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다녀온 자랑 좀 그만해요
김장 한다고 부산 고모랑 서울 고모가 밀양에 왔다. 통닭을 뜯어 먹으며 맥주를 같이 마셨는데... 부산 고모가 일본 오키나와 여행 다녀 온 자랑 이야기를 얼마나 늘어 놓던지...
내가 고모에게 자랑 좀 그만 해라고 한마디 했더니 고모가 폭발 해버렸다.
밀양에 올 때 마다 자기는 사위 덕분에 해외 여행 많이 다닌다고 엄청 자랑한다. 중국은 세 번 다녀왔고, 일본은 너무 자주 간다며 자랑을 어찌나 하던지... 그만 좀 하라고 했더니 고모는 성질을 내면서 의자를 들고 나에게 위협을 가하고 내 어깨를 밀었다. 분노조절이 안되시나? 고모 매번 해외 여행 자랑 좀 그만 해요. 저번에는 터키에서 열기구 탔다고 자랑하더니...
고모도 성질 참 대단하다. 혼자 점프를 펄떡펄떡 하고 내 어깨를 밀었다. 왜 나를 건드리냐? 머리가 이상하냐? 약 먹을래요? 라고 내가 말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웃어 버리고 말았다. 고모는 의자를 들어 올리고 나를 공격 하려고 했다. 의자는 왜 들어요?
고모가 자랑을 좀 할 수 있는거지! 너에게는 뭐라고 말을 못하겠네!!
그러면서 고모는 자신의 시뻘게진 눈으로 나를 노려 보았다. 나를 죽이려는 것 같았다. 진정 좀 해요... 약 드실래요? 머리 검사 받아 봐요. 그거 분노 조절 장애입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방방 뛰는 모습... 왜 점프를 하고 그러세요? 왜 가만히 있는 의자를 들고 그러세요?
그런데 정말 웃기는 것은 내 아버지의 반응. 너가 고모를 이렇게 만들었다! 너에게 문제가 많다! 다시는 나에게 연락하지 말거라! 너 때문에 형제지간 우애가 다 끊어진다! 빨리 여기서 나가라! 그렇게 말 하시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자랑 좀 그만 하라는 내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나? 뇌종양 환자보다 부산 고모는 감정 조절이 안 되나?
나는 고모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80만원 짜리 호텔에서 잤다느니, 비싼 바다포도를 먹었다느니, 렌터카를 타고 라스베가스 같은 곳에서 놀았다느니 그런 자랑을 너무 오래 하니까 그만 좀 하라고 한 것 뿐입니다. 사위 덕분에 해외 여행 참 많이 다니시니 정말 좋겠네요. 네, 좋겠어요. 부럽네요. 내 가족은 10년 넘게 일본에 살았어도 오키나와 여행 가본 적도 없고요. 80만원짜리 호텔에서 자 본 적도 없네요. 왜 그렇게 자랑을 오래 하나요? 듣는 상대방은 말입니다. 그저 상대적 박탈감 느낄 뿐입니다. 돈 많은 좋은 사위가 있으시니 참 좋겠네요~ 참 좋겠어요...
나도 아버지에게 효도 관광 시켜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 하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비참하네요.
나도 돈 많이 벌고 싶고, 가족과 해외여행도 가고 싶네요.
내 통장에는 100만원 뿐인데
고모는 80만원짜리 호텔에서 잤다고 그러니 정말 부럽네요. 조카가 뭐 중요 합니까? 결국 자기 자식 뿐입니다. 그래요... 나랑 연락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요. 친척이 뭐 필요하겠어요.
해외여행 자랑 좀 그만 하라고 했더니 뇌종양 환자에게 의자를 들어올리고 공격을 가하려는 고모... 가족이었으면 나는 벌써 죽었겠네. 나는 죽기 싫어요. 왜 나를 다치게 하려고 그러나요? 내가 조카라서 죽이지 못하는 건가요? 자식에게도 저럴까? 안 보면 서로가 편하겠네요. 남보다 못 한 사람... 친척이 뭐 필요하나?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인 사람들... 결국 자기 부모 장례식에서만 만나게 될 사촌형제들...
결국 다 필요없다. 자식도 부모를 버리고, 부모도 자식을 버리는 세상... 아픈 자식 걱정은 1도 안하고 자기 외롭다고 개를 키우는 게 내 엄마인데... 나는 엄마가 키우는 개보다 못 한 인간이다. 다 부질 없다. 다 필요없다.
벌써 시간은 밤 12시 오늘도 하루가 끝났다. 정말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인생.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날 줄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 했지.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혼자가 되어 누워있다. 누가 나를 안아 줬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싶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 받고 싶다.
이천 이십 사년 십일월 이십삼일 밤 열 두 시에 이 글을 남긴다.
[끝]