로 꼬박꼬박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당일은 태야와 수현이가 학습을 하는 날이었으며, 수현이는 오늘도 자신의 수업이 마치자 잠시 이야기를 몇차례 나누고 친구를 만나러 떠났다.
도당놀이터가 끝나는 시간 즈음으로 태야와 놀이터에 나가면 수현이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때를 활용하여 교우관계와 성향을 지켜보곤 한다. 다행스럽게 무리에 잘 껴서 어울리고 있지만, 가끔씩 다가가면 수현이의 친구들은 수현이가 했던 발언들을 내게 이르곤 한다. 특히 이 무리들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아이들 사이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듯 함)을 스스럼 없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평소 선생님들에겐 하지 못하는 굉장히 노골적인 성적 발언들을 친구들과 나누었음을 전해 듣는다. 사춘기 남자아이들인지라 '그럴 때지~' 하며 그냥 넘어가곤 하지만, 워낙 아이들이 이성에 눈 뜨는 것이 빠른 만큼 교육 또한 속도를 맞춰야 함도 절감한다. 그도 그럴것이 근래 도당놀이터를 하며 작년과 올해 남자 아이들에게 특히 달라진 부분을 꼽자면 단연 성적인 부분이다. 아이들과 허물없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들이 여타 어른들에게 감추는 모습까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수현이 뿐 아닌 수빈, 정훈이의 적나라한 발언과 묘사들 또한 활동 중 자주 발견하곤 한다. '마냥 어린 애들이 아니구나' 하는 깨우침 뿐 아니라 이로인한 문제점 또한 드러난다. 남자아이들이 종종 여자아이들에게 상처와 충격을 줄 수 있는 묘사와 장난을 아무렇지 않게 행한다는 점이다. 남아 여아 쌍방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느낀다. 나의 개인적 능력으로 아이들에게 알려주기엔 한계를 맞닥뜨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일은 클레이를 진행했으며, 상당히 고단한 하루였다. 특히 수빈이의 존재가 크게 다가오는 날이었다. 수빈이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정훈이와 태야는 조용히 각자의 일에 몰두하였지만, 수빈이가 등장해 흐름을 전환시키면 이에 동조하며 분위기가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했다. 단순히 산만한 것만을 동조하는 것이 아닌, 선생님을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사고까지 전염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빈이가 참여하며 태야와 정훈이의 공격성도 매우 높아지고 과격해졌다. 그 모습이 아이들의 본질은 아닐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무례함을 따로 지적하지 못했다.
이전과 다른 수빈이의 모습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고민해보았다. 작년의 나는 수빈이의 멘토가 아니었고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아왔기에 분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내가 아는 수빈이의 모습에 이전과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언어습관'이었다.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게 목적인 양, 악의적으로 날 선 단어를 뱉는 것은 전형적인 '문제아'의 모습이었다. 연장자, 선생님에 대한 존중 또한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아가 비대해져 타인을 우습게 아는 건지, 그저 관심이 고픈 것인지 다양한 추측이 머릿 속을 오갔던 것 같다.
당일은 수빈이의 멘토링(아현쌤) 첫 날이기도 했는데, 이같은 수빈이의 변화가 멘토링 진행에 지장을 줄까 염려되기도 하고, 변화의 원인을 아는 것에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해 활동에 동행하기로 맘먹었다. 이후 가정에서 만난 수빈이는 놀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명령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쌤들을 위한 커피를 타놓고 대기를 하는 수빈이를 볼 수 있었고, 공격적인 발언 또한 없었다. 쌤을 위해 먹을 것을 만들어 주고 원하는 놀이도 소개하는 등 친절함을 보였다. 단순히 아버지와 동생이 옆 방에 있어서 이를 의식하고 그런 것이라 느껴지진 않았다. 가정의 분위기는 수빈이가 받은 육아가 마냥 오냐오냐는 아닐거란 느낌을 주었다. 다양한 가설을 세워도 보고 이해해보려 하며, 개인적으로 수빈이와 동생 간의 관계를 통해 실마리를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겁도 많고 요구하는 관심의 양이 큰 아이인데, 이른 때에 동생에게 관심을 넘겨주어 이에 대한 결핍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관심을 얻고 존재감을 느끼기 위한 방법으로 '반항아'의 모습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현쌤과 함께 수빈이에게 50문 50답을 하며 여러가지를 물었다. "요즘 고민은 없니?" 물었을 때 딱히 떠올라 하는 게 없어 하길래, 친구관계, 가족관계 등의 예시를 던져줬다. "동생이 저를 자꾸 때려요" 하는 귀여운 대답이 돌아왔다. 옆에서 듣던 아버지는 "너가 먼저 때리니까 그렇지."하며 답해주셨다. 그 외에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수빈이는 어떤 때에 제일 즐겁니?" 물었을 때 였다. 수빈이는 '칭찬받을 때'라고 답하며, 가장 좋아하는 것이 '칭찬받는 것'이라 답해줬다. 칭찬과 관심에 잦은 부족함을 느꼈을 수빈이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안타까웠다. 무엇이던 쉽게 칭찬과 이쁨을 받는 동생이 있으니 스스로 비교하며 괴롭진 않았을까 싶었다.
나는 칭찬의 순기능을 부정하지 않지만, 칭찬이라는 것에 한편의 회의와 두려움도 가진다. 칭찬은 옳은 행동을 강화하지만, 수동적인 삶을 만들 가능성이 부작용으로 존재한다 믿기 때문이다. '칭찬받음'은 내가 타인을 인정하는 '능동적 태도'가 아니라, 타인에게 나를 인정받으려는 '수동적 태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이 아이에게 무수한 칭찬을 해줘야할지, 보류해야할지 고민도 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자는 것이 우리의 주 원칙이기에 아무래도 전자를 선택할 것 같다. 앞으론 칭찬을 '약'으로 쓰기위해, '진통제'처럼 쓰지 않기 위해 더 주의해야겠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더 신중을 기해야겠다.
어떨 때 수빈이는 겁쟁이, 어떨 때 수빈이는 용감하다. 집에서의 수빈이는 '천사'같고, 돌봄터에서의 수빈이는 '악동'같다. 사람은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살지만, 그 모습 간의 괴리가 클 수록 가지고있는 결핍과 상처도 크다고 본다. 수빈이는 '악동'의 모습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일 뿐, 역시 그 본질까지 악한 아이는 아니었다 본다.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 수빈이와 멘토링으로 조금 가까워 진 이후 활동에서 문제 행동이 많이 줄었음을 느꼈다. 좋은 신호가 계속되었으면..!
첫댓글 건후쌤 수현이가 공부하는날만 디디에 오고 다른 날은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수현이에게 물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 활동사진도 올려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